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 유통마진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부회장 김성규] 

“상거래 용어로 판매가격과 매출원가와의 차액, 즉 매출 총이익. 생산비를 메울 만한 최저수익.” 마진에 대한 용어적 개념이다. 즉, 마진은 모든 재화의 이동 단계에서 이동 주체가 원가를 제외하고 취하는 적정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의약품 도매업계가 제약업계와 치열한 마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사들이 생산원가에서 적정 마진을 더 해 의약품을 출하 하듯, 도매업체들도 공급원가에서 적정마진을 확보 해야만 재화의 전반적인 의약품 공급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통상 마진은 유통에 필요한 제반 비용과 재투자 비용을 포함해 산정해야 하지만, 최근 의약품유통업계의 상황은 이러한 일반적인 마진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어떤 경우이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공공재를 제외한 모든 재화는 이동하면 그 이동 단계별로 적정한 마진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부 제약사의 의약품 유통단계에서는 이러한 기본 이론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유통 사이클 어긋나면 악순환 불가피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경제 사이클은 일정 주기를 두고 침체와 상승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각 경제 주체는 생산이건 유통이건 활동에서 원가 비용은 보장이 돼야 하는 게 정상적이다.

의약품의 경우 공공재가 아니지만 공공재에 준하는 특수성을 지닌 재화이다 보니, 정부 관리 아래 있고 이 부분이 의약품의 적정 비용이 보장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재정의 열쇠를 쥐고 이를 컨트롤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의약품 약가도 포함되고 있다.

의약품업계에 만연한 리베이트를 척결하고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명목으로 2011년 이후 쌍벌제, 약가인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등 약값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해 제약계를 압박하고 있는 이유도 그 일환이다.

제약과 도매는 의약품의 공급 라인에서 밀접한 관계이고, 나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제약계에 불어 닥친 이러한 악재들은 고스란히 의약품 도매업계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제약사들은 원가절감, 사업다각화, 수출확대 등을 통해 이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도매 유통비용은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은 지켜야 협상 여지도 생겨

문제는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다국적제약사는 대부분 의약품 유통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통비용을 제공하고 있어 도매업계와 큰 충돌을 빚고 있다.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국내영업 환경에 맞는 유통비용은 보장이 돼야 한다.

다국적제약은 한국 의약품 유통시장의 큰 특징인 금융비용과 카드수수료를 전혀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 다국적제약 또한 정부의 다각적인 가격 정책에서 배제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경영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쨌든 이들이 제공하는 마진이 도매업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도매업계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유통마진 원가는 8.8%이다.(도표 참조) 


도매업체의 매출은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면 제약사에 비해 큰 업체들도 많으나, 제조업인 제약사와 달리 유통 마진을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실질 매출이라고 할 수 있다.

다국적 도매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런 이유로 매출 실적을 유통 마진으로 산정하고 있다.
쥴릭은 수익인식 기준을 ‘수탁상품을 판매해 인도하는 시점에 해당되는 수수료’에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이 수수료가 원가를 제외하고 플러스가 되지 않으면 결국 순손실을 볼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다른 수익이 나는 사업분야를 통해 상쇄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도매업체들은 의약품 유통에서만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마진인 8.8%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는 ‘갑’의 횡포라고 해도 무방하다.

갑을 관계 벗어야 열쇠 찾는다

이런 횡포는 아무렇지 않게 업계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 이유는 거래관계상 ‘甲’-‘乙’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거래관계에서 갑과 을이 수평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항상 ‘갑’은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제약과 도매의 거래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힘의 논리는 늘 작용한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을’은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갑’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 수준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이런 부당사례가 노출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제약사와 도매업체 모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도매업계는 단순한 경영난을 넘어 생존권 위협을 받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더 심각하단 이야기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없을까.

그동안 이런 상황에 힘의 논리가 개입, 통용돼 왔으나 정당하게 지불돼야 할 적정 유통비용(용역의 대가)이 지불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더군다나 손익분기 이하 수준이라면 원가 보장 없이는 손실이 확실하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은 도매와 선순환 구조 연결고리를 확보하기 위해 상호 적정 유통비용을 먼저 인정해 주는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제도적 장치를 둬서 적정 마진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기준을 수치화 할 필요도 있다. 그것은 특정 산업의 선순환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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