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근희 대리(대신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지난 2년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주가는 호황기와 쇠락기를 거치면서 가파른 등락을 보였다. 2015년 3월부터 한미약품의 유래 없던 큰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신약 개발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어느 기업이나 당장이라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계약 체결을 할 기세였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해져 국내 제약/바이오 랠리가 이어졌다가 2016년 하반기에 발생한 악재들로 인해 급락했다.

한미약품의 베링거 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유한양행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임상 중단, 녹십자 IVIG의 FDA 판매 허가 승인 지연 등으로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多事多難했던 2016년 





국내 제약/바이오는 흡사 미국의 바이오벤쳐와도 같다. 고밸류에이션에 대한 합리화는 얼마만큼 빠르게 글로벌 상업화에 다가갈 수 있느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판매로 매출이 안정 궤도에 올라 발생하는 수익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바이오벤처는 보유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이 성장 동력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제약/바이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잇따른 임상 지연, 실패 등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 주가는 올해 상반기 고점대비 40% 하락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제약/바이오는 작년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동향을 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미약품과 같은 큰 규모의 기술 계약이 가능한지, 한 기업의 기술 계약이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은 미국 시장

글로벌 처방약 시장은 2015년 7,4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인해 의약품 매출이 증가했다. 미국은 글로벌 처방약 매출 중 34%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 의약품시장 비중이 큰 이유는 바로 고가의 약값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브랜드 의약품 평균 약값이 약 100% 상승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제약 회사의 이익률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헬스케어 섹터 주가 또한 상승세로 이어졌다. 약값 인상을 통한 수익 개선은 새로운 사업의 확장 및 신약 개발에 있어 포트폴리오 확대로 이어지면서 M&A와 전략적 제휴의 횟수및 규모가 확대됐다. 



트럼프 당선, 약가 인하 리스크 해소? 

2015년 9월, 힐러리 클린턴이 약가 인하 발언으로 정부 차원에서 약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 예상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에 헬스케어 분야가 주가 하락 압력을 받아왔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약가 인하 우려가 소멸됐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면역항암제인 옵디보 등 비싼 약가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커지면서 사실상 약가에 대한 규제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트럼프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약가 인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상태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은 실적 발표 때 오리지널 의약품인 Enbrel(엔브렐)에 대해 2017년에는 의약품급여관리자와의 협상에서 추가 약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는 현재 약가 인하 압력과 약가 인상 제한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높은 브랜드 약값으로 의료비 부담이 증대됨에 따라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미 주정부 차원에서 가격 담합 조사를 지난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네릭 제조업체들은 미국 연방 검찰로부터 약값 담합 혐의로 형사고발을 당한 상태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전망

▷ 글로벌 및 국내 제약/바이오 주가 동반 하락 가능

약가에 대한 규제로 인한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2017년에는 제약사 구조조정이 강행될 예정이다.

▷ 수익률 저하는 효율적 R&D 투자로 이어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의 영업 인력 감소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도 전문화하면서 R&D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가 그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던 근거인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Internal R&D 보다 External R&D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의 미국시장 매출 증가

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대체제가 존재하는 제네릭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이어져 제네릭/바이오시밀러 보험 급여 확대 현상이 나타나고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투자의 Key? 지연된 임상의 재개

2017년 국내 제약/바이오의 상승 모멘텀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돼야할 부문은 바로 한미약품의 지연된 임상의 재개이다.

현재 사노피와 얀센이 개발 중인 신약이 한미약품의 신약 생산 문제로 임상이 지연되고 있다. 임상 재개만이 불확실성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R&D 모멘텀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소문에 의존하지 말고 임상시험 결과를 확인하면서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봐야 한다. 즉, 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를 토대로 경쟁 약물 대비 우수성과 글로벌 상업성을 고려하는 것이 투자의 잣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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