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영업ㆍ마케팅 활용방안
최재진 이사(한독 Commercial Excellence팀)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WINS!!!! We landed it on the moon)" 지난 3월 9일 인간 對 인공지능이 펼친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라는 구글 '빅데이터·머신러닝'의 총아인 인공지능 바둑기사가 첫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이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자축의 글이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바둑뿐이겠는가. 알파고의 CHALLENGE 대국이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에게 향했던 것처럼, 또 다른 인공지능 컴퓨터인 IBM의 왓슨은 인간의 생노병사를 연구하는 보건의료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Healthcare Challenge)

최근 미국의 MD 앤더슨 암 센터는 왓슨을 사용해 암을 정복하겠다고 밝혔고, 이제 왓슨은 실제로 MD앤더슨 암센터 병원과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 등에서 암 진단과 치료 부문에 도입돼 이용되고 있다. 2,000만 페이지 분량의 암 정보를 비롯해 임상결과와 최신 논문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해 의사가 작성한 환자의 임상정보와 병력, 테스트 정보 등을 분석해 최적의 처방과 치료방법을 의사에게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또한 왓슨이 내놓은 환자에 대한 소견자료는 의료보험회사인 웰포인트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에서 가장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은 역시 빅데이터(big data)다. 3~4년 전부터 빅데이터라는 말이 참 많이 회자되는데 이젠 우리 삶의 큰 부분에서 일상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모습으로 그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생활 속으로 다가온 빅데이터

<트렌드코리아 2016>에서 이 책의 주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서문을 통해 “금년에는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트렌드 검증에 큰 도움을 주었다. 주로 정성적인 방법에 의지하던 트렌드 분석의 영역에 설문조사 외에도 빅데이터 분석의 정량적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트렌드 조사의 정확성과 타당성을 더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책을 보면 신한카드 사용 데이터들이 분석에 많이 사용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 탓컴의 첫 화면에서 추천 상품을 보는 것이 이제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라식수술’ 한번 검색하면 안과 또는 그 치료법에 대한 소개가 어김없이 온라인 서핑을 하는 동안 꽤 오래 따라다닌다.

어쩌면 신한카드 고객이 병원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으러 약국에 갔더니 카드사 빅데이터에 기반해 추천한 OTC약품이 처방약 옆에 놓여있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 곧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 를 활용한 각종 변화들이 우리 옆에 성큼 와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강화하고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 산업 내 기업들의 움직임들도 매우 발 빠르게 진행돼 왔다.

2015년 ‘정부 3.0’에서 빅데이터를 강조한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경쟁하듯 내놓은 정보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 무시할 정도이다. 이 중 심평원은 의료기관 제약회사 등 보건의료산업분야와 식약처, 보험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수집한 관련 데이터가 약 2조 8879건. 192TB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약 3천억 건의 데이터를 갖고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http://opendata.hira.or.kr/home.do)을 통해 각종의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제약사 신약개발ㆍ약가협상에 유용

이러한 빅데이터는 제약회사들에게 ‘혁신적인 신약 개발’ 과정 중에서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최근 치료 트렌드를 파악하고 특정 치료법/치료군의 시장성을 예측해 중요한 우선 순위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또한 제약회사의 아주 중요한 stakeholder인 보험공단과의 협상에 있서도 빅데이터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약 출시, 가격 책정, 가격인하, 제너릭 가격 책정 등 제약회사와 보험공단 간에는 협상의 연속이며, 지갑이 더 열릴 것인지, 아니면 더 닫힐 것인지, 각각의 입장에서 조합된 빅데이터 활용의 결과가 궁금하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는 신약의 cost effectiveness analysis 그리고 질병의 awareness를 높이기 위한 ‘Burden of Illness’에 대한 연구 시에도 활용, 실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비용을 추계하는데 결정적인 근거로 삼고 있다. 또한 그 결과는 때때로 주상병만을 보여주는 심평원 통계자료보다 더욱 높은 부상병까지 모두 포함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과 대외협력 부문에서의 빅데이터의 활용은 꽤나 많이 진척이 됐다.

또한 일반에 공개하는 서비스 차원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말고도 관련 당국은 향후 건강보험 빅데이터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급여등재 이후의 약제 사용 형태를 모니터링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제약회사의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 활동과도 연관해 주목해야 할 일이다. 제약회사가 인지 보고하는 부작용사례와 빅데이타 간의 차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제약기업의 영업과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서서히 빅데이터의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주로 신약 출시와 관련해 많은 준비와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출시가 훨씬 더욱 명확한 결과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수많은 견해이다. 신약개발과 판매를 중심에 두고자 하는 제약회사들에게 점점 증가하는 R&D비용과 제너릭의 빠른 출시로 점점 짧아지는 특허기간은 큰 고민사항이었다.

따라서 비용을 최단 시간에 회수하고 수익기간을 늘이기 위한 전략의 시행에서 식약처와 심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빅데이터가 보여줄 보다 적확한 판매 데이터는 각 회사가 현재 운용하는 소위 commercial 부문의 마케팅과 영업 전략과 조직의 모습과 부적합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영업 조직과 활동의 다소 어두운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다.

제약 마케팅 및 영업과 빅데이터

이에 많은 제약기업들이 영업ㆍ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Commercial Excellence’ 또는 영업혁신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부서나 기능을 도입하고 신제품을 발매한 후 정해진 기간 내에 최적의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빅데이터는 그 동안 영업ㆍ마케팅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수립과정에도 큰 변화를 일으켜 왔으며, 마케팅 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큰 고충으로 여겨져 왔던 시장의 정의,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치료 패턴과 그리고 그 변화 등을 파악해 자사제품의 차별화 영역을 찾아내고 이를 고객의 마음속에 positioning 할 주요한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신제품 발매 전 또는 초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시장조사를 큰 비용으로 수행해야 했으며 이마저도 큰 그림에서 군데군데 퍼즐조각이 빠져 있는 채로 세워지기 일쑤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경험과 소위 감에 의존해 전략을 수립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건의료산업 내에서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저렴한 데이터들이 하나로 취합되어 빅데이터를 형성해 조각조각의 통찰력이 완전한 하나의 큰 그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시장에 대한 통찰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분석 수행을 통해 시장의 전략을 찾는 것에 대한 확신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역량만 확보가 된다면 누구라도 투명한 경쟁을 통해서 저렴하게 전략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마케팅의 또 다른 반쪽이라 할 수 있는 영업활동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던 Sales Force Effectiveness, Sales Force Automation 또는 영업혁신 등의 움직임들이 데이터를 통해 분석적으로 접근해 영업조직의 운영과 관리에 적합한 solution 을 찾고 실제로 영업성과를 드라이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영업활동이 고객의 만족을 통해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데이터로 설명하기에 매우 복잡하고 데이터가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빅데이터의 이용이 가능해진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제약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자사 제품의 판매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업사원의 성과를 조사하는 데 주로 사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불고 있는 빅데이터의 바람은 그 동안 블랙박스처럼 여겨졌던 영업의 질적인 영역까지 측정하고 평가해 보다 경쟁력 있는 영업조직을 구성하고 관리해 보다 높은 영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데 철저하게 사용될 시절을 성큼 앞당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접근은 매우 단순하다. 현재까지의 빅데이터는 자사제품의 사용량만을 보여 주고 있지만 아래와 같이 영업의 결과를 몇 가지 중요한 요소로 조금 더 단순화 시키고 관련된 데이터를 연결할 경우 그 통찰력은 매우 강해질 것이다.

이미 자사 직원들의 활동의 결과는 CRM solution 을 통해 수집되고 있으며, 개별적인 영업사원들의 영업과 관련된 지식 또는 기술들은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에는 꽤 정기적으로 평가되고 이를 기반으로 질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영업결과 또한 각 제품에 대한 고객의 믿음/인식에 대한 트랙킹이 가능한 자료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영업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들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영업활동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통찰력의 제공이 가능해 진 것. 



투명한 경쟁을 선도하는 기업에서는 더욱이 이러한 빅데이터를 통해 자사 직원들의 역량, 활동의 양 그리고 영업자원의 전략적 배분을 관리하고 그것이 영업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하고 양질의 분석결과를 통해 영업조직을 관리하고 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향후 과제 및 전망

이제는 앞서 언급한 Commercial Excellence의 영역이 성과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불충분한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현재까지 확보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Deep Analysis를 통해 다양한 양태의 영업활동 중에서 고성과를 보이는 규칙과 패턴을 찾아내어 이를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인 LEAD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 빅데이터가 가져다 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분석은 이전처럼 표준화된 영업성과 보고서를 자동화하거나 이를 보다 쉽게 볼 수 있는 dashboard 형태로 꾸미는 영업관리 영업에서 벗어나, 시장에서의 기회요인을 측정하고 이를 여러 가지 전략적 가정에 따라서 조망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보다 정확하게 수요/판매를 예측하고 어떤 마케팅 믹스를 사용하는 것이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예상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위 Sales Force Effectiveness, Sales Excellence 또는 영업혁신으로 불리우는 부서들의 관리자들이 빅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이해 뿐만아니라 현재 MS-Excel 을 주로 사용하는 분석의 기술적인 부분에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서 이미 많은 SFE 관리자/전문가 들이 Tableaux, Spotfire, Qlikview 혹은 SAS 등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 분석에 최적인 data mining tool / BI tool 을 도입하였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까지의 분석이 기술적인(Descriptive) 한 영역에 한정돼 있어 통계적인(predictive) 한 영역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통계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위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빅데이터의 특징을 기존의 정보, 데이터와 비교해 3V로 이야기한다. 즉 규모(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이다. 여기에 네번째 V,인 Veracity(정확성)을 추가하는 것이 현재의 관점이다. 앞서 3V에서 비롯된 데이터의 불확실성의 신뢰도를 높이고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영업과 마케팅의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엄청난 가치 창출을 기대하는 공공부문과 추가적인 이익을 만들려는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빅데이터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거대하고 변화무쌍한 빠른 속도의 데이터 속에서 각자는 가치 있고 필요한 부분을 발견(insight)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듯이 그 방법은 내부 데이터의 힘에서 비롯될 수 있다. 기존의 내부 데이터를 살펴봄으로써 인싸이트를 키워야만 한다. 축적된 내부데이터를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들과 유의미하게 엮어나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빅데이터를 맞이해야만 한다. 정보의 쓰나미가 아니라 각종 보고의 바다로서 빅데이터가 기능하게끔 해야만 한다.

아마도 그리 머지않아 알파고의 형제 혹은 손자뻘쯤 되는 또 다른 인공지능 전문가가 의약품 마케팅의 책임자로 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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