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들이 허가만 받은 채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위험분담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혜택을 받은 약제는 10여개에 불과하다. 물론 전과 비교해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신약이 나와도 급여 대기기간이 길면 그 만큼 경제적 부담이 커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 만큼 투약 편의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먹는 약’인 젤잔즈. 지난 2014년 4월 허가를 획득한 젤잔즈는 현재 생물학적제제 치료가 실패할 경우 3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를 받고 있다. 국내 빅5 병원 모두에 랜딩 된 이 약은 경구제라는 옵션을 장착하고 편의성과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단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최근 기존 병용요법 대비 단독요법만으로도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급여였다. 

혁신신약이 급여 벽에 막혀 효율적인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결국 정책이 의학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젤잔즈에 대한 1차 치료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C형간염 신약 ‘소발디'가 국내 보험급여를 등에 업은 뒤 5개월 만에 분기 매출 1위를 꿰찼던 것만 봐도 환자 접근성 제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수천만 원에 달했던 비싼 약값이 문제였단 의미다. 

일반 신약에 비해 급여율이 낮은 항암제 역시 문제점은 마찬가지. 

3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항PD-1 계열의 면역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와 BMS의 ‘옵디보’도 지난해 4월 허가 이후 아직까지 보험급여 적정대상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우리와 보험급여체계가 비슷한 영국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서 키트루다 사용 시 보험급여 적용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만약 키트루다가 급여권에 안착된다면 국내 급여적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향후 진행상황에 기대가 모아진다. 

정부와 제약사 간 줄다리기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만 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앞서 지오트립이나 이레사와 같은 표적항암제로 치료를 받다가 T790M 내성변이가 생겨 더 이상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유일한 대안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타그리소.

개발단계에서부터 한국인들이 임상에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급여등재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타그리소의 약값을 지원해주던 환자 지원프로그램 신청도 종료돼 환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40~50대 여성 사망원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유방암 치료제 역시 대다수가 비급여 상태다.

지난 2007년 허가된 파슬로덱스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허가된 캐싸일라와 퍼제타 등은 수 년째 급여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환자들의 급여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들의 1년 치료비는 7천만 원~1억여 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새로 허가된 항암 신약의 보험 등재율은 29%에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다.

특히 혁신적이거나 의학적 요구도가 높은 항암 신약일수록 급여 적용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은 신속 승인 절차로 항암 신약을 보험 등재한 비율이 OECD 평균 54%였지만 우리나라는 8.5%에 불과했다. 

게다가 항암 신약이 허가를 획득한 뒤 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시간은 선진국의 경우 통상 8개월이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약 1년 8개월 정도 걸려 약 2.5배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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