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전방위적인 국제경쟁의 심화와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 등 범정부 차원의 규제는 제약 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제약업계는 매출감소와 구조조정 등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러한 국내 제약 산업의 침체에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대안으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많은 제약사들이 동남아, 남미 위주의 시장 개척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유럽과 같은 제약 선진 시장으로의 진출에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 제약시장 및 수준 높은 GMP 요구조건의 이해 없이는 이들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제약산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해 중점 육성하기 위한 국회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제약산업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을 위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1.5%에서 4.5%까지, 의약품 수출 비중을 현재 9.8%에서 2020년 55%까지 끌어 올리고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를 적어도 2개를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4월 중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점에 어떻게 선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로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선두주자가 될 것인지가 국내 제약사 공동의 고민거리다.

국내 GMP 발전의 시발점은 2008년 새로운 GMP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품목별 GMP를 비롯해 이전에 없었던 밸리데이션(validation) 의무화 등이 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새로운 GMP 제도의 도입으로 일부 제약사들은 생산비용 증가, 설비투자비 부담 등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글로벌 GMP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선진 제약 GMP 수준으로의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GMP 수준 업그레이드를 위해 새로운 GMP 의약품 제조시설을 신축 또는 준공 중인 제약사들은 ‘cGMP 급’ 또는 ‘cGMP 수준’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cGMP는 美 FDA의 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를 의미하나 실제 cGMP의 의미는 미국의 GMP가 아닌 현재의(최신의) GMP를 의미한다.

하드웨어(Hardware)

글로벌 GMP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하드웨어(Hardware)인 제조시설 및 설비의 업그레이드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물론 훌륭한 품질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은 최소한의 하드웨어가 갖춰졌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습도조절이 되지 않는 공조시설로는 중요 제조지역의 습도를 컨트롤할 수 없을 것이고, 작업장의 동선이 겹치는 경우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하드웨어의 구축은 많은 투자와 노력을 수반한다. 구축이 일단 완료되면 변경 절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변경 시 밸리데이션 등 또 다시 투자와 노력이 투입되는 만큼 시간이 부담이 되더라도 초기 구축 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제약사들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제조시설 구축을 완료하였거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시설에서의 문제점은 크게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 시 고려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위험(Risk)에 기반한 청정도, 동선의 구성

청정도와 동선은 제품 제조공정의 특성, 중요도 및 흐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은 과연 어느 부분이 리스크(risk)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스크 포인트(risk point)를 시설·설비로 극복할 것인지, 소프트웨어로 극복할 것인지 결정이 필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실사자들은 리스크 포인트를 시설·설비로 극복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제조업체의 시설 투자 및 밸리데이션 실시가 그리 만만한일은 아니기 때문에 제조사의 재정적 여력과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 리스크 분석이 필수적이다.

▶Closed IT system, Inventory system 등 GMP infrastructure 구축

GMP 인프러스트럭쳐(infrastructure)는 GMP 운영을 위한 초석과 같다. 특히 제조시설 구축 시 Closed IT system과 Inventory system은 반드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는 많은 데이터들이 전산화되고 있는데, 국내 제약사의 경우 이러한 데이터 관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美 FDA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데이터 관리가 미흡하면 실사 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데이터 보관, 관리, 사용을 위한 제조시설 내 IT 시스템(전자제조 기록서, MES 등)의 구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 제조시설 구축 시 제조시설 및 설비의 선택, 데이터 서버(data server) 등의 구축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Inventory system의 구축은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앙 칭량 시스템, 바코드 시스템의 도입 여부를 사전에 고려해 제조시설·설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반드시 필요한 요구조건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 제약 시장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소프트웨어(Software)

cGMP는 단순히 제조시설만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및 소프트웨어의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훌륭한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미숙하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美FDA 실사 지적 사항 대부분이 하드웨어가 아닌 밸리데이션, CAPA (Corrective and Preventive Action), 일탈(deviation) 조사, 제조기록서 등 소프트웨어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글로벌 GMP로 가는 데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혹자는 품질 시스템을 비롯한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있어 선진 품질 시스템 및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GMP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선진 제조시설의 도입은 이미 구축되어있는 시설을 그대로 들여오면서 해당 시설에 최적화 정도만 시키는 것으로 볼 때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설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작 관건은 이를 얼마나,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 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cGMP에 대한 이해도 부족 ▲미숙한 시스템 운영 및 경험 부족 ▲위험(risk) 관리 미흡 ▲제품 개발에 대한 충분한 자료의 부족 ▲모호하고 불분명한 책임과 권한 ▲시설 및 설비 유지 관리(PM/교정 등) 미흡과 같은 사항들이다.

이 같은 사항들은 글로벌 컨설팅사가 국내 제약사를 컨설팅 할 때 미흡한 부분으로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할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일탈 및 CAPA에 대한 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차에 따른 조사, 합리적인 근본원인의 도출과 연계된 CAPA의 수준은 절차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수준에 좌우된다. 결국 절차대로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로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미국 및 유럽 규제기관 실사의 공통적인 특징은 문서화(documentation), 과학적 근거(scientific background), 문서화된 절차의 준수(compliance with written procedure), 이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철저한 문서화와 조사 및 결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 문서와 행위의 일치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프트웨어 수준이 GMP 업그레이드에 절대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다.

GMP 업그레이드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용어 중의 하나는 ‘리스크(risk)’이다. 중요 품질인자(Critical Quality Attribute) 및 중요 공정변수(Critical Process Parameter) 선정을 하기 위한 공정 위험 분석을 비롯해 일탈, CAPA, 불만, 변경 등 주요 품질시스템에서 위험관리 및 영향평가는 핵심적인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제약산업에서의 위험관리는 더 이상 낯선 분야가 아니라 글로벌 GMP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분야다.

위에 언급한 부분들이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문제가 아닌 실질적 문제가 소프트웨어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데에 GMP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GMP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제언

외부 컨설턴트 또는 규제기관 실사자들이 국내 제약회사를 보면서 항상 의문을 갖는 요소 중 하나는 비슷한 규모의 해외 선진 제약회사와 비교할 때 일탈 건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만큼 문제가 있는데도 숨기는 게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의구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표면화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고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많은 일탈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탈의 발생 및 처리를 무조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려고 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관습에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불편한 현실이 GMP 수준의 향상을 방해하고 있다.

일탈이 절차에 의해 보고되고, 원인을 조사해 적합한 CAPA를 수행할 때 비로소 업그레이드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일탈들이 묻혀 버린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어디에, 어떻게, 왜 생겼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동일한 또는 비슷한 문제가 재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cGMP를 하려면 이를 운영하는 사람도 미국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사람을 채용하라는 뜻이 아니라, 미국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된다는 뜻이다.

일탈의 발생원인은 대부분 사람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한다면 일탈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 이런 기본적인 GMP의 준수가 글로벌 GMP로의 수준 향상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실사 지적 사항들을 읽다 보면 의외로 제조기록의 작성, 방법서와 행위의 일치 등 기본적인 GMP 사항에 대한 것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그만큼 선진 GMP로의 도약도 기본 GMP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품질시스템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SME(Subject Matter Expert)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SME 제도의 운영을 분야별 전문가로 육성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 활동을 유도해 전반적인 GMP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분야별로 전문가가 육성 된다면 글로벌 GMP로의 업그레이드는 수월해 질 것이고, 선진 제약 규제기관 실사 시에도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제약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정부의 계획은 국내 제약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몇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선진 GMP와 국내 GMP와의 괴리를 최소화하여 국내 GMP가 곧 cGMP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사후관리, 그리고 회사의 규모 및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 지원 등이다. 더 많은 제약사들이 글로벌 GMP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맺음말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지만, 무작정 진출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GMP 수준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진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GMP 수준의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cGMP에 부합하는 제조시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도 필수적임을 명심하면서, 이를 위한 시행착오는 발전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고 그 경험을 축적한다면 GMP 수준은 이미 선진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