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

최근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산업 투자시장에 대한 인식이 점차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기술수출 개발로 6조4698억 원에 달했던 한미약품의 시가 총액이 불과 며칠 사이에 4조4141억 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은 약 2조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늑장공시’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난 여론과 함께 제약ㆍ바이오주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제약ㆍ바이오주 138개 종목 중 129개 종목이 하락세를 맞았고, 11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활발한 연구개발을 전개하면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현 시점에 모든 기업이 저평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 현황은 총 180개 품목 중 개량신약 107개(59.4%), 신약 33개(18.3%), 바이오시밀러 10개(5.6%), 원료의약품 8개(4.4%)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제약기업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 시장가치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구개발 중심 우량 제약기업 발굴
자본시장서 정당한 평가 통한 가치 인정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지난해부터 ‘연구개발 중심 우량 제약기업 IR(Investor relations)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IR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우량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및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활동을 말한다.

조헌제 이사는 “국내 제약산업은 초기에 대부분 완제의약품의 수입 또는 해외 기술에 의존적이었으나 현재는 정부의 신약개발 집중 지원과 함께 국내의 축적된 R&D 역량을 통해 고부가가치성 바이오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약기업 고유의 연구개발 역량 및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현재 및 미래의 정당한 가치 평가를 통해 원활한 투자 유치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정부, 국민,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중심 제약산업 및 신약개발 등 혁신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본은 거대한 반면 제약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미한 편이다.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정체성 및 비전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제약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같은 홀로서기로는 한계가 있고, 이같은 투자환경은 오래 가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IR을 통해 기업의 장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의 한계와 문제점, 애로사항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투자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통해 투자자들에는 원활한 투자환경을 구축, 제약기업은 자본시장으로부터 혁신투자재원(財源) 조달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령·제일약품 외 바이오 제약기업 참여
IR 이후 10~20% 가량 시장가치 상승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의 IR사업은 지난해 10월 유진투자증권과 첫 스타트를 끊었다. 대표적으로 보령제약, 제일약품과 바이오 제약기업인 올릭스와 지트리비앤티 등이 참여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창업투자회사 애널리스트, 심사역 등 100여명의 관계자들에게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조 이사는 “지난해 10여개 신청 기업 중 2~3곳은 보류 및 탈락했고, 7개 기업이 IR에 참여했다”며 “신약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던 우량 기업들이 IR을 통해 10~20% 가량 시장가치가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고,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올해는 신한금융투자와 공동으로 개최, 현재까지 8개 기업이 신청했고, 이 중 1차로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한국전통의학연구소에 대한 기업설명회가 지난달 28일 진행됐다. 남은 6개 기업은 남은 3달간 각 2개 기업별로 IR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 이사는 “IR에 대한 제약회사들의 반응은 여론의 주목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과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기업으로 나뉘고 있다”며 “현재는 공개적으로 나서기를 거리끼는 기업이 많은데 금융 분야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기업에 대한 인식도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기업 상당수 IR 전문인력 부족
우량제약기업IR위원회 구성 … 방향성 제시 등 조언


이와 관련해 국내 제약기업들의 참여가 낮은 것은 아직까지 IR사업에 대한 전문성 및 인력 부족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조 이사는 “외국 기업들의 경우 IR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은 반면 국내 기업, 특히 제약기업 상당수가 IR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조합 산하에 외부 자문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량제약기업IR위원회를 통해 기업의 능력과 수준 파악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R위원회는 제약기업의 IR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사전 자료 검토를 통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고평가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기업들도 1차적으로 거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정해준 표준지침과 양식, 가이드라인을 통해 IR이 진행되는 만큼 준비된 기업만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조 이사는 “그동안 제약산업에 대한 투자시장은 왜곡돼 있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부터 임상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그만큼의 기여도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IR은 제약기업 스스로 가치전달을 체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기업들이 스스로 나서서 IR을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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