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핵의학과 이보은 약사]

병원에서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은 환자들의 진료 및 치료에 많이 쓰이지만 약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이어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 피해가 대두되면서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과 방사성의약품을 다루는 병원 내 핵의학 분야로 진출한 약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성의약품 전문가를 꿈꾸며 방사성의약품 합성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는 약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핵의학과에서는 유일하게 여성 약사인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이보은 약사를 만나 ‘방사성의약품’ 분야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남들이 기피하는 분야서 과감히 도전

이 약사는 “당시에는 선택강의로만 들을 수 있었던 방사성의약품 수업이 최근 주목받으면서 약사고시에도 출제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재 약대생들이 방사성의약품 과목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졌음에도 두려움으로 인해 관심도는 많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9년 서울대학교 핵의학과에 약사로는 첫 취업 후 올해로 근무 7년차를 맞았다. 그러나 그녀도 처음부터 ‘방사성의약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약사는 “솔직한 심정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 경쟁이 치열한 일반 약물이나 화학 분야에서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며 “진로 고민 중 문득 대학 때 선택강의로 방사성의약품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당시 강의를 맡았던 정재민 교수님께 연락해 조언을 얻고 방사성의약품의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비록 선배 약사들이 없는 만큼 혼자 익히고 버텨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해내면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이 약사를 ‘핵의학과’로 이끌었다는 것. 

포화상태 약사, 이젠 핵의학에 주목할 때

국내는 이미 약국 포화상태이고 6년제 약사가 대거 배출되면서 개국‧제약‧병원 등에서 약사들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이보은 약사는 핵의학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약사는 “세계적으로 방사성 의약품에 대한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사용도 많아지고 있다.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곳도 늘어나고 있고, 맞춤의학의 대표 모습이자 현대의학의 트렌드로 불리고 있는 분야”라며 “정부가 앞으로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핵의학이 이슈화되고 있고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약사들에게도 ‘블루오션’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방사성의약품도 제조관리를 위해 약사를 두도록 돼 있지만 이 분야로 오는 약사들이 거의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고 사실상 방사성의약품 관련 업무는 대부분 화학 전공자들이 진출, 개발해왔다”며 “방사성의약품도 환자를 진단 및 치료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사들이 제조관리를 해야 하고 화학 전공자들의 경우 의약품 제조를 단순히 ‘물질’로만 생각하는 반면 약사들은 교과과정에서부터 ‘생명’을 다룬다는 기본 마인드를 전제로 깔고, 면허를 걸고 하는 일인 만큼 책임감도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핵의학, 알고 관리하면 안전

이와 함께 핵의학과에서 하는 업무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했다.

이 약사는 핵의학과에서는 방사성핵을 물질과 결합해 방사성 의약품을 만드는데 암 진단을 위한 글루코스 유도체 FGD(Fludeoxyglucose)나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방사성요오드 등을 제조하거나 의료기사들이 생산한 의약품에 대해서도 검토 및 승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약사는 “CT나 MRI 같은 경우는 구조적인 부분은 디테일하게 볼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한 암세포는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방사성 의약품인 FGD를 이용해 감마카메라나 스펙트(단일광자 단층촬영)를 찍으면 분명히 암이 있는 부분, CT나 MRI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암세포에도 방사성이 나오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사성’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고 있는 안전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약사는 “방사성의약품에 들어있는 방사능은 반감기가 짧아 1시간 내로 체내에서 사라져 방사성에 대한 위해는 거의 없다”며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방사성의약품을 자주 접하는 제조관리자나 간호사들의 피해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방사성 의약품을 다루는 제조관리자로서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이 약사는 허가 문제를 꼽았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이 끝나고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으면 바로 환자에게 쓰일 수 있지만, 방사성 의약품은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적용돼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진짜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지 1년간 심사를 또 받아야 해 환자들이 적기적소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