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돌 특집Ⅱ]선택 아닌 필수 ‘오픈 이노베이션’ 

한국형 신약개발과 바이오벤처 역할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2015년 글로벌 제약산업의 규모는 약 1,200조 원으로 자동차(600조 원), 반도체(400조 원)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산업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제약사들의 신약연구개발 전략의 가장 큰 두 축은 M&A와 In-licensing 확대이다. 이 두 전략이 채택된 배경은 Innovation Gap(연구생산성 저하)와 Patent Cliff(특허절벽)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제약산업의 위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제약사의 위기대응 전략은 우리나라와 같이 신약후보물질 창출과 초기개발 역량을 갖춘 벤처들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주요 글로벌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in-licensing 비율이 50%를 넘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제약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신약개발후보를 발굴하기만 하면 개발자가 주도권을 쥐고 Licensee를 고를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2015년 미국제약협회(PhRMA)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후보물질, 약 3조 원의 투자 그리고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신약개발을 한국의 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들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 아래서 한국의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신약개발 모델은 무엇인가?’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한다면 ‘한국형 기술이전 모델은 무엇인가?’라는 이슈는 글로벌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글로벌 신약 개발의 의미

이와 같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꾸준히 성장하는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글로벌 제약시장은 1,200조 원이 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향후 꾸준히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항체 치료제들은 현재까지 수조 원 단위의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리툭산, 허셉틴 등의 블록버스터 항암 항체들은 연단위로 8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꾸준한 In-licensing을 진행하고 있으며 레고켐바이오를 포함한 한국에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딜(Deal)을 성사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연 매출 조 단위의 블록버스터 신약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 기술이전의 경우 개발 단계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5~20%의 로열티와 별도로 Upfront 그리고 Milestone 규모도 수억 달러에 이른다. 아래의 표는 레고켐바이오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의 주요기술이전 사례를 정리한 내용이다.

이들 사례에 정리된 바와 같이 임상 단계별로 차이가 있지만 해당 제품이 상업화 될 경우 개발사는 5~20%대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매출 기준은 10억 달러 이며(한국의 경우 1,000만 달러, 중국 18,000만 달러 수준), 비임상~1상 임상단계 기술이전 로열티는 10% 수준이다. 즉 과거 기술이전 한 후보물질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경우 개발사는 매년 1,0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K-IFRS 회계기준에 따른 임상2상 단계까지의 모든 연구개발비용은 당기 비용으로 처리되므로 상업화 이후의 받게 되는 로열티는 비용이 없는 순이익이 된다. 이는 2014년 기준으로 1조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유한양행의 영업이익 보다 많은 금액이다. 1개의 신약개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사 한 개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의미를 가진다. 



레고켐바이오의 오픈 이노베이션

한국에서는 2015년 한미약품이 잇따른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통해 국내 제약사의 R&D 역량을 세계시장에서 증명했지만, 아직은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이 단독으로 후보물질 개발에서부터 미국 FDA의 허가까지의 전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제약 산업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이다. 레고켐바이오의 김용주 대표이사는 LG생명과학에서부터 시작해 신약개발을 위한 외길을 30년 동안 걸어왔다. LG생명과학에서 최초의 신약 글로벌기술이전, 국내최초 FDA 허가 신약개발 담당자, 미국 현지 연구소장, 신약 연구소장으로서의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약개발 과정의 모든 역량을 다 갖추진 못하더라도, 서로 보완, 협업 할 수 있는 회사들이 서로 open mind를 갖고 힘을 합치면 비록 산업기반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영세할지라도 협업을 통해 많은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업 모델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한국의 신생 바이오 벤처로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한국형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표1> 레고켐바이오 주요 기술이전 사례 

분야

기술이전

Licensor → Licensee

계약내용 및 조건

계약 단계

ADC SMARTag  Catalent - 다수 타겟 ADC 플랫폼 / 6.2억$ (16.01) 후보물질
platform → Roche (기술사용료)
Fleximer Mersana  - 1차, ADC 플랫폼 기술이전 / 3.0억$ (15.01) 후보물질,
platform → Takeda - 2차 ADC 플랫폼 기술이전 / 7.5억$ (16.20) 전임상
- XMT 1522: 미국 캐나다 외 WW 기술이전 (기술사용료)
(Upfront 4,000만$, IND 2,000만$, 지분투자 2,000만$)  
항생제 시벡스트로 동아제약 - 1,700만$ + 한국 및 아시아 판권 비임상
(트레졸리드) → Trius
  Trius - 9,400만$ + royalty: 약 15% / 미국시장 대상 임상2상
  → Bayer ☞ 전세계 기준 약 4억불 규모
OP-0595 Meiji Seika - 7.5억$ + royalty 임상1상
(BLI) → Roche ☞ 임상 1상 단계에도 불구, 큰 규모 
항응혈제 리바록사반 Bayer - 2.9억불 + royalty / 미국시장 대상 임상2상
→ J&J ☞ 전세계 기준 약 9억불 규모 이후
아픽사반 BMS - 10억불 + royalty 임상3상
→ Pfizer


▶한국형 글로벌 신약 개발 모델(3자 분업방식, “임상 2a 모델”)

글로벌제약사가 가장 많이 포진한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신약연구개발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후기임상(임상2b~3상)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과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술이전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중기임상(임상1상~2a) 또한 바이오벤처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의 대안으로 신약벤처와 국내제약사가 임상 1상~2a 단계에서 글로벌제약사 기술이전까지 서로의 강점, 즉 신약벤처의 후보물질 발굴 기술과 국내 제약사의 중기임상 개발력을 활용해 상호 협력하고 글로벌제약사 기술이전 후 profit-sharing 하는 3자 분업 모델이 있다.

레고켐은 한국형 신약개발모델을 통해 현재 녹십자와 항응혈제, ADC 관련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항응혈제는 임상1상을 완료했으며 향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할 예정이다. 



▶지역 분할형 기술이전 모델(지역판권 분할, 로컬 → 글로벌)

지역 분할형 기술이전 모델은 임상2a 단계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best-in-class 신약의 경우 적합하며, 1차적으로는 중국 등 자국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는 로컬 제약사와 초기개발 단계에서 해당 시장만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임상 1상 또는 임상 2a를 마친 후 글로벌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작년 중국 최대 제약사인 Fosun Pharma(푸싱제약)과 ‘허셉틴 ADC’ 에 대해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약 200억 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계약을 통해 Fosun Pharma는 해당 ADC 항암제에 대한 중국 판권을 갖게 되었으며 이 계약을 통해 당사는 Fosun Pharma가 중국에서 진행할 전임상, 초기임상 단계의 데이터를 활용해 메이저 시장인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지역 분할형 기술이전을 통해 로컬 제약사는 바이오벤처 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통해 로컬시장의 판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바이오 벤처 기업은 추가적인 개발비용 없이 로컬기업의 비임상 및 임상 개발 데이터에 대한 사용권리를 확보하여 글로벌 기술이전에 활용할 수 있다. 



▶해외 바이오벤처 기업과의 공동연구(공동연구 → 글로벌 기술이전)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을 결합하는 ADC의 경우, 치료제의 특성에 따라 항체, 링커, 톡신 등 많은 분야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각각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들 간의 공동연구도 신약을 개발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동연구 이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하게 되며 개발과정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분할하게 된다.

레고켐의 경우 현재 프랑스 항체 전문 회사인 Theranyx와 차세대 ADC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레고켐의 ADC 원천기술, 링커기술 그리고 Theranyx가 보유한 항체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 중에 있으며 해당 Project는 산업통상 자원부가 지원하는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되어 3년간 한국, 프랑스 양국의 자금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위의 세 가지 모델 이외에도 질환에 대한 Unmet Needs가 확실한 경우 후보물질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이전이 가능하며, 동아제약의 시벡스트로 성공사례와 같이 전문개발회사와의 협업을 통한 JV(조인트벤처)설립 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하는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표2>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 

과제명

파트너사

Target / Indication

개발현황

Open Innovation

(신약개발 모델)

ADC 녹십자 Mesothelin 후보발굴 한국형 3자 분업방식
항응혈제 녹십자 Anti-coagulants 임상 1상 완료 한국형 3자 분업방식
ADC 푸싱제약 HER2 전임상 지역 분할형 기술이전
ADC Theranyx Undisclosed 후보발굴 해외벤처 공동연구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당사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기술이전을 위해 R&D와 산업전반의 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임원을 사업개발 담당으로 영입해 기술이전 과정 일체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내에서 해당 지역에 Network를 구축한 글로벌 기술이전 Agent를 활용하고 있으며, ICAAC, World ADC Summit, Bio 등 주요 글로벌 컨퍼런스에 적극 참여, 연단위로 100건 이상의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하여 한국을 넘어 글로벌 단위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대표이사인 필자는 협업을 위한 제약사들과의 미팅을 항상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시작한다.

“이제 제너릭 중심의 사업으론 미래가 없습니다. 자체적인 신약이 없으면 회사의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2020년까지 3개의 신약을 자체 보유한다는 목표아래 신약분야에 연구개발 비용을 적극 투자할 것입니다. 신약에 대한 내부 역량이 현재는 부족한바 귀사와 같이 신약개발 역량이 뛰어난 회사와 협력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간에 중단되는데, 이 중단에 대한 가장 큰 부분이 해당 제약회사의 R&D 책임자들의 NIH Syndrome(Not Invented Here)이다. 물론 신약의 복잡한 기술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적은 창업자 혹은 2, 3세 사장이 의사결정에 앞서 연구소장과 독대해 “이번 건 계약하면 확실한 거지?”라고 질문하면 연구소장이 “이번 건은 확실합니다”라고 답변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약개발이 확실하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매년 수조 원의 비용을 들여 새로운 후보물질을 in-licensing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NIH Syndrome이 생기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CEO의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연구 담당자들의 risk-taking 기피성향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이런 in-licensing을 검토하는 연구소장의 기본 시각이 본인이 직접 주도해 개발한 것, 외부에서 개발한 것이냐에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진다면 좀 더 많은 상생모델(Open Innovation)이 나올 수 있다.

필자와 레고켐바이오의 경영진은 LG생명과학이란 대기업 연구소의 신약연구소장 등의 입장에서 이러한 NIH Syndrome의 편견을 가져 본 당사자였었기에 더욱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 모델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내 제약사들의 Open-mind를 기대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대하며

지난 1월 한미약품이 주관한 Conference의 keyword가 ‘Open Innovation’이었던 것이 상징하듯,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국내의 여러 신약 연구개발 주체들이 상생의 정신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의 꿈을 현실화 시키게 될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정신을 담은 당사의 철학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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