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정 의약품에 대해 허가된 적응증 외에도 처방이 가능토록 법령 내 고시 신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약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달말까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심평원장이 임상적으로 보편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공고한 약제에 한해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요양기관에서 비급여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고시는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첫 타자로 거론되고 있는 의약품은 항암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과거에 황반변성 적응증이 없음에도 IRB 심사를 받은 기관을 통해 치료에 사용돼 왔고, 주의할만한 부작용 사례도 없었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반면, 이번 고시에 암과 같은 특수 질환에 대한 적응증은 포함되지 않자 허가초과 약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폐암 투병 중인 한 환자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등 획기적인 암 치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이라는 이유로 해당 치료제를 처방조차 받지 못하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명유지에 촌각을 다투는 암 환자에게 치료제 처방이라도 가능토록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극소의 환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없으며 의사들 역시 적응증이 없는 포지션에 처방했다가 심평원의 삭감 대상이 될 수 있어 처방을 기피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폐암 1차 치료제인 ‘이레사’와 ‘타쎄바’에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 ‘지오트립’이 최후 대안 치료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의사들이 처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나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경우 허가범위 외에도 처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심평원 약제기준부 박영미 부장은 “이번 고시는 일반적인 적응증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대한 적응증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사회적 책임과 안전성 등의 문제로 암 치료에 대한 적응증 확대는 IRB가 있는 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환자 포지션이 매우 다양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모든 포지션에 대한 적응증 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당 치료제가 아니면 생명이 위급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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