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8돌 특집1] 약국경영, 틈새시장을 잡아라
약사가 알아야 할 동물약 기초정보
[임진형 대한동물약국협회장]

약국에서 흔히 투약하는 전문/일반약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과 동물에게 투약하는 동물약에 있어 복약지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아픈 당사자와 투약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감기약을 받으러 오는 환자(사람)는 콧물이 나고 열과 기침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각자 상황에 따라 알약을 먹을 수 없으니 시럽으로 달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약사는 환자가 원하는 성분, 원하는 제형으로 약을 선택해 투약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동물약의 투약기준은 어떨까?

동물이 아파하고 있지만 정작 증상을 얘기하고 약을 받아 투약하는 건 보호자가 된다. 다시 말해 보호자가 기르는 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관찰한 뒤 약사에게 전달해야 올바른 투약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만약 보호자가 대충 또는 잘못 얘기해버리면 엉뚱한 약이 투약될 수 있어 동물약국에서는 증상에 대해 세세하게 수집해야 한다.

실제로 한 보호자가 동물약국에 와서 강아지 ‘소화기 허탈’에 대한 응급약 조제를 요구해 위장약을 건넸으나 결국 청색증이 왔다. ‘허탈’은 의학적으로 혈액 순환에 현저한 장애가 생긴 상태로 전신의 힘이 쑥 빠지면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는 증세를 말한다. 그러나 이후에 확인해보니 강아지는 ‘소화기허탈’이 아닌 ‘기관허탈’인 호흡기 장애로 밝혀졌다.

이에 동물약 투약 시 약사가 수집해야 할 기초정보에 대해 살펴본다.

축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9,000억 원대인 애완동물관련 시장은 2020년에 6조원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시 말해 해를 거듭할수록 약국으로 동물약과 용품에 대해 문의하는 보호자들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직접 투약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약사의 복약지도를 매우 경청하며 듣게 된다.

따라서 동물약국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많은 약을 사입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약물위주로 하나씩 구비해 상세한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 약화사고를 줄이고 보호자들의 재방문 횟수를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축종(畜種)

보호자가 동물약을 구입하러 왔을 때 약사는 어떠한 질문을 통해 정확한 투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인체약에 있어 축종은 의미가 없지만, 동물약은 각각 투약이 가능한 축종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는 약물을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축종에 따라 다르기도 하거니와 가축(식용동물)과 반려동물에게 투약할 때 복약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과 같은 동물에게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같은 항균제를 투약할 때 용법, 용량도 중요하지만 도축해서는 안 되는 기간인 휴약기간에 대한 복약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반려동물은 식용이 아니므로 치료가 더 우선이 된다.

같은 약이라도 어떤 동물에게는 투약이 되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금기약물들이 있다. 돼지의 해열, 진통을 목적으로 투약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간 대사가 떨어지는 고양이에게 투약할 경우 타이레놀 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메트헤모글로빈혈증으로 급사하게 된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알벤다졸은 어떤가. 강아지, 고양이 회충약으로 인체용 알벤다졸 구충제를 사가는 보호자들은 여전히 많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반려동물용 구충제들이 출시되지 않았거니와 효과가 좋기 때문이지만 개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골수억제 부작용 때문에 알벤다졸은 가축에 사용가능 하지만 개 전용으로는 판매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알벤다졸과 같은 benzimidazole 계열의 구충제인 플루벤다졸은 개에게 투약이 가능하며 ‘프라벤정’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계열의 구충제라도 소동물에게는 약리학적 작용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반증이다.

옴, 진드기, 모낭충 등을 구제하기 위해 분사하거나 약욕하는 ‘벤질벤로오션’이나 ‘그린틱스, 텍틱’은 대부분 간대사가 미숙한 고양이에게는 금지이며 소, 돼지와 달리 개에게는 부작용이 자주 나타난다. 이는 체표의 두께에 따른 흡수율, 상처발생빈도, 흡입하거나 핥아먹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목돌림이 비교적 원활하고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개, 고양이는 피부병이 있을 때 발로 긁거나 핥아 상처가 심해지는 반면 소, 돼지는 피부가 두껍고 발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 비교적 덜한 편이다.

돼지, 소에게 적정용량으로 희석해 도포하는 ‘그린틱스’는 효과도 좋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개에게 투약했던 경우는 달랐다. ‘그린틱스’나 ‘벤질벨로오션’을 전신도포하거나 전신약욕을 너무 자주 할 경우 상처와 얇은 피부두께로 인해 흡수율이 올라가게 되고 무기력증이 동반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동물보호자들이 약을 구매하고자 약국에 온 경우 대부분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이기 때문에 반드시 축종을 확인해 정해진 투여용법보다 더 자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투여경로

축종을 확인했다면 다음으로 수집해야 할 정보는 바로 동물약의 투여경로이다.

의약분업 이후 경구약 위주로 취급하는 지금의 약국 구조와는 다르게 동물약국은 주사제, 경피흡수제, 비강흡입제, 분사용 소독제, 백신 등 다양한 제형의 약물을 다뤄야 한다. 게다가 같은 겐타마이신 주사라 할지라도 투여경로가 근육, 피하용이 각각 출시되고 있으며 백신중에는 비강 주입이 가능한 주사제도 나오므로 약사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투약할 경우 자칫 약화사고가 나게 된다.

경피흡수형 심장사상충약인 ‘애드보킷’을 바르지 않고 실수로 먹인다면 어떻게 될까?

피부장벽을 뚫고 피지샘과 혈중으로 흡수되는 ‘애드보킷’을 점막으로 이뤄진 구강에 투여하면 흡수율이 급속히 높아져 구토, 경련, 사망 등 부작용 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한 실험에서 9주령 이상의 고양이 12마리에게 ‘애드보킷’을 경구했을 데 12마리 모두 구토증상을 보였으며 그 중 8마리는 과다침분비증(hypersalivation)이 나타났다. 설령 먹이지 않더라도 해당 약물을 피부 도포한 이후 관절이 유연한 개, 고양이가 핥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에 사용하는 백신의 예를 들어보자.

개의 전염성 호흡기 질환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켄넬코프 백신은 코에 분사하는 백신(Intranasal)과 근육접종용(IM), 피하접종용(SC) 백신 세 가지가 출시되며 모두 주사용 바이알에 담겨 있기 때문에 약을 교부하는 약사나 복약설명을 듣고 직접 접종을 해야 하는 보호자나 모두 주의해야 한다. 비강백신이나 근육접종용 백신을 피하로 접종했던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비강생백신을 피하접종 할 경우 생균을 피하에 이식하는 터라 통증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겔 타입의 근육접종용 백신을 피하에 접종한 경우 피하에 커다랗게 멍울이 잡히기도 했다.

심장사상충약에도 포함돼 있는 ivermectin성분은 피하 주사제로 판매되고 있으며 소, 돼지와 같은 가축의 내외부 기생충 구제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피지샘에서 이버멕틴이 지속적으로 방출돼 외부기생충을 박멸하고 혈중으로 흡수돼 체내 기생충까지 한꺼번에 구제할 수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인데 정맥주사가 가능한 보호자들 사이에 이버멕틴을 피하가 아닌 정맥주사로 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맥주사로 이버멕틴을 사용할 경우 신경계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버멕틴은 신경계의 채널(glutamate-gated Chloride channel)을 과흥분시켜 기생충을 죽이는데 포유동물에는 이 채널이 BBB안에 존재하며, 이를 통과할 수 없는 이버멕틴이 가축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은 매우 떨어지게 된다. BBB로의 흡수를 최소화시키고 피지샘에 약물이 농축되도록 하기 위해 이버멕틴은 정맥이나 근육주사가 아닌 피하주사(SC)를 해야 하는데 동물보호자가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하며 혈관주사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투여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개체/몸무게에 기준한 용량설정

축종과 투여경로를 확인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약 용량을 설정해야 한다.

처방전에 의한 투약이라면 약 용량을 의사가 결정하게 되고, 일반약의 사용량은 성인/소아로 구분돼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동물약은 축종/몸무게를 기준으로 약 용량을 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타우린주사, 콤비콤씨 주사’와 같이 몸무게가 아닌 개체별로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1세대 세파계열인 세팔렉신(제품명 세파메딘 500mg)은 1kg당 25mg 기준, 즉 20kg당 1정 기준으로 1일 2회 투약하게 되며, 개 전용 내부구충제인 ‘드론탈플러스’는 10kg당 1정 기준으로 투약한다. 반면 오구멘틴 항균제 ‘클라바목스’는 개와 고양이 투약용량이 몸무게비율/개체당으로 달라진다. 개는 몸무게 비율로 12.5mg/kg로 투약하지만 고양이는 그냥 한 개체당 62.5mg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원충약 겸 내부구충제인 ‘파나쿠어정’은 항원충요법과 기생충구제요법인지에 따라 각각 용량이 달라진다. 항원충&내부기생충 구제에 따른 파나쿠어의 용법은 항원충요법시에는 50mg/kg 1일 1회 3일간, 내부기생충 구제 시에는 100mg/kg 단회 투여한다. 따라서 투약직전까지도 용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복약순응도 고려한 제형선택

축종확인, 약물선택과 용량설정이 끝났다면 다음은 복약순응도를 고려해 제형을 선택한다.

쓴맛을 싫어하거나 목 넘김이 어려운 소(小)동물은 되도록 당의정 코팅으로 쓴 맛을 줄인 ‘프라벤에스’나 붕해정인 ‘파나쿠어정’을 물에 녹여 투약해볼 수 있다. 개는 단맛을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단맛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에 무조건 꿀이나 단 것에 섞어먹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20kg의 대형견에게 파나쿠어정(2.5kg당 1정)을 선택할 경우 한 번에 8정을 복용시켜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때는 파라캅엘(10kg당 1정) 2정이나 드론탈플러스(10kg당 1정)을 선택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도록 알약 수를 줄여야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항균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형견(40kg)에게 세팔렉신을 투여하게 될 경우 정제를 선택한다면 정제타입의 ‘세파메딘정’ 2정을 하루 두 번 먹여야 한다. 약을 잘 먹는다면 문제없지만 자꾸 뱉거나 거부할 경우 오히려 같은 성분의 주사제인 ‘세바사렉신’(10kg 당 0.5cc)을 1일 1회 피하주사함으로써 주사제의 장점인 빠른 효과와 복약순응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보호자들이 많이 찾는 심장사상충약에 있어서도 제형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동물약국에서 사상충약을 구입하려는 보호자 대부분은 비용절감을 염두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제타입을 선호한다. 그러나 약사는 투약하기 전 약을 먹게 될 동물이 정제를 잘 먹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며 한 번도 먹여본 적이 없다면 고기로 만들어진 츄어블타입(하트가드, 하트웜솔루션 등)이나 잘 부스러지는 츄정(하트웰)을 권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형견이 알약을 삼키지 못하거나 여러 개의 약을 같은 날 먹였을 때 자칫 토해내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물약은 쓴 맛을 줄여 출시되지만 메트로질(Metronidazole)과 같이 쓴 맛 그대로 노출되는 약은 복약순응도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게다가 몸무게상 어쩔 수 없이 분쇄해야 하는 경우라면 동물들이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이때는 잘 먹는 간식과 함께 주도록 하거나 조제 시에 고기향이 강한 사료를 별도로 분쇄해 투약직전 섞어 먹이게 하는 것도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미 동물의약분업시스템이 발달한 미국의 동물약국에서는 동물이 좋아하는 향을 보호자가 고르도록 한 뒤 함께 조제해주기도 한다. 



부작용 복약지도

축종과 몸무게를 확인해 투여할 약과 용량을 선택한 뒤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제형을 선택했다면 마지막으로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를 반드시 해야 한다. 보호자가 직접 투약하기 때문에 발생가능한 부작용을 미리 언급해 대처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 백신은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까?

대한동물약국협회(www.kvpa.net)는 동물약 부작용 사례를 접수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강아지에게 투여하는 백신은 크게 종합백신(홍역,파보,간염,파라인플루엔자), 켄넬코프(호흡기), 코로나장염 백신이 있는데 생애 첫 투약이라면 반드시 백신 쇼크(1형 과민반응)를 언급해야 한다. 백신에 함유돼 있는 균주, 보존제, 부형제 등은 어떤 개체든지 발적, 부종, 호흡곤란, 발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형 과민반응 다음으로 나타나는 백신 부작용은 접종부위의 멍울이다. 흔히 겔타입의 면역보강제가 들어있거나 겔상의 근육접종용 백신을 결핵 BCG 피내접종(intradermal) 방식으로 진피에 접종할 경우 멍울이 잡히게 된다. 통상적으로 2주~6주정도 되면 사라지게 되나 점점 커진다면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백신투약 시 무조건 서면복약지도가 가능한 동물약국봉투를 제작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협회 회원은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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