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 특집2]혁신형 제약산업으로 진전
한미 FTA대응 ‘ 허가-특허’ 연계
김성호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장


지난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다. FTA를 통해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미국까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보유한 아시아의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FTA시대의 제약산업은 피해업종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더 큰 도전과 성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60년대 국내 최초로 항생제 생산을 시작으로 외국제품의 국산화 노력 등 80년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독자적 신약개발 기술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1987년 7월 1일 물질특허제도 도입과 미 시판 의약품 소위 ‘파이프라인 프로덕트(Pipeline Product)’의 10년간 허가제한 등 국내 제약 산업은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위기의 시간을 산·관이 협력해 제약 산업을 선진화하는 기회로 활용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왔다고 자부한다.

현재의 제약 선진화 기반을 이룬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제도 도입(1987년), 수출업 폐지 등 허가제도 정비(1991년), 신약 등의 재심사제도·임상시험관리기준 제정(1995년), 가교시험제도 도입(1999년), 임상시험계획 승인제(IND)·원료의약품신고제(2002년), GMP 선진화·품목별 GMP평가제(2008년) 등은 대내·외적인 위기에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ND 도입이나 GMP 선진화는 ‘시기상조’ 또는 ‘해외시장 진출은 불가능’이라는 많은 냉소와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아시아 최고의 임상시험 능력과 우수한 의약품 생산능력을 가진 당당한 제약 산업 인프라와 역량을 갖게 되었다.

그간의 제약 산업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FTA 시대의 제약 산업이 재도약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한·미 FTA가 제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식약청 및 제약 산업의 대응 전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

한미 FTA가 우리나라 제약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석결과(2011년 8월)에 따르면, 의약품 분야 관세철폐 및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로 인해 연평균 686억원에서 1,197억원의 생산(매출)감소(10년 누적 6,858억원~1조 1,968억원)가 예상되고 있다.

이 중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생산(매출) 감소는 439억원~950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으로 인해 제너릭의약품 허가 절차 변경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허가단계에서 특허침해 확인절차 없이 안전성·유효성 확인으로 허가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품목허가를 받은 자가 특허목록 등재를 식약청에 신청하고 식약청은 일정 대상 및 기준에 충족하면 그 내용을 공고하게 된다(1단계).

제너릭의약품을 허가 신청한 자는 특허목록 등재된 품목 허가 신청사실을 오리지널사에 통지해야 하며(2단계), 오리지널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식약청 허가가 자동 연장된다(3단계).

그러나 시판방지 조치(3단계)는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 3년간 유예돼 지금은 2단계의 의무만 발생하게 되며, 특허가 만료된 경우나 특허기간 이후 판매하고자 하는 제너릭 의약품은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제너릭 의약품 출시 지연으로 국내 제너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감소되겠지만, 시판방지 조치가 3년 유예됨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제약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식약청에서 2008년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물질특허가 시판방지 유예기간동안 약 40%가 만료돼 현행과 같이 연구개발을 통해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2015년에서 2020년까지 36개 물질특허(73개 품목)가 만료된다.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이들 품목의 생산수입 실적은 총 3,549억 원으로 총 생산수입실적 16.8조원의 2.1%에 해당한다. 



정부차원의 제약 산업 정책

정부는 제약 산업을 농업과 더불어 한미 FTA에 따른 피해업종으로 분류하고 2007년부터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제약인프라 개선, R&D 지원 확충 등을 통해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강화 및 해외진출을 확대해 제약 산업을 수출전략 산업화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추진해 왔다.

식약청에서는 의약품 허가·심사를 선진화하기 위해 신약에 대한 국제공통기술문서(CTD)로 신청서류를 통일하고 우수의약품 심사기준 마련 등 심사의 투명성을 높여 왔다. 2008년부터 선진국형 GMP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2010년 원료의약품까지 전 품목에 대한 의무화를 완료한 바 있다.

또한 의약품 개발을 위한 필수 정보인 의약품 특허정보에 대해 식약청의 허가, 생산(수입)실적 등을 통합·재가공하여 제공하는 의약품 특허정보 분석서비스인 ‘특허인포매틱스’(290여 경쟁력 있는 성분서비스 중)를 추진해 기업의 정보검색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와 공동으로 ‘신약개발 R&D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해 범부처 전주기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국내 제약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시험,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의 신약개발 R&D를 지원하고 있다(복지·교과·지경 3개 부처 공동추진, 2011~2019년 총 1조600억원 투입, 국고지원 5,300억원).

또한, 최적의 신약개발 인프라를 확보한 사업단을 통해 우수 항암 후보물질의 발굴 및 효과적 임상시험으로 글로벌 항암제 개발 가속화하는 시스템 통합적 신약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소요예산: 2011~2015년 총 2,400억원, 국고지원 1,200억원).

아울러 임상시험센터 15개소, 신약개발 기반구축센터 지원 등 신약개발 인프라 확충,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대한 특별법’제정(’12.3.31 시행) 등 각종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GMP모의실사를 제공하고, PIC/S 가입추진을 통해 GMP 상호인증의 토대를 마련 중에 있으며, KOTRA의 해외시장 로드쇼에 참가 국산의약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ODA 사업 추진, APEC 규제조화센터, ICH 국제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 이상 의약품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규제의 수용자가 아닌 전파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FTA에 발효에 따라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의약품 운영TF팀을 지난 12일자로 구성해 제도를 원활히 시행하고 3년 유예된 시판방지 조치입법, 특허도전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 전담해 마련할 계획이다.

특허권자의 에버그리닝 전략이나 부실특허에 의해 제너릭의약품의 시장진입 지연이 되지 않도록 의약품 특허등재 심사를 철저히 하고, 특허 쟁송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심결이 이뤄지도록 협조를 요청해 부실특허에 의한 시판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국산의약품의 국내에서 실시한 시험 등이 미국에서 동등하게 받아들여 중복시험의 방지, 불필요한 규제비용 절감 등을 통한 대미 진출 활성화를 위해 협상성과인 GMP, 제너릭 상호인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제약기업 대응전략

FTA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별로 대응전략을 마련 중일 것으로 생각된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등 엄중한 시기에 정부정책과 함께 제약기업에서 추진해야 할 대응전략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허가-특허연계 제도 시행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허가지연에 의해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시판방지조치의 3년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특허에 일부 소홀한 면이 있었던 제약기업도 이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특허분석을 통해 부주의로 인한 소송이나 허가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인식되어야 한다.

국내 제약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은 초기단계지만, 유럽의 경우 약 5개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EU FTA를 통해 상호교역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유럽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경쟁력 있는 제품, 더욱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수출노력을 통해 수출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산·관의 폭넓은 협력의 자세가 필요하다.

2007년부터 진행된 정부차원의 노력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기업의 노력에 달려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제시될 때 가장 효과를 보게 된다.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발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제약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 산·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EU FTA와 한-미 FTA를 통해 우리나라는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영토는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의 시장을 내어줄 수도 있고 얻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FTA시대가 도래한 이상 피해산업이라고 멈출 수도 버릴 수도 없다.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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