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대한약사회 약학교육이사

약국경영과 일반 의약품 성공 전략에 왕도가 있을까?

약국 경영 경력만 25년이 넘는 필자도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기감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든 어떤 규모의 사업을 하든 CEO는 위기감을 가지고 살아야 1년 뒤에도 5년, 10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이 한해 수조 원의 이익을 내고서도 수종사업이 없니 위기가 다가오니 하면서 조직을 다잡는 것은 총수의 할리우드 액션이 아니고 그가 가지는 동물적 위기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국은 조그마한 화분에 꽃이 잘 피어있는 동양란처럼 언제나 관심을 갖고 돌아봐야 하고, 잠시만 한눈을 팔면 곧 시들해지는 그런 예민한 성격을 가진 식물 같은 것이리라. 약국경영은 다른 사업체의 그것과는 또 다른, 지식경영 윤리 경영이 필요한 업종이니 언제나 긴장하고 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날을 생각하고 전략을 가지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너무 힘들게 매달리다 보면 약국의 발전도 개국 약사의 미래도 어둡고 침침해 지는 것은 아닐까? 모든 사업의 성공 조건은 진정성과 일관성이 아닌가 한다. 그런 철학을 가지고 고객을 배려한다면 성공약국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약국 현실

현재 약국가에서는 처방조제의 부담으로 일반약 판매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또 습관적으로, 이전에 해오던 방식대로 일반약을 취급하기도 하고, 의약 분업 이후의 세대들은 직접 조제의 경험이 없어 임상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일반약을 이용한 치료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연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제약사의 처방약 위주 영업정책이 겹치다 보니, 기존에 출시되던 일반약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최근에는 밸리데이션 영향으로 매출이 적은 약품들을 무더기로 퇴출시키게 돼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의약분업이 실시됐던 2000년 전체 의약품 중 전문의약품 60% 일반 의약품 40% 비율이던 것이 이제는 전문약 대비 일반약의 비중이 83 : 17 이하로 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약국에서 일반약은 위기의 순간이 오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약국경영에서 일반약 매출 생산성과도 관계가 있으며, 일반약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영 방식에서 그 원인의 한 방향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진열방식을 통해 또 재고를 조절함으로써 약사의 일반약 매출 능력을 증진시키는 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며, 취급품목이나 취급 방법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개국가로 나왔던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약국의 객단가가 주변 다른 업종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지금은 객단가가 가장 낮은 업종 중 하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랫동안 의료보험 영향으로 보험조제의 본인 부담금보다 낮게 설정된 일반약 구매 가격과 지금은 사라졌지만 표준소매가 영향으로 의약품 가격이 제한을 받아 가격인상이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 가격 규제와 또 소비자와의 지식 불평등으로 인한, 일부 무분별한 권매가 가능한 부분도 있어 속칭 카운터들의 난매 등으로 의약품 가격질서 문란으로 인해 우리 약사들의 머릿속에 싸게 파는 것이 경영의 왕도인양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이러한 환경에서 익숙해진 저가판매의 일상적 생각과 필수 의약품의 취급이라는 직업적 의무감에서 저가 품목에 대한 취급에 거부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는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한 마이너스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제품의 단가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판매 제품 단가가 객단가에 영향을 주고 또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개국약사들의 모임에 가보면 근무약사들의 생산성 부족에 어려움 토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근무약사만의 문제뿐 아니라 약국 시스템 문제이기도 하다. 취급하는 품목들의 단가가 낮은데 낮은 단가의 제품들에 대해 약사들의 직접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드는 구조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적당한 진열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저가 제품들을 인건비 비싼 약사가 직접 움직이고(약사의 분당인건비는 약 500원이며, 근무 약사는 본인 급여의 3배 이상의 수익을 내야한다.) 서비스하기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약사의 역할과 책무를 따진다면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약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으로 보면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약품의 효과적 진열과 판매 방식의 조정은 경영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푸시(PUSH) 약국과 풀(PULL) 약국

환자들과 고객의 눈으로 약국을 바라본다면 두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푸시약국은 고객들에게 의약품을 끊임없이 권매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약국이다. 폐쇄적 진열과 정보의 불평등 속에서 환자가 찾아가면, 상담하고 또 약품을 권매하는 또 무언가를 하게 하는 약국이다.

반면 풀형 약국은 고객이 빨려 들어가는 약국이다. 언제나 새롭고 적당한 정보를 제공하되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환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상담을 할 때 해박한 지식과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내가 환자라면 어떤 약국을 찾고 싶을까? 또 근무하는 약사의 업무 효율로 본다면 어느 약국이 유리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약국과 같은 상황에서 약사의 업무 효율과 경영적 측면, 그리고 주민들의 평판 등을 고려한다면 풀 약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약사의 판매 써포터 제품 진열

< FACE와 FACING >

상품에는 몇 개의 면(얼굴)이 있으며 이 상품의 면을 FACE라 한다. 진열에 있어 상품의 어느 면을 고객에게 보이게 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FACE를 결정할 때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어느 면을 고객에게 보여서 그 상품의 가치를 가장 크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과, 어느 면을 향해 진열해야 진열이나 보충, 정리 등을 무리 없이 빨리 할 수 있느냐의 작업이다.

상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FACE의 조건은 ▲상품이 잘 보일 것 ▲내용물이 보일 것 ▲상품명, 규격, 용량, 용도, 가격 등이 보일 것 ▲상품의 보여주고 싶은 곳을 보여준다 등이다.
COST가 들지 않는 FACE의 조건은 ▲집기 편하고 쉽게 판매되고 취급하기 편하게 ▲걸어두기 편하게 보기 편하게 ▲공간을 적게 차지하도록 ▲청소하기 편하게 등이다.

FACEING은 진열대의 맨 앞 줄에 옆으로 나란히 진열된 상품의 열수를 말하며, 고객에게 보여주는 상품의 수량 정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진열의 효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FACEING 수가 많은 정도에 따라 그 상품의 표현, 주장의 정도가 결정되며 고객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크기의 결정에 따라 FACING의 숫자가 결정된다.

따라서 각각의 상품에 대한 FACING 수 적정선을 검토하는 것은 영업활동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경쟁약국에 정보 노출을 꺼려 의도적으로 주요 제품 노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번 판매하려는 제품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권매하는 노력이 필요해 판매에 필요한 노력의 투입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또 유명 광고 품목(예, 아로나민골드, 인사돌, 삐콤씨, 센트룸 등)에 대한 전면진열을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경영적 측면으로 생각한다면 전면에 진열하는 것이 좋다. 고객들이 많이 아는 약품 또 많이 접하고 있는 약품을 접하게 되어야 구매 욕구가 생기고 상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공급하고, 풍부한 상품 가운데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고, 바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좋은 환경과 정확한 약료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고객을 끌어 들이는 경영 활동인 것이다.

그러면 위의 풍부한 상품(약품)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느 고객이 3,000원 정도의 첩부제(파스)를 구매하는 경우 그 약국에 판매가 3,000원의 파스 2종류가 있고 각각 300매 정도 있다면 이 경우를 풍부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매수는 600매로 작은 물량이 아니나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2종류밖에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경우 고객은 같은 상품 투성이고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판매가 3,000원의 파스가 각각 20매씩 20품목 있고, 다양한 회사와 각각의 사이즈 등이 진열되어 있다면, 총 재고는 400매로서 앞의 예보다는 적지만 고객은 20개 품목 중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갖게 될 것이므로 선택할 상품이 많고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즉, 상품의 풍부함은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관심이 있는) 상품의 품목 수가 많아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POINT가 된다.

고객은 가격 이외에 소재, 타입, 디자인, 색상, 사이즈, 용도 효능 등 요소가 믹스되어 상품 진열 내용에 따라 상품의 풍부함을 결정하게 된다. 상품의 풍부함은 고객의 흥미 있는 상품의 ‘품목수×진열수’이다.

의약분업 이전과 이후(20세기와 21세기)의 약국의 변화는 무엇인가?

분업 이전은 공급자(의사 약사)위주의 시장이었다면, 의약분업 이후는 수요자(환자, 소비자)위주로 시장이 재편됐고, 환자의 알 권리가 신장되면서 더욱 까다롭고 본인의 취향 위주로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즉 약품선택의 헤게모니가 약사에서 소비자에게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이에 효과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어, 일반약의 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요구 사항을 많아지고 판매량은 줄어들게 되는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품종 다량판매의 20세기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판매의 21세기 방식으로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특수성과 파레토의 8대 2의 법칙 때문에 모두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결국 약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덜 요구되는 제품군인 밴드, 반창고, 붕대 등 위생용품과 소독약, 드링크류, 첩부제 등 제품에 대해 고객이 직접 접근해 정보를 제공 받고, 직접 선택하며 고객이 궁금해 하고 필요로 하는 지식을 약사가 추가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약사 상담이 필요한 부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상품의 풍부함과 PRICE ZONE, PRICE LINE

<PRICE ZONE>

비타민류의 경우 프라이스존은 천원대에서 수만 또 십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가격대가 다양하게 있으나 각각의 가격 기준에 충분한 상품 구성이 되지 않으면 고객은 품목구성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모든 제품을 다 취급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비경제적인 것이다.
약국 주변의 환경을 고려헤 설정한 객 층을 상대로 그 객 층의 대다수 고객이 구입하고자 하는 가격대를 중심으로 PRICE ZONE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한정된 범위 내에서 품목을 풍부하게 해 상품의 풍부함을 실현해야 한다. 판매가 유리한 제품을 중심으로 비슷한 가격대에 여러 종류의 제품을 구비해야 고객의 선택이 쉽고 판매가 쉽다.

<PRICE LINE>

이와 같이 PRICE ZONE이 설정되면 그 가운데 고객이 구매코자 하는 가격을 3~4종류 정도 설정하는 것이 좋다. 가격(PRICE LINE)의 종류가 많음으로 인해 고객은 제품선택에 있어 혼란이 있고 불필요한 품목과 품절이 증가함에 따라 선택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오히려 구매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상품이 풍부하다는 것은 가격의 종류가 많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PRICE LINE 상품이 많은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비타민의 가격을 2만원, 5만원, 8만원을 설정하고 그 가격대의 여러 제품을 보유하는 것이 1,2,3,4,5,6,7,8 만원의 제품을 가지는 것보다 좋으며, 각각의 가격대(2, 5 ,8만원)에 여러 품목을 가진 것이 상품의 풍부함이라는 것이다. PRICE LINE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두어 품목을 많이 해 고객에게 상품의 풍부함을 전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사항이 된다.

<PRICE POINT>

이 경우 PRICE LINE 중에서 대상으로 하는 고객의 과반수가 구매하고자 하는 가격을 PRICE POINT(합리적 가격, 적정한 가격)라고 한다. 이 PRICE POINT를 중심으로 그 전후 가격대가 판매를 주도하는 가격대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PRICE POINT를 중심으로 판매 숫자가 특별히 많은 가격대를 PRICE RANGE라고 한다. 많이 판매한다는 것은 고객의 요구가 많은 상품을 취급한다는 것이므로 PRICE POINT를 중심으로 PRICE RANGE의 품목수를 많이 하는 것이 PRICE ZONE 전체 품목수를 결정하는 POINT가 된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약국의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약사의 진정성과 일관성과 아울러 임상지식과 상품지식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절한 마케팅을 위한 제품의 진열과 약사 업무의 조정 ▲판매할 제품의 PRICE ZONE, PRICE LINE을 파악해서 고객이 느끼기에 풍부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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