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열 센터장(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이제 신약개발 30년이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래 신약개발을 위한 선진 노하우를 배우고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의 퀀텀점프(대도약)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지난 5~6년)의 성과가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 성과를 통해 2017년 신약개발에 거는 기대를 정리해 보았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의 진일보

첫째, 우리나라 바이오 제품이 글로벌 매출을 실현하는 문턱에 진입하고 있다. 오리지널 대형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형성되는 글로벌 시장 기회를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이 놓치지 않고 공략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8개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예정된 가운데, 7개 품목에서 국내 기업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바이오시밀러인 엔브렐과 램시마주 등의 유럽시장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이중 램시마주는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승인(2013년)을 획득한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이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의 생산기반도 세계선두 그룹이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위한 제3공장을 완공 하게 되면 세계 2위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성과에 힘입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흑자 전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6 식품의약품 산업동향통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2015년 8억 924만 달러(9,156억원)로 2014년(5억 8,892만 달러, 6,664억 원) 대비 37.4%로 크게 증가한 반면, 수입은 7억 3,822만 달러로 2014년(8억 7,669만 달러, 9,915억 원) 대비 15.8% 감소했다.

그리고 2016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연말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서리라고 한다.

비이오기업 자금 조달 확장

둘째, 바이오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활성화되고 혁신 자본 유입도 늘고 있다. 우선 바이오기업의 IPO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전체 IPO 건수는 약 140개 수준이며 이중 약 41개(약 29%)가 바이오기업이다. 지난 15년에 비해 상장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전체 IPO 수는 전년대비 감소(15년 190개 ⇨ 16년 140개)가 예상되지만, 바이오기업의 IPO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15년 31개 ⇨ 16년 41개).

특히 코스닥은 혁신 바이오 벤처기업이 R&D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총 41개 기업 중 5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바이오기업(36개사, 88%)이었다. 또한 2016년 기술특례상장기업 총 14개 중 바이오기업이 12개일 것으로 전망된다(도표1 참조). 



또한 벤처케피탈의 바이오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벤처케피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는 벤처케피탈 투자 전체 9개 업종 가운데 최하위였던 바이오·의료 업종이 2015년에는 3,170억 원으로 ICT에 이어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업계에서는 2016년 바이오 부문 신규 투자가 4,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

셋째,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가 더욱 강화, 구체화되고 있다. 모처럼 찾아 온 바이오 부문의 새로운 활력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도 관련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을 위한 지원 정책도 속속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육성 의지가 바이오 R&D 예산 증가에 드러나 있다. 정부의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는 최근 4년간 연평균 6.4%(2011~2015년 연평균 성장률)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2015년도 기준 정부투자가 3조 3천억 원에 달해 총 정부 R&D 투자의 18.8%를 점하고 있다. 이는 IT 분야의 3조 3천3백억 원(19%) 다음으로 많은 투자 수준이다.

이처럼 증가된 바이오 예산은 태동기 바이오기술 분야에 선택과 집중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바이오 미래전략(15.3)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이 계획을 통해 민간주도 민·관 협력사업 확대, 유전자치료제 및 줄기세포 치료제 집중화 지원, 바이오 빅데이터 플렛폼 구축, 헬스케어 융합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역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존 분야 보다는 아직 시장 주도자가 없는 태동기 분야에서 선도적(First Mover) 시장창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과제와 전망

이상에서 보았던 것처럼 우리의 바이오·제약분야는 바이오시밀러를 필두로 한 세계적 생산능력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매출 실현에 다다르고 있으며, 또한 대형 바이오기술 수출 등 구체적 실적 등에 힘입어 자본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일대 붐을 형성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유망 태동기 분야에 신규 예산을 집중함으로써 미래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매출과 혁신기술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우리 바이오산업이 양적 성장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질적 변화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조명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 쇼크' 등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으면서 여전히 취약 부위를 노출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혁신적 신약 개발까지 가치사슬이 이어져야 한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끝나면 재빨리 바이오시밀러를 내놓거나 이를 대량 생산하는 구조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삼성이나 셀트리온 등이 확충한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역량과 최신의 바이오 기술 성과들이 결합돼 ‘CMO→바이오시밀러→바이오신약’ 사업으로 진화를 모색할 수 있다.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혁신 신기술을 수출하는 실적에 비추어 보면 성과창출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도표 2>와 <도표3>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들어 바이오 분야 창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한 해에 250개를 상회했던 창업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데이터 집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지만 바이오 분야가 타기술 분야에 비해 창업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된다(①). 즉, 15년 말 기준 제조업 전체 벤처기업 중 창업한지 3년 이하의 기업은 13.4%임에 비해 바이오기업은 3년 이하의 창업기업이 2.4%에 불과하다. 이는 혁신 원천의 고갈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바이오산업 생태계에도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시스템통합자(혁신 클러스터에서 창출된 기술과 제품을 사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주로 자본력과 글로벌 경험을 겸비한 대기업을 지칭)가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혁신의 원천인 벤처 창업이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혁신 성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한 측면의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들은 대다수가 10년에서 20년을 내다보는 업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10여년을 견디어낸 기업들이 우리 바이오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제품 파이프라인이 개발 후반부로 넘어서면서 매출을 이룩하고 Exit를 실현해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압력이 최근 바이오기술 수출의 증가로 연결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혁신 기술을 창출했으나, 혁신 제품의 매출로 연결하는 가치사슬이 단절된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비즈니스 역량으로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 3상까지를 지탱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임상 이후 세계시장에서의 마케팅까지를 이어가기 위한 능력을 확보하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바이오산업 생태계에 또 하나의 중요한 결함 요소이다. 우리 기업들의 혁신 성과를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R&D-생산-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의 확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선 바이오벤처 생태계의 단절 요소를 극복해 신규 바이오 벤처의 창출 역량을 복원해야한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생태계는 선진국과 달리, “창업 → 성장 → 투자회수”에 이르는 광범위한 순환고리에 단절이 존재한다(도표 4참고). 


특히 자본 메커니즘이 작동이 부족한 것이 핵심적인 요인이다.
우리나라에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다수 구축됐다. 하지만, 이들 클러스터에서도 선진국 생태계와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대학 및 연구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연구 시설이 집적화돼 겉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클러스터 내의 혁신 주체 간에 시너지는 매우 미약하다. 어떻게 보면 선진 클러스터의 영혼까지는 복제해 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사업화 전문회사가 거의 없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연구능력보다 산업·사업화 능력이 중요하며, 성공한 바이오 클러스터는 연구능력이 9배, 사업화 능력이 20배 더욱 우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사업화는 기술평가 및 서비스,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며, 미국 매릴랜드 지역 바이오 기업의 30%가 컨설팅, 자금조달 등 사업화 서비스 관련 회사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전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R&D 성과를 글로벌 마케팅으로 이어줄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국내 유인이 필요하다. 적어도 몇 조를 투자해 임상을 완료해 상업화까지 이룰 수 있는 기업이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의 대부분 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해 임상 2상에서 해외 다국적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모델을 취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우리 바이오 제약 기업들은 임상 3상과 글로벌 마케팅을 연결하는 역량을 확충하고 있지 못하다.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 바이오제약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창업 → 성장 → 투자회수’에 이르는 가치사슬이 확충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클러스터 창출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의 사례로서 아일랜드, 싱가포르(인재 육성 등) 등 후발주자들도 세제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세계 바이오 기술과 생산기반을 적극 유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약개발 30년 역사이다. 그간의 혁신적 연구 성과를 제품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마케팅 할 수 있는 역량 확충이 필요하며, 퀀텀점프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기업만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우선 글로벌 기업을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로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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