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3일 정부 합동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불거진 법인약국 문제는 2014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용광로 끓듯 부글거리던 약심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남의 일처럼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법인약국 문제는 사화산이 아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다. 법인약국의 또 다른 이름인 브랜드약국은 기재부가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그 결과가 조만간 발표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영리법인약국을 도입하자고 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일본식 선택분업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국회재정위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상정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약사법을 개정해 의사 지시 하에 간호사의 조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뿌리 채 뽑는 행위이다.

법인약국 가장한 브랜드약국

혹자는 법인약국과 브랜드약국,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선택분업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할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법인약국이라는 진입 장벽이 높은 담벼락에 부딪혀서 추진이 쉽지 앉자 우선 브랜드약국이라는 디딤돌을 놓고 이를 기반으로 야금야금 담벼락을 넘는 술책을 쓰고 있다.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힘들게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쉬운 圍魏救趙(위위구조) 전략의 우회로를 택하려는 것이다.

브랜드약국 용역 발주 명분은 소규모 자영업 형태로 운영되는 약국보다 체인 형태로 조직화된 약국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자본의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MB정권인 2011년 12월 처음 입법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국회에 계류되어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정부는 뒤이어 2012년 7월 다시 19대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고 박근혜 정부는 이의 통과를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상정할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그동안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여야합의로 법안이 상정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 추진에 들어갔다.

정부에서 그렇게 도입하고자 애쓰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왜 위험한 지를 단적으로 말하면, 서비스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의료민영화 정책이 추진되거나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정책이나 법령이 바뀔 수 있고 보건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묶여 공공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기본 법안은 기재부 장관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가 정부 각 부처를 주도하는 기재부 독재법으로, 보건의료 교육 등 사회 공공재를 산업과 이윤의 창출 대상으로만 간주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된다면 법인약국과 브랜드약국을 도입하려는 기재부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서비스발전법의 제정을 기필코 막아야 할 이유이다.

의료계 선택분업 도입론 배경

그동안 병원협회는 선택분업을 추진하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혀왔지만 의사협회는 침묵을 지켜왔었다. 선택분업 자체가 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에는 경영상 도움이 되지만 동네의원들에게는 큰 병원으로 환자를 빼앗기는 원인이 되기에 반대를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의사회장은 선택분업 도입을 위한 선봉에 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부 여당의원들의 선택분업 도입 움직임과 맞물려, 약사와 의사의 직능 간 갈등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견고하게 다져진 보건의료단체의 의료영리화 반대 철옹성을 약화시켜 법인약국과 병원의 영리 자법인, 원격의료 도입의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정치도 생물이고 정책도 전략도 생물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의료영리화(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든 뭐든 플랜 A와 플랜 B, 심지어 플랜 C까지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정부의 전략에 맞춰 맞대응하기 위한 냉철하고 유연하고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든 창조경제든 경제를 살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권은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할 공공재적 가치재이다. 건강권을 이윤추구를 위한 상업화 대상으로 간주하고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약사들 대응 중요

2015년 법인약국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필자는 서두에 법인약국은 사화산이 아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라고 언급했다. 보건의료정책은 고등 생물이다.

법인약국을 가장한 브랜드약국의 모습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우회로를 통한 변형된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다. 의사들의 선택분업 기도와 이에 맞대응 할 약사들의 성분명 처방도입 등 직능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약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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