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8돌 특집1] 성장동력 이어가는 일반약
일반의약품 성공의 조건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반약 시장 노하우가 있는 제약사나, 집중적인 대중광고 투자를 통해 빛을 본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기존 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일반약 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제약사들이 하나 둘 백기를 드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실정이다.

실제 일반약은 최근 몇 년간 전문의약품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블루오션으로 인식됐다. 전문가 영입은 물론, 과감한 투자도 이어졌다.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을 실감한 일부 제약기업들은 일반약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했다.

이는 고스란히 일반약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2013년처럼 눈에 띄는 대박 일반약도 크게 줄었다. 2013년에는 한국메나리니의 손발톱 무좀약인 ‘풀케어’가 혜성과 같이 나타났고 동국제약 ‘센시아’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중광고 없이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대웅제약 ‘임팩타민’도 효자품목으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기존 강세 제품이었던 비타민, 영양제 제품들이 다시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제품이 크게 줄었고 설사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시장 반응이 냉담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위기에 봉착한 일반약 시장 문제점을 짚어보고 재도약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전망해보았다.

전문약 위주 환경이 가장 큰 문제

“A사의 B제품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약 시장 진출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감했던 한 중견제약사 관계자가 기자를 향해 던진 질문이다. “약사들이 인정할 정도의 제품력”아니겠냐는 답변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다소 의외지만,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높은 마진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 일반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약국마진을 높게 책정한 후 일단 깔아 놓고 기다리는 방식이 성공방법 중 하나이다. 아니면 대중광고를 통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두 방식 모두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전문약 위주 시장 환경이 체질개선에 나선 중소업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는 “(신제품을 출시해도) 중소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문 영업조직도, 유통망도, 팔아줄 약사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약 매출 비중이 높은 또 다른 중소제약은 최근 몇 년 전 일반약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리고 대표이사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틈새시장 찾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사실상 일반약 시장을 주요 전략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결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틈새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시장환경도 단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포형태 숙취해소 관련 제품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기존 발포비타민처럼 물에 녹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음주 전후 등 여러 차례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약물보다 복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결론도 내려졌다. 여기에 어렵사리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봇물처럼 터져 나올 제너릭도 부담이었다고 해당업체 관계자는 회고했다.

일반약 시장, 소수 제약·제품 전유물

일반약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중소제약사 관계자들 말처럼, 일반약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간 흐름만 살펴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2010년 이후에는 비타민 및 영양제로 분류될 수 있는 ‘우루사’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고 가장 가까운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손발톱 무좀약 시장 잠재력을 폭발시킨 ‘풀케어’, 정맥순환 개선제 ‘센시아’가 있었다. 이들 제품의 성공 속에는 대규모 대중광고와 틈새공략이 있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중광고 없이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제품인 ‘임팩타민’과 ‘제놀’ 등이 대표 격이다. 강력한 약국 직거래망을 통해 구축한 높은 약사신뢰도가 대박 비결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기존 간판 제품들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신제품이 없었다. 일동제약 아로나민 군이 387억 원으로 71% 성장했고 풀케어가 186%의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이며 254억 원을 기록했다.

동화약품 판콜에스 141억 원, MSD 머시론 112억 원, 임팩타민 107억 원으로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이들 제품은 각각 20.9%, 22.6%, 37.6% 성장했다. 이밖에도 우루사, 동국제약 ‘인사돌’, 삼진제약 ‘게보린’ 등도 100억 원 이상 블록버스터 일반약이다.

이처럼 1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불록버스터 일반약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제약사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대웅제약, 메나리니, 동국제약, 동화약품, MSD 등 일부 대형 및 중견 제약사에 국한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반약 PM들은 “국내 일반약 시장은 의약분업 시기를 10여 년 지나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건강 상담 등 고유 기능이 위축됐다”며 “일반약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온 제약사나, 오랜 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던 제품 위주로 흘러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렵사리 성장궤도에 집입했던 일반약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정체 국면에 빠졌다.

틈새시장 겨냥한 새로운 OTC영역 주목

전문약 중심 시장 환경, 바늘구멍만큼 힘든 틈새공략 등에도 불구하고 일반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제약사들은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셀프메디케이션 확대 및 드럭스토어 위상 강화, 건강 보험 재정악화에 따른 약가규제 등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일반약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 제약사들은 강조했다.
따라서 틈새시장 공략이 힘들지만, 일반약 개발 트랜드로 ‘새로운 영역 개척’을 잡은 제약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셀프메디케이션 개념이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국내 시장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영역은 무엇일까. 주요 제약사들은 한결 같이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제품군(QOL, Quality of Life)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아제약은 미용에 대한 관심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뷰티&실버(Beauty&Silver)형 제품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근거 중심, 기존과 차별화된 제품 출시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아제약 외에도 노령인구의 변화와 셀프메디케이션이 가능한 신제품 개발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제약사는 다수 있었다.

New Biz(잠재성장 시장) 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운 녹십자는 마켓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빅 브랜드 육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과거 상아제약을 인수하며 일반약 시장에 뛰어 들었고 오랜 기간 일반약 시장에서 조용한 사자로 군림하고 있다. 100억 이상 품목은 없지만, 50억 이상 제품이 수십 품목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일반약 제품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QOL제품군 개발과 함께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슈는 편의성이다. 풀케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풀케어는 매니큐어처럼 손발톱에 도포만 하면 되는 편의성이 다른 제품을 압도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한미약품이 그 중심에 있다. 한미는 성분과 디자인측면에서 차별성을 추구하기 위해 OTC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약 성공, 약사 직능 활용에 달렸다

새로운 영역의 제품 개발과 함께 일반약 시장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약사 인식 변화’에 있다.

중견 제약사 한 PM은 “약국경영활성화를 위해 약국 및 약사 직능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러한 직능 강화는 약국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일반약 시장 확대 및 활용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약국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일반약 확대 및 활성화는 소비자를 약국이라는 구매접점 내로 끌어들이게 되고 약국에서 건강상담 등 약사 직능 활용을 통해 재방문 또는 재구매가 이루어지게 되면 약국의 고정고객 유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PM은 “고정고객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과 건강과 관련된 제품군 확대를 통해 약국경영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약국차원에서의 일반약 활성화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광고품목 전진배치, 처방약과 일반약 연계, 약사의 개발자로서 역할 강화를 들었다.

보통 약사들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광고품목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광고품목을 전진배치, 소비자 유인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광고품목 활용이 약국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광고품목은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품목’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또 풍부한 조제경험을 가진 약사 스스로가 새로운 일반약 영역 발굴 및 정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조언한다. 이는 처방 시장 활용 및 기존 제품 연계와도 맥을 같이 한다.

대부분 약사는 일반약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인지하면서도 조제 업무로 인해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조제 업무 중에도 일반약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의 경우 당뇨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잇몸병 발병율이 매우 높다고 가정해 보자. 당뇨약 조제 후 복약 지도 시 ‘잇몸건강은 어떠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던진다면 자연스럽게 건강상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제품 연계도 가능해진다.

일반약 시장에 관심이 많은 한 중견 제약사 임원은 “일반약 활성화는 가까운 곳에 있다. 쉽지만 어렵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제약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약사에는 작은 인식변화, 즉 약사로서 직능강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제약기업들이 제너릭을 통한 전문약 시장에 올인해 온 지난 십수년 동안 일반약 시장은 기반이 피폐해졌지만 위에서 언급한 성공의 조건을 제약기업들이 검토하고 재도전한다면 일반약 시장의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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