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최근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조 272억 달러로 전년대비 8.4% 증가했으며, 장기적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진단 등 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그 수요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약품의 거대 수요처인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시장 확대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등의 노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제약산업은 1990년대 글로벌 제약기업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출시 및 활발한 M&A 활동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와 함께 신약후보물질의 고갈로 인해 제약사의 R&D 생산성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또한, 신약 개발은 그 특성상 통상 10∼15년의 기간과 1조 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실패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최소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분야이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의 비용 부담과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도입하게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외부의 기술을 내부로 들여오거나 내부의 기술을 시장으로 내보내 기술혁신의 성과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기술혁신 방법’을 말한다. 즉, 기업들이 연구, 개발, 상업화 과정에서 외부 파트너(타기업, 연구소 등)의 외부기술과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기술개발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후보물질 발굴, 임상, 제품화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던 R&D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인수, 산학연 공동연구,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총 218건, 전체 4,16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M&A가 발생했다.

특히 화이자(Pfizer)는 2010년 치료혁신센터(Centers for Therapeutic Innovations, CTIs)를 설립해 학계와 네트워크를 구축,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중개과학을 거쳐 신약 출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고 있다. 노바티스(Novartis)는 120개 생명공학기업, 280개 학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으며, R&D 예산의 30%를 이러한 외부 협력에 배정하고 있다. 로슈(Roche)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로슈 다이아그노스틱스(Roche Diagnostics)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산·학·연·병이 협력한 사례로는 화이자社 치료혁신센터(Centers for Therapeutic Innovations, GSK社 외부신약발굴 우수센터(Centers of Excellence for External Drug Discovery) 등이 있다. 화이자 치료혁신센터의 경우, 대학 내에 생의학연구 허브센터를 설치해 대학과의 신약개발 지식 공유 및 실질적인 산학협력 연구가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GSK社 외부신약발굴 우수센터의 경우 바이오텍 회사들과의 개방형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이오텍 회사들의 연구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지적재산권이나 실시권을 취득 또는 공유함으로써 R&D 소요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그동안 내수중심의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특허약품을 복제해 생산하는 방법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약개발역량 강화와 글로벌 진출에 역점을 두게 된다. 2015년 한해 국내 제약기업은 총 26건의 약 9조 3,000억원 규모로 수출 계약 체결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약 8조원 규모, 6건의 신약 기술이전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한미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채택해 자체개발 기술은 물론 외부의 유망한 물질 도입 및 적극적인 공동개발 협력으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

한미약품의 경우 사노피-아벤티스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신약 ‘로벨리토’의 고용량 제형을 공동 개발하였고, GSK와 ‘복합 개량신약의 공동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SK케미칼과 사노피-아벤티스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의 공동 개발과 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국내 제약업계의 R&D 투자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정부에서 인증하고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2012년 11.7%, 2013년 12.1%에서 2014년 12.4% 등 꾸준한 증가추세를 나타낸다. 이는 신약개발 R&D가 제약산업 글로벌화의 원동력인 만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R&D 투자가 양적·질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사업

정부는 그간 제약산업을 BT-IT-NT가 집약된 최첨단 지식기반산업으로 인식하고,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시행(2012년 3월)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7월에는 ‘2020년 7대 제약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하는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 이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와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R&D 지원 사업을 통해 제약기업의 R&D 생산성 제고 및 혁신 신약 창출 촉진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는 제약기업과 바이오텍·학·연·병 간 협력 체계 강화가 매우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주체 간 협력 동기 및 목적이 상이해 현실적으로 협력연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연·병 협력 체계 및 다국적 제약회사, 외국 유수 연구기관 등과의 국제협력 연구를 촉진할 수 있는 R&D 프로그램을 지원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국제공동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형 제약기업과 글로벌 제약기업·대학·연구소 등과의 공동연구, 기술 및 인력 교류 등 개방형 협력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 연구기관 등의 노하우를 단기간 내에 습득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과 연계해 2015년에 대웅제약의 나보타주는 필리핀, 볼리비아 등 6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미래 제약 바이오 10대 특화 유망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제약·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도출에서 임상연구까지의 산·학·연·병 컨소시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국내 제약기업 주도로 대학(또는 병원 또는 국·공립 연구소 내에 제약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센터에 기업의 신약개발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형태이다. 현재 신경계 질환 및 당뇨·대사 질환에 대한 연구센터가 구축돼 지원 중이다. 본 과제를 통해 대학, 연구소 등의 신약개발 초기단계의 연구성과가 제약기업의 실질적인 상업화 성과로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국내 최초의 국내기관과 싱가포르 A*STAR간 공동연구협력 프로그램인 ‘한-싱가포르R&D 국제협력연구지원’이 2014년부터 지원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을 글로벌 조기 상업화에 성공시키기 위해 싱가포르 A*STAR와의 국제협력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한편, 정부는 R&D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R&D 성과물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건의료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협의체’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관, 국공립연구소, 보건의료 R&D 사업단 등을 포함한 45개 기관을 대상으로 특허출원전략 수립, 연구개발(R&D) 방향 제시, 사업화 전략, 기술파트너링, 투자유치 상담 등 다양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연구팀의 ‘위암 표적치료용’ 기술과 아주대학교병원의 ‘유방암 치료제’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도록 지원한 바 있다.

또한, 기초연구성과의 첫 임상적용(First in human trial) 촉진을 위해 병원과 산학연간 협력연구 촉진(산업화 가능한 연구개발 품목 도출)을 위해 6개 병원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선도형특성화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사업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 ‘임상진입’을 연구사업의 핵심목표로 삼아 2015년 말 기준 총 36건의 임상진입 성과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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