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수많은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적발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제약회사와 의·약사들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며, 정부는 더욱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입안 당시 정부는 리베이트가 약제비를 증가시켜 국민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며 리베이트를 받는 의약사들의 윤리적 문제를 공격했다. 국민들 역시 정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과연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가 과연 어떤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리베이트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리베이트 관련 두 가지 큰 오해가 있다. 첫 번째가 리베이트는 제약회사, 의사, 약사의 윤리적 문제라는 오해이고, 두 번째는 리베이트에 의해 약제비가 증가한다는 오해이다. 각각의 명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높은 제너릭 약가 등 구조적 문제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정부는 의료수가를 관행수가의 50%로 책정했다. 보다 많은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의료보험을 통해 유입되는 환자수가 많아지면서 저수가를 어느 정도 극복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도입 초기의 저수가는 개선되기는커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가 됐고, 의료기관은 수익보존의 방법으로 불가피하게 약가마진이나 의약품 리베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 역시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다.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과 2000년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약제비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면서 약제비 관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정부는 OECD 자료를 제시하여 우리나라 약제비율이 OECD 평균보다 높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언론과 시민단체 역시 덩달아 앵무새처럼 정부의 주장을 읊으며 약제비 증가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실제 약제비율이 2010년 OECD 평균은 16.6%인 반면 우리나라는 21.6%에 달하고, 2011년 한해 총 요양급여비용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6%가 넘는다. 물론 저수가에 의해 의사들의 진료비용이 낮아 약제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지만, 숫자로만 본다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약제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정말 높은 것인가. 결론적으로 ‘높다’가 정답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오리지널 약은 비슷하나 ‘제너릭은 높다’가 정답이다.

2008년 KDI 윤희숙 연구원은 재미있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오리지널 대비 복제약가를 계산했고, 각각의 판매량 비중과 매출액 비중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의 자료에 의하면 다른 나라의 복제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약 40.7%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두배가 넘는 86.0%를 나타냈다. 즉 우리나라 제너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 절대적으로 제너릭 약가가 높다는 사실은 과거 심평원이나 서울대 연구 등 다른 발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실거래가 상환제의 문제점을 파악한 정부는 리베이트 쌍벌제와 더불어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해 약가를 낮추려 노력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2012년 4월 1일에는 새로운 복제약가 정책을 시행하여 일괄적으로 약가를 인하하기도 했으나, 오리지널 대비 복제약가를 낮추지 못했다.

높은 제너릭 약가. 바로 이것이 리베이트의 궁극적인 원인이다. 더불어 굳이 신약개발은 하지 않더라도 제너릭만 개발해도 이익이 남는 제약산업의 원시적 구조, 한 품목 당 수십 수백개의 제너릭 허가가 가능한 허술한 진입 장벽 등도 리베이트의 원인이다.

제너릭을 개발한 후 정부 정책에 의해 비싼 가격으로 책정받고, 규모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높은 가격에 의해 만들어진 잉여의 이익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것이다. 결국 리베이트는 잘못된 복제약가 정책, 제약산업의 후진성, 제너릭의 허술한 진입장벽 등 여러 가지 잘못된 제도적 법적 장치에 의해 파생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리베이트와 약제비 상승은 ‘별개’

리베이트와 관련된 또 다른 오해 중의 하나가 리베이트가 약제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리베이트가 원가에 산정되어 복제약가에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복제약가를 정하는 주체는 바로 정부이다. 제약회사와 의사, 약사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정부의 문제라는 것. 리베이트와 관계없이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제너릭 약가가 정해진다.

정부의 주장대로 리베이트가 약제비를 증가시킨다는 가정이라면, 리베이트 규모가 감소하면서 약제비도 자연스럽게 감소해야 한다. 그러나 리베이트 쌍벌제를 통해 리베이트 규모가 현저하게 감소했음에도 약제비는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작년 4월 새로운 약가 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정부 스스로 리베이트가 약제비를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한 것이고, 비싼 제너릭 약가의 주범은 바로 정부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결국 리베이트는 제공자 수수자의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약가산정정책과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에서 파생된 구조적 문제이며, 리베이트가 약제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승된 약가에 의해 파생된 제약회사의 영업판촉 비용이라는 것이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의해 잉태되어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시킨 사회적 기형아이다.

근절방안, 저수가 구조 탈피가 해답

일단 일차적으로 저수가 구조에서 적정 의료수가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 수수자로 하여금 경영압박에 의한 리베이트 유혹을 떨쳐내도록 말이다.

두 번째로 제너릭 약가 산정 정책의 변화이다. 작년 정부의 조치로 전반적인 약가의 인하를 유도했을 수는 있으나 오리지널 대비 제너릭 약가율은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떤 품목은 오리지널과 거의 동등하게 책정되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제너릭 약가의 거품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너릭약가 정책 변화를 통해 다른 나라 수준으로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

세 번째로 복제약의 시장진입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은 시장진입이 수월하다보니 한 품목의 오리지널에도 수많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생산하고 허가받고 있다. 복제약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고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복제약의 철저한 검증을 통한 시장진입 과정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시장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인 제약회사의 대관작업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대책도 필요하다.

네 번째로 국내 제약회사의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제너릭을 비싸게 책정해주니 오리지널 약 개발이나 생산은 뒷전이고 영업에만 급급한 것. 때문에 제너릭 매출 중심이 아닌 신약 개발을 통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이는 국가적인 R&D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난립한 중소제약회사나 도매상의 구조조정을 통해 제너릭 생산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유통구조의 혁신적인 개선을 통해 약국의 불법적 백마진을 근절해야 한다. 공단의 약제비 직접지급과 같은 제도를 고려해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리베이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 리베이트는 단지 제공자와 수수자와의 문제가 아니다. 약가와 관련된 정부와 유관단체, 그리고 리베이트를 윤리적 문제로 치부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모두의 책임이다. 최근 의사협회는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했다. 이제는 리베이트 제공자와 약가정책 당사자들이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쌍벌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3월 16일 개최된 제2차 정기총회를 통해 전체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적극 반대하며, 이를 위해 적극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앞서 강조했듯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악화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에 있음에도 불구, 그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시켜 부당청구 허위청구나 일삼는 도둑놈 사기꾼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을 유지하기 위해 개원의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적정수가를 쟁취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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