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은 1986년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들이 물질특허제도 도입에 대비해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와 해외의 전주기 신약연구개발 코스를 완주하기 시작한 시점은 불과 15년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본격적인 신약연구개발 활동에 착수한 1987년 이후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에 성공한 신약의 절반 이상이 화합물에서 유래됐는데 화합물신약과 바이오신약은 단독연구 비중이 가장 높았고 천연물신약은 주로 라이센스인을 통해 개발됐다. 개발방식은 대부분 자체 단독 개발 방식으로서 공동연구 또는 라이센싱보다 소요 기간이 길었다.

1999년에 SK케미칼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항암제 ‘선플라주’를 국산 신약 1호로 승인 받았고, 2004년에는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한 이래로 매년 국산 신약(저분자합성신약, 고분자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등)을 1~2개씩 개발했으며 연평균 3~4건의 기술수출을 하는 등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전형적인 제조업 경영에서 탈피하여 혁신형 기술경영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 육성책

2006년부터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대형화 움직임과 바이오테크기업의 기술과 자본축적으로 탈 벤처를 통한 연구중심 중소제약기업화가 시작됐고 다국적제약기업과의 글로벌 연구개발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신약개발 중심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향후 기술협력 파트너로서 국내외 기업, 대학, 연구기관, 바이오테크기업 등과의 다양한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과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위탁연구형태의 협력 중심에서 탈피해 권리이전 또는 공유 가능한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등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0519호)의 공포로 국내 제약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혁신성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기반이 마련됐다.

2012년부터는 제약산업발전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신약연구개발을 기업 성장 동력의 미션으로 삼고 있는 혁신형 기업과 비혁신형 기업의 경영행로가 확연하게 구분되고, 다수의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혁신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이 구체화 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직접 신약개발을 하는 몇 안 되는 국가 대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됐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의 당면과제

그러나 우리나라의 글로벌 신약개발의 청사진 뒤에는 돌파해야 할 난관들이 있다. 정부의 약제비 절감과 연동된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바로 적자경영으로 전환되면서 신약개발 투자의 효율성 향상이 큰 문제점으로 부각 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의 경영 행보가 한치 앞을 가늠 할 수 없는 여러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FTA 체결로 인한 허가특허연계, 데이터 독점 강화로 인해서 그동안 신약개발 재투자 기반을 제공했던 제너릭의약품과 개량신약의 출시가 늦어지거나 사실상 어렵게 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제도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의 신약 연구개발 경쟁력에 대한 변혁이 더욱 요구 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신약연구개발 임상자금 확보를 위해서 비임상 및 임상시험단계에서 해외기술수출을 조기에 시도해야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국내 연구기관별 신약개발 프로젝트 진행단계를 살펴보면 외부적으로는 신약개발 관련 기관들 간에 전주기 연구개발 단계별 역할분담을 필요로 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대학과 기업, 연구소와 기업 등의 기관 간의 기술이전이나 협동연구가 다급한 실정이다.

막대한 자본력과 우수인력, 풍부한 인허가경험 및 시장경험, 우수 아웃소싱 제휴 인프라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독점시장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다국적제약기업도 연구개발비 증가 및 연구개발 채산성 저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에 대비한 차세대 약물 개발, 의료비용 상승에 따른 약가규제심화, 비용효율이 높은 신약개발 요구가 증대되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의 향상과 노인인구증가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수요증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신종질환증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요구 증가 등은 과거 질병관리중심의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건강증진, 치료, 예방, 진단, 처치, 모니터링, 사후관리 등 패키지화된 건강관리 중심의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규제당국과 보험당국, 환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기반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가치기반의 혁신을 위해서는 목표시장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최종 제품이 요구되는 수준의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치사슬과 연계되는 내부 또는 외부 역량분석과 보유 또는 미 보유 기술포트폴리오에 대한 냉정한 가치평가 접근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비지니즈 모델

지금 글로벌 제약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하나의 기업에서 연구부터 판매까지 수행하는 FIPCO(Fully Integrated Pharmaceutical Company) 모형에서 대학, 바이오테크기업, 제약기업 등이 가상적으로 통합된 VIPCO(Virtually Integrated Pharmaceutical Company) 모형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서도 받아들이고 동시에 개발된 기술을 외부로 내보내기도 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체제가 가속화 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은 버클리 대학 교수인 Henry Chesbrough가 2003년 ‘Open Innovation: The new imperative for creating and profiting from technology’라는 제목의 책에서 용어와 개념을 정리해 발표한 이후 많은 기업과 R&D 기관들이 채택하면서 전 세계적인 R&D 방법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자체 R&D 역량과 성과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R&D 결과물 및 지식자산을 활용하거나 자신의 지식자산을 아웃소싱하거나 다른 기업을 통해 사업화하면서 혁신과 수익을 창출하는 개방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에 다양한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위험과 기회를 공유하는 개방형 협력 전략인 것이다.

단순한 과제협력의 방식을 넘어서 파트너와 지식정보, R&D, IP, 사업의 위험과 기회,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며 수익을 나누더라도 전체 파이와 시장을 더 키우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다양한 협력 유형과 채널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최근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발전하여 Systematic open innovation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타깃 프로덕트 프로화일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외부 기술과 기술보유기관들과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실시간 상생협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실행을 통한 혁신생산성 극대화와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정능력의 실행이 신약개발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국적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기업의 신약개발 분업 구조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연구개발비의 20%를 신약개발 후발국의 제약기업, 바이오테크기업과 상업화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의 연구개발 제휴에 사용하고 있다.

1963~1999년 미국 FDA승인 신약의 38%가 비즈니스 제휴를 통한 라이센싱에 의해 이루어 졌고 2002년 1년 동안에 바이오테크기업 간에 304건, 다국적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기업 간에 217건, 다국적제약회사 간에 67건의 비즈니스 제휴가 일어났다. 2003년 세계 매출 50대 약품 중 17개(매출액 기준 35%)가 라이센싱에 의해 시판됐다.

화학-바이오기술 융합신약의 라이센싱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화학기술에 대한 정보의 연결 활용이 신약개발의 성공과 직결되고 있으며 바이오테크기업은 자체 파이프라인에 합성신약 개발을 확대하는 반면에 다국적제약회사들은 바이오신약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서 미국, EU, 일본 등 신약개발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상업화를 위한 다양한 신약개발전략으로 글로벌 혁신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을 육성해 오고 있다. 국가차원에서도 제약산업의 미래 혁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의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 사례를 살펴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신규 분야에 대한 Open Lab 설치에 8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노바티스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최고수준의 과학자들과 협업을 하고 있으며, 화이자는 Academic Medical Centers와 글로벌 파트너쉽 설립 Research Unit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제약산업의 선진화 육성지원을 위한 국가 지원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신약개발 중심의 혁신형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상업화 기반 구축을 통한 혁신신약 개발의 재투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 및 바이오테크기업, 대학, 연구기관의 개발 역량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글로벌 제약시장의 신약개발 요구에 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해낸다면 우리나라 BT코드 제약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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