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8돌 특집Ⅲ]글로벌 제약으로 도약
제약기업 글로벌화 척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제의약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원료의약품을 넘어섰다. 2014년 의약품 수출실적은 24억1,727만 달러로 완제의약품은 이중 절반에 달하는 12억3,403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2013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던 완제의약품 수출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개별 제약기업들의 수출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녹십자가 단일기업 최초로 2억불 수출시대를 열었고 LG생명과학과 동아ST도 수년 내 2억불 수출 돌파가 전망된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중심의 수출 기조도 조금씩 다변화 양상을 보였다. 중남미·중동 신시장 개척은 물론, LG생명과학 팩티브 이후 미 FDA 허가 신약이 연이어 탄생하는 등 국산신약의 선진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이미 한미약품의 에소메졸과 동아ST의 시벡스트로는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이 같은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끈질긴 도전과 정부지원책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약기업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화 전략을 전개해왔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품력을 바탕으로 기술수출에 공을 들여왔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제약기업 노력에 PIC/S가입, 중동 프로젝트 등의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글로벌화 성과를 ‘현지법인 현황’, ‘수출액 규모’ 등을 통해 살펴보았다.

완제약 수출 급성장, 10억불 돌파

지난 2013년은 국내 제약업계 수출 흐름이 전환됐던 한 해였다. 사상 처음으로 완제의약품 수출액이 10억불을 돌파한 것. 그리고 지난해에는 성장에 속도가 붙어 역시 사상 처음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규모를 뛰어 넘는 성과를 도출했다.

최근 공개된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2014년도 의약품 등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등 수출실적은 총 45억7,399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수출실적인 38억72만 달러보다 20.3%가 증가한 것으로 목표치였던 39억1,2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완제의약품 수출 성과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수출실적에서 화장품, 의약외품을 제외한 의약품 수출실적은 24억1,727만 달러로 완제의약품은 이중 절반에 달하는 12억3,403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2013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완제의약품 수출실적은 지난해 전년 동기보다 21.2% 성장하며 수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완제의약품의 수출실적 증가에 대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동안 동남아 국가 위주의 수출 중심에서 유럽 등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의약품 수출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료의약품은 11억7,109만 달러의 수출실적으로 전년 동기보다 6.5%, 한약재는 1,213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6% 증가했다.

수출지역 다변화 추세

여기에 국내 의약품 수출지역 다변화와 선진국 수출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실적 상위 20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과거 의약품 수출이 집중됐던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실적 변화가 크지 않았다.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타 국가로의 수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전체 의약품 수출 1위는 일본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출이 소폭 줄었지만 완제의약품 수출 증가로 3억8,42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일본의 완제의약품 수출증가는 면역제재 신규 수출과 세파계 항생제 수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2억2,599만 달러 수출실적으로 원료의약품 1위를 기록했으며 1억5,821만 달러 수출실적으로 완제의약품도 1위에 올랐다.

부동의 완제의약품 1위였던 베트남은 지난해 1억2,277만 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는 전년(1억2,795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완제의약품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국가는 터키로 2013년 1,661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2,241만 달러를 기록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조합단백질 제제 수출이 주를 이뤘다.

원료의약품 수출에서는 일본에 이어 아일랜드와 중국이 뒤를 이었다. 아일랜드는 원료의약품 수출이 2배 증가했고 핵산(NUCLEIC ACID)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은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7,031만 달러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 수출실적이 높았던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의약품 수출금액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비해 캐나다의 경우 원료의약품 약 3,300만 달러, 완제의약품 약 400만 달러가 증가했고 크로아티아는 완제의약품인 면역제재의 수출로 전년대비 560% 증가가 이뤄졌다.

또 이탈리아는 원료의약품 수출이 약 2,000달러 증가했다. 항생제 계열인 IMIPENEM을 비롯 MEROPENEM, RIFAMYCIN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글로벌화 선두주자 ‘녹십자·LG’

수출 규모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는 녹십자와 LG생명과학, 유한양행, 동아ST 등이다.
특히 녹십자는 가파른 수출 실적 증가로 3년 사이 2배 이상 수출액이 늘었다. 지난 2012년 971억 원이었던 수출액이 2013년에는 처음으로 1천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국내 제약기업 처음으로 2천억 원 수출 시대를 열었다. 수출을 통한 매출 비율도 꾸준히 증가, 어느덧 22.56%가 됐다.

전통의 수출 강호 LG생명과학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2012년 1,600억 원, 2013년 1,730억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으나,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한 1,656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LG는 여전히 수출 주도형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업체다.

C형감염 등 연료의약품 수출 호재가 있었던 유한도 수출액이 급성장했다. 유한의 지난해 수출규모는 1,410억 원대로, 2013년보다 400억 원 이상 늘었다. 자이데나, 시벡스트로 등 자체개발 신약 수출 비중이 높은 동아ST도 1,100억 원대 매출을 해외에서 이끌어 내며 2년 연속 ‘1억 불 수출 클럽’에 가입했다.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업체로는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꼽혔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과 현지화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성장한 케이스이며 대웅제약 역시 사람 중심의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업체다. 한미의 지난해 수출규모는 814억 원이며 대웅은 261억 원에 달했다.

이밖에 매출 대비 수출액 규모에서는 종근당 바이오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종근당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614억 원을 해외에서 창출했다. 이는 매출대비 75.43%에 달하는 규모다. 이어 LG생명과학 38.92%, 영진약품 35.92% 순이었다.

현지법인, 교두보 마련 초석 다지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동부대우전자, 포스코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수출 출발점은 현지화 전략에 있다. 일례로 미얀마 시장에서는 유독 대우전자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한류열풍도 한몫했으나,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공을 들인 대우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지화 전략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국내제약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에 관심이 높다. 글로벌경영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수출과 해외법인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역시 주요 상위사들이다.

대웅제약이 중국, 미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 해외법인 및 지사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한미약품이 중국, 일본, 유렵 등 3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또 중견제약사 중에는 유럽과 미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와 3개의 해외법인과 5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나이티드제약 등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제약사는 동아ST,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중외제약 등으로 파악됐다. LG생명과학과 대웅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안국약품 등은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북경한미. 한미약품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한미약품 전초기지로 전천후 활약 중이다.

북경한미는 지난 2002년 6월 현지 생산기지를, 2008년 8월 독자적인 연구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R&D부터 생산, 영업 등 제약활동 전 분야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제약회사로 발돋움했다.

북경한미는 현재 한국 한미약품과 연구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항암 및 대사질환 분야에서 5~6건의 자체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1995년 한중 합자 ‘안후이녹십자 생물제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1998년에는 중국녹십자의 혈액분획제제 공장에서 첫 시 생산이 시작됐으며 그로부터 2년 뒤인 2000년 녹십자가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순수 한국 기업으로 변신했다. 회사명도 녹십자(중국)생물제품유한공사(이하 중국녹십자)로 변경했다.

혈액분획제제를 중국에서 제조·판매하는 중국녹십자는 중국진출 15년만인 지난 2011년 누적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매출실적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도약기에 들어섰다는 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도 주목된다. 녹십자가 GCAM(Green Cross America)을 설립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대웅제약, 유나이티드, 경동제약, 한올제약 등도 미국에 법인설립을 마친 상황이다.

한미약품과 한올바이오, LG생명과학 등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이미 마련했다. 유럽시장의 경우 한미약품이 유럽법인을 세웠으며 LG생명과학이 폴란드법인을, 한올한올바이오가 프랑스 법인을 운영 중이다.

해외법인과 사무소를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기업은 유나이티드제약으로 조사됐다. 유나이티드제약은 베트남, 미국, 필리핀에 법인을, 중국 필리핀, 베트남, LA, 미얀마 등은 지사를 설립해 가동 중이다.

대웅제약도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7개국에 판매법인 및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인도와 중국에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 중국 바이펑, 중국 사천에는 생산 시설도 갖추었다.

동아ST는 미국 법인DAC(DONGA-A AMERICA CORP), 브라질 법인 DAP(DONG-A Participacoes Ltda), 중국 법인 소주동아음료를 비롯해 지난 2011년에는 인도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러나 일부 상위 업체와 중견업체 외에는 현재까지 해외법인이나 사무소를 두지 않아 글로벌 경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미미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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