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한 국제당뇨병연맹 차기 회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세계 보건의 날’ 주제로 ‘당뇨병과의 전쟁(Beat Diabetes)’을 선정하는 등 당뇨병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또한 당뇨병 환자가 약 320만 명, 당뇨병 고위험군은 660만 명에 이르는 등 당뇨병 인구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당뇨병이라는 질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당뇨병 사망률이 5번째로 높은 국가로 알려진 반면 혈당 조절에 성공한 환자들의 비율은 26%에 불과한 당뇨병 관리 취약 국가로 꼽힌다.

이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는 국내 당뇨병 환자들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꾸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국제당뇨병연맹(IDF)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 국내외에서 당뇨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남한 교수(한국당뇨협회 명예회장)를 만나 당뇨관리의 문제점과 향후 대응책 등을 들어보았다. 



의료취약지역 산재·낮은 당뇨관리 의식
우리나라에도 체계적 교육 시스템 절실


조남한 교수는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당뇨병연맹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간 차기 회장직을 수행하고, 2017년 12월부터 2년간은 총회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처럼 4년간 실질적으로 회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국제기구인 UN이 지지하는 단체이면서 168개에 달하는 회원국을 방문 및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아시아 국가들도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지만 그동안 국제당뇨병연맹은 60여년이 넘도록 유럽계 회장들이 독식하면서 아시아권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조 교수는 “전세계 당뇨병 환자가 공식적으로는 4억1,500만 명으로 알려졌지만 미진단 환자들과 아프리카 등 검진과 확진이 이뤄지지 않는 국가의 잠재된 환자 수와 고위험군까지 감안하면 10억 인구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뇨병 발병의 70%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에서 당뇨병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의료취약지역이 산재해 있고 당뇨병 관리에 대한 국민의식이 낮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전문인·환자 대상 ‘세계당뇨병학교’ 설립
인터넷 및 지역 통한 무료 교육 전개 예정


이에 조 교수는 현재 국제당뇨병연맹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 가지 당뇨병 관련 사업이 국내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당뇨병연맹에서 추진 중인 첫 번째 사업은 ‘당뇨병 교육 시스템’이다.

조 교수는 “당뇨병은 치료가 아닌 평생토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정상인으로는 돌아올 수 없지만 정상 혈당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에게 너무 어렵게 교육이 이뤄질 경우 교육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과정으로 접근하기 위한 전문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환자도 어느 수준이 돼야 질환과 관리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환자와 전문인 교육을 아우를 수 있는 연맹 차원의 ‘학교’ 설립을 세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 학교를 일명 ‘세계당뇨병학교’라고 소개했다. ‘세계당뇨병학교’에서는 웹 기반의 인터넷을 통한 교육이 가능하며, 지역마다 전문인이나 환자들이 언제든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외된 환자들 위한 ‘당뇨 전문클리닉’ 개설
당뇨약·인슐린 및 망막병증 등 검진 무료 제공

이와 함께 조 교수의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되는 2018년쯤 집행될 사업으로 ‘다이빗타트(Diabetes+tat) 프로젝트’가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전개한 사랑의 집짓기 사업(Habitat Project)에서 모티브를 딴 이 사업은 소외된 국가나 지역에 당뇨 전문클리닉 운영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당뇨 전문클리닉’은 20~30평정도 규모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버려진 건물을 리모델링 방식으로 마련되며 건물 입구에는 연맹 로고도 새겨진다. 이 클리닉에서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약이나 인슐린을 무료로 제공하고 당뇨병 상태를 알 수 있는 스크린 검진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클리닉에 들어가는 모든 장비나 의약품은 모두 제약회사나 관련 업체를 통해 기증받는 형태로 이뤄지며,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인력도 투입,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외국회사에서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됐는데, 이 장비 또한 기증받기로 결정됐다. 이 장비는 스캔 방식으로 망막의 정상, 비정상 상태를 구분해주며, 당뇨 망막병증을 초기에 알 수 있어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당뇨특화도시를 선포한 충청북도 충주시와 당뇨예방센터를 만들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의료 전문인 단체에 대한 제약사 관심 당부
기증 통해 효능 증명 … 글로벌 진출 기회 삼아야


아울러 조 교수는 “IDF는 전 세계 의사 등 전문가들이 봉사하기 위해 모인 의료 NGO로, 인도적 차원에서 소외된 국가와 지역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연맹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의약품 및 장비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 많은데 국내사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

조 교수는 “IDF는 전 세계 의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연맹 외에 의료 전문인 단체에 의약품 기증이 이뤄질 경우 전세계 의사들이 그 약을 써보고 효능을 직접 판단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갖는데 이러한 단체를 이용한다면 보다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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