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글로벌 제약업계는 미국 재무부의 세금회피 규제정책으로 말미암아 지난해 성사된 화이자와 앨러간의 초대형 M&A가 좌초되는 등 기업 간의 메가 인수합병이 위축됐으나 그럼에도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기업 간의 합종연횡은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진 한해였다.

이와 함께 미국시장에서 3종의 바이오시밀러 제제가 승인되며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됐으며 면역항암제의 발매와 매출 상승, 인공 췌장 의료기기의 등장이 눈길을 끌고 영국의 브렉시트 및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의 외부변수로 인한 제약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한해이기도 했다. 주목을 받았던 몇몇 이슈들을 살펴보며 올 한해를 정리하고자 한다.

2016년 M&A 희비교차

올해 제약업계는 2015년과 같은 굵직한 M&A 및 사업부 인수 등 메가딜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일부 주목할 만한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다만 미국 재무부의 강력한 세금도치 규제 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화제를 모았던 화이자와 앨러간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등 희비가 교차했다.

우선 화이자는 1,600억 달러의 규모의 앨러간과의 인수합병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합병에 합의한 양사는 35%에 달하는 미국 법인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새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외국기업의 최근 3년 내 M&A(인수합병)로 취득한 미국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규제법안이 통과되면서 화이자의 조세회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화이자는 앨러간에 4억 달러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합병을 철회했다.

이후 적절한 M&A 대상을 물색하던 화이자는 8월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메디베이션을 140억 달러에 인수하고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와 면역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했으며 AZ의 항생제 사업부 역시 최대 6억 달러를 지불하고 인수하는 등 몸집불리기에 성공했다.

화이자 외에도 샤이어가 1월에 박스앨타를 320억 달러에 인수하고 세계 최대 희귀질환 전문제약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며, 메디배이션 인수 경쟁에서 밀린 사노피는 자사의 동물의약품 사업부(메리알)를 베링거인겔하임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와 맞교환하는데 합의했다.

한편, 화이자의 인수합병 대상이었던 앨러간은 테바에 자사의 액타비스 제너릭 사업부를 400억 달러에 매각했다.

FDA, 3종 바이오시밀러 승인

지난해 산도즈의 뉴포젠 바이오시밀러 '작시오(Zarxio)'가 바이오시밀러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이래로 올해는 3개의 바이오시밀러가 FDA의 허가를 취득하면서 승인의 물꼬를 트고 바이오시밀러 제제의 신뢰성을 높인 한해였다.

먼저 화이자/셀트리온의 레미케이드(Remicade, infliximab) 바이오시밀러인 '인플렉트라(Inflectra)'가 지난 4월 FDA의 승인을 획득하고 11월 말부터 미국시장 발매에 들어갔다. 인플렉트라는 미국시장에서 발매가 착수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형 모노클로날 항체(mAb) 약물이자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형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건선, 건선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적응증에 사용이 가능해졌다.

인플렉트라에 이어 8월에는 산도스의 엔브렐(Enbrel, etanercept) 바이오시밀러인 노바티스의 '에렐지(Erelzi)'가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건선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소아특발성 관절염 등 다발성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이어 9월에는 애브비의 휴미라(Humira) 바이오시밀러인 암젠의 '암제비타(Amjevita)'가 FDA의 승인을 획득하며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건선, 건선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소아 특발성 관절염 등의 다양한 적응증에 사용가능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승인이 이어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제제에 대해 미국시장이 개방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오리지널 제품과의 특허침해 소송으로 인해 예상보다 발매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례로 화이자는 존슨앤존슨과의 특허침해 소송의 위험을 불사하고 11월 발매를 시작했으며 암젠 역시 애브비와의 특허 소송으로 인해 당초 내년부터 시판하려던 계획이 연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3개의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외에도 아포텍스의 필그라스팀( Filgrastim, Grastofil), 페그필그라스팀(Pegfilgrastim), 삼성 바이오에피스/MSD의 SB2(infliximab), 화이자의 리타크리트(Retacrit, Epoetin alfa) 등 일부 바이오시밀러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폐암 치료분야 면역항암제 약진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을 찾아내 암세포의 면역회피 기능을 마비시키고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돕는 작용기전을 지닌 면역 항암제는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치료제'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기존 항암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올해에도 다양한 적응증으로 승인을 획득한 면역항암제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신약후보 약물들의 임상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으며 일부는 반응률, 생존율,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우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비소세포 폐암 치료분야에서의 면역항암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면역항암제 선두주자 '옵디보'와 '키트루다'

올해 면역항암제 시장의 중심에 선 기대주 약물은 단연 '옵디보(Opdivo)'와 '키트루다(Keytruda)'였다.

지난해 FDA의 승인을 획득한 바 있는 옵디보는 현재 체크포인트 저해제 계열 약물의 톱 셀링 약물로 흑색종 1차 치료제, 비소세포폐암과 신장세포암, 듀경부암, 호지킨림프종의 2차 치료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승인된 바 있다. 방대한 임상 연구에서 환자의 생존 이익이 입증된 바 있으며 수십 건의 복합 임상시험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옵디보는 임상시험에서 폐암 관련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어 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는 데 실패해 현재 2차 치료제로 사용 중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에 반해 옵디보의 경쟁약물로 PD-1저해제 계열로는 최초로 승인을 획득한 바 있는 키트루다는 흑색종 및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치료제로 사용 중이다. 특히 지난 10월 면역항암제 중에서는 최초로 PD-L1 발현이 높고 EGFR 혹은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을 획득하면서 내년에는 옵디보와의 매출 격차를 좁히며 블럭버스터급 약물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항암제의 간판 주자로 두 약물은 앞으로도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하며 매출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애널리스트들은 2022년 옵디보가 14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1위 처방 의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22년까지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44%, 4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초 PD-L1 표적항암제 '티센트리크'

방광암에 승인된 바 있는 로슈의 '테센트리크(Tecentriq, atezolizumab)'가 지난 10월 백금 함유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진행 중 또는 진행한 후에도 증상이 악화된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들을 위한 2차 선택약으로 적응증이 추가됐다.

티센트리크의 승인은 PD-L 1 발현 여부와 무관하게 전이성 폐암 환자의 2차 선택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PD-1 표적 치료제인데 반해 테센트리크는 최초의 PD-L1 표적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애널리스트들은 티센트리크가 다수의 암 적응증에 대해 추가 승인이 이루어질 경우 2020년에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초 인공췌장 의료기기 등장

혈당 수치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하는 인공 췌장 시대가 열렸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인공췌장인 메드트로닉의 '미니메드 670G(MiniMed 670G)'이 FDA 승인을 획득한 것.

미니메드 670G 시스템은 환자의 혈당 수치 변화에 따라 인슐린 투여량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폐쇄형 루프 시스템(Hybrid closed looped system)’으로

14세 이상의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를 자동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 용량의 기저인슐린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제품은 몸에 다는 미니메드 670G 인슐린 펌프, 인슐린 전달을 목적으로 펌프와 연결돼 인슐린을 전달하는 카테터 동반 주입용 패치, 7일간 착용하며 혈당 측정을 위해 피하 부착하는 센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24시간 지속적으로 혈당수치를 측정하며 매 5분마다 혈당 수치를 측정한 뒤 인슐린 투여 여부를 자동으로 결정한다.

FDA는 메드트로닉에 670G 시스템의 실질적 효용성 평가를 위한 시판 후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으며 메드트로닉은 내년 봄 미국에서 우선 시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산업 미래 불확실성 증가

예상치 못했던 영국 '브렉시트' 쇼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제약산업 역시 불확실성의 미래에 빠진 한해였다.

먼저 지난 6월 영국이 국민투표에 의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면서 영국 제약업계는 '규제와 승인의 불투명성'에 직면하게 됐다. 향후 탈퇴 과정 협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나 지적재산권, 품질기준, 임상시험 규정, 제품 승인 기준 등이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EMA 허가를 받으면 EU 28개국과 EEA(유럽경제지역) 3개국 등 총 31개국에 대해 별도의 허가승인 절차 없이 행정적 절차만으로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계기로 허가 단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런던에 소재한 EMA와 유럽단일특허재판소의 생명과학부문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및 규제 등과 관련해 EU 내의 각종 사안에서 논의를 주도해 온 영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글로벌 제약기업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기는 했으나 이는 클린턴 후보의 처방약 가격 인하 공약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되며 전반적으로 제약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가에 대한 인위적 개입 없이 시장경쟁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빍힌 바 있으나 이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가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비보험 환자 약 3,200만 명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메디케어 프로그램의 주요 확장과 관련된 오바마케어(Obamacare)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외자 기업들에게 제너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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