최순실 정국으로 2016년 한 해가 이름값(丙申年)을 톡톡히 했다. 정국의 혼란은 약계에도 다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최순실과의 연관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혹자는 최순실 정국으로 위의 두 가지 법안과 의약품 화상판매기 문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문제가 물 건너 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구랍 12월 23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위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망명 후 첫 공식 석상에 나타나 한 말이 “대규모 촛불시위에도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권력자를 상대로 예리한 질문을 하는 모습에 놀랐다. 이런 게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해 쟁점 현안 올해도 지속

먼저 의약품 화상판매기 도입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 정부 입법안이 지난 12월16일 국회에 제출돼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12월 임시국회에서는 심의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지만 다음 임시국회에는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위해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난 11월 말 용역을 마무리하고 두 차례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약사회는 의약품정책연구소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전문자격사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비약사 약국개설과 1인 2개소 이상의 약국개설, 약국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 등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의약품 제조관리자 요건을 관련 분야 전문가까지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의료기관 부대사업을 무한정 확대(이렇게 되면 병원이 약국 임대업을 할 수 있다)하는 독소 조항이 들어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국회 기재위에 상정돼 있다.

아울러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와 보사연 주관으로 주요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연구가 마무리 과정을 밟고 있다. 2030년 약사의 인력을 최대 1만5천명 부족한 것으로 정부는 추계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일성분조제 활성화와 성분명처방 활성화, 약국 과징금 문제, 다나의원 사태로 야기된 면허관리제도 개선책의 일환으로 약사 면허신고제 도입, 한약사문제, 4차산업 하에서의 약사직능의 역할 모색 등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위에 예시한 현안들은 2017년 정유년으로 이월돼 약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 지면관계상 당장 발등의 불인 서너 가지 현안에 대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대한약사회의 대응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개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화상투약기 약사법 개정 부당

첫째, 의약품 화상 판매기 도입을 위한 약사법 개정 문제이다. 법제처를 거치면서 당초 ‘의약품 화상투약기’였던 명칭부터 ‘의약품 화상 판매기’로 바뀐 것이 의미하듯, 복약지도 의무화 등이 삭제되고 처벌조항을 대폭 완화시켰으며, 의약품화상판매기 설치 규정을 모법에서 보건복지부령에 규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러한 각론상의 변경에 상관없이 대약의 입장은 의약품화상판매기 도입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점은 확고하다. 이는 약사를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다. 의약품화상판매기는 약사법 50조 의약품 대면 판매원칙을 훼손하고(박근혜대통령의 대면보고 무시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검찰이나 특검의 서면조사가 아닌 직접대면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로 인한 원격의료와 인터넷의약품판매 등 의료영리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야시간이나 공휴일등 보건의료 취약시간대에 현재 2만7천개가 넘는 24시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약사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의약품화상판매기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취약시간대 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의원과 공공약국이 설치돼야 한다.

아울러 취약시간대 약국과 의원을 연계 운영하는 제도 도입이 강구돼야 한다. 이는 현재 소아 환자들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약국의 연계 운영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안전상비약 논리적 주도권 확보해야

둘째,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문제이다. 안전상비의약품은 2012. 11. 15일부터 휴일, 심야 등에 국민의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점포(편의점)에서 판매가 실시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약사법 44조2항에 안전상비의약품을 일반의약품 중 20개 품목 이내에서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의약품이라 규정해 놓았고, 현행 13개 품목인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 확대를 하기위해서는 고시만 개정하면 되기에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의약품 화상판매기에 비해 훨씬 도입이 수월할 것이다. 그만큼 약사회 입장에서는 저지하기가 쉽지 않다.

상기(上記)한 것처럼 정부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난 11월 말 용역을 마무리하고 두 차례 자문회의를 진행해 품목 확대를 위한 공세 준비를 끝냈다.

대한약사회도 의약품정책연구소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하게 정부의 공세에 맞서 수세적인 방어 전략만 구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품목조정 가감에 대한 논리적 주도권을 갖출 준비를 갖췄다.

다만 품목 확대문제가 어느 쪽이 더 논리적 타당성을 갖고 있느냐로 결론지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등에 업고 국민의 편의성으로 포장된 교언을 바탕으로 여론몰이로 밀어붙일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셋째, 19대 국회에서 회기만료로 폐기됐다가 20대국회 개원 첫날인 2016.5월30일 상정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료영리화 꼼수라고 생각하는 보건의료단체 야당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난관에 봉착했었는데, 특히 최순실과의 연계성이 의심됨에 따라 더더욱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게 됐다.

대약은 방심하지 않고 야당, 타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와의 공고를 더욱 강화해 이 두 개의 법률안 도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현실적인 약국 과장금 기준 필요

넷째, 약국과징금 산정 문제이다. 현행 적용되고 있는 과징금은 19개 단계로 24년 전인 1992년 제정됐다. 연간 총매출액이 3천만 원 미만인 1단계는 과징률 31% 과징금 3만원부터, 2억8천5백만 원 이상인 19단계는 과징률 61% 과징금 57만원까지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유통마진이 인정되지 않는 처방조제약 취급 증가로 약국의 외형적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약 80% 약국이 1일 과징금 상한금액인 57만 원에 해당돼 약국 과징금 기준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참고로 의약분업 前 약국 약품비(재료비) 중 조제 약품비 비율은 11%이고 의약분업 後 약국 약품비(재료비) 중 조제 약품비 비율은 79.2%이다.

또한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 처방조제가 약국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과세자료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등 약국 매출구조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어 현행 과징률(1일 매출액의 31~63%)은 과도하게 높은 상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참고로 의약분업 前 약국 매출 중 조제 매출은 28%이고 의약분업 後 약국 매출 중 조제 매출은 83%이다. 약국의 경영수지는 갈수록 악화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영업이익률 15%에서 2014년 10%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약국의 기준 경비율은 6%이다.

이에 비해 의료기관의 과징금은 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2003년 8월 6일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상향조정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 개정령을 공포하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연간 총수입금이 5천만 원 이하일 때 1일 과징금액은 이전 3만 원선에서 7만5천 원, 5천만 원 초과~1억 원 이하면 4만5천 원에서 11만2500원,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면 6만원에서 11만2500원으로 오르며, 90억 원을 초과하면 21만5천 원에서 53만7500원으로 대폭 높아졌지만 약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즉 수천억 원 이상의 총수입을 올리는 상급병원도 1일 과징금 53만 7500원만 내지만, 조그만 동네약국도 대부분 1일 과징금 57만 원을 내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대약은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상당히 진척된 약국과징금 산정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낮추려는 대약과 그럴 수 없다는 복지부와의 줄다리기는, 2016년 4월 4일 동일 과징률 24%로 입법예고 됐던 의료기관의 과징률이 법제처에서 반려됐고 다시 재조정될 결과물을 보고 양단간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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