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돌 특집Ⅱ]선택 아닌 필수 ‘오픈 이노베이션’
바이오의약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
 

지난해 우리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메르스 사태까지 맞물려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에 불과했다. 그나마 산업 전반에 걸쳐 희망의 불씨가 되어준 것이 있다면, 바로 바이오 산업분야일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이나 셀트리온의 FDA 승인에 대한 긍정적 신호 등이 대표적이다. 또, 2014년 기준 국내 제조 및 산업 전반의 성장률이 1~2%에 불과한 가운데, 바이오산업의 성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바이오산업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점쳐진다.

UN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기준, 2016년의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 2.9%, 한국 경제성장률 3.0%의 밝지만은 않은 현 상황에서, 우리경제에 바이오산업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오의약 분야의 성공을 견인하는 요소인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현주소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경우, 한국바이오협회의 2014년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생산규모는 7.6조 원에 이르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전자산업 및 제약산업의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불과하고, 2014년의 경우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하고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 바이오의약과 바이오식품이 생산과 내수의 70% 이상을 차지했고, 바이오의약 분야의 수출은 1조 3,430억 원으로 전년대비 18.2% 증가해 바이오산업 전체 수줄 증가를 견인했다. 바이오의약분야의 주요수출품목으로는 면역억제제가 12.4%로 높게 나타났고, 이어 백신, 진단키트, 바이오센서, 항암제, 혈액제제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는 기술수출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8조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달성했고, 이후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잇달아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9일 미국 FDA 자문위원회를 통해 관절염치료제인 램시마의 판매 허가를 권고 받았고, 4월 FDA의 판매 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램시마는 2014년 글로벌 시장에서 약 12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항체신약인 레미케이드의 효능을 생물제재를 이용해 유사하게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다. FDA에 허가신청을 낸 최초의 항체의약품이다.

또 하나의 국내 핵심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3월 유럽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SB2’의 허가를 신청했다. 빠르면 올 상반기 유럽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며, 또 올해 내 미국 허가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사례

최근 국내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일어나는 가시적인 성과들의 핵심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그 답으로 꼽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방형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

의약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소는 물론 타기업 등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단 하나의 바이오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5년의 시간과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기업이 신약개발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해결한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때문에, 신약개발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

우리보다 신약의 역사가 오래된 해외 대형제약사들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금과 시간을 절약하며 신약개발을 완성해왔다.

GSK는 개방형 혁신의 대표 사례 모델을 구축해 다양한 파트너 기업과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신약개발 초기단계에는 기업에 펀드를 제공하고 이후 GSK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MSD의 세계 최초 암 예방 백신인 가다실도 세계 곳곳에 파견한 지역 전문 과학자를 파견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통해 개발된 사례이다.

로슈는 질환에 맞는 전공학과와 공동연구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화이자도 학계와 연계해 개발된 제품을 공동소유하고 판권을 화이자가 소유하는 전략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제약분야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향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올 초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개최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과 우리 제약계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부터 외부연구개발(eR&D)팀을 운영 중인 한미약품의 경우 외부에서 들여와 시작한 R&D 결과물의 상품화 성공률이 사내 단독으로 진행한 방식 대비 3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한미약품은 향후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신규로 비만, 당뇨, 항암, 자가면역 분야의 비임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총 29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우리 제약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또, 신약을 개발하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 상당수는 원천기술의 50~60%를 외국의 벤처나 제약사들부터 찾는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 제약기업들이 그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 국내 제약사들과의 협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도 열린 자세로 협업해 나가야 할 때이다.

특히,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보유기술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학교 및 연구기관과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의약분야의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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