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 개발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시험의 절반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하며 ‘대한민국 글로벌 신약 1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하는 한미약품(대표 이관순)은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 및 항암, 천연물 분야 12건의 신약 과제 중 7건에 대한 임상시험을 해외에서 진행하며 글로벌 진출을 담금질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약값인하 정책으로 제약기업 전체의 이익률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은 2011년 한해동안 전체 매출의 13.9%인 840억원(연결재무재표 기준)을 R&D에 투입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신약’ 탄생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미약품 김재순 글로벌비즈니스팀 이사는 “국내 제약기업의 규모를 감안할 때 수 백억원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에 도전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개발 초기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R&D 전략을 짠 것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국산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값인하 정책 수익감소 불구 R&D ‘의지’

한미약품이 2006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는 해외 임상이 활발한 바이오 신약 과제들의 근간.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당뇨병치료제, 인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치료제, C형간염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 임상을 미국,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다.
월 1회 투약하는 당뇨병치료제로 세계 최초 개발 중인 LAPS-Exendin4는 유럽에서 환자대상 단회투여 임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한 번 투여로 2주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성장호르몬 제품인 LAPS-hGH는 동유럽 8개국에서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앓는 성인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16개 의료기관에서 시작했다.

이 임상시험을 위해 한미약품은 2011년 9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임상 참여 의료기관 관계자 43명이 참석한 가운데 ‘LAPS-hGH 글로벌 연구자 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완료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LAPS-GCSF는 미국의 바이오신약 전문 개발업체인 스펙트럼사와 공동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지난 1월 체결했다.

이와 함께 C형 간염치료제인 LAPS-INFα는 유럽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2상 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 R&D 전문기업과의 제휴로 신약개발 탄력

한미약품은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해외임상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인 카이넥스사와 공동으로 혈액암, 전립선암 등을 타깃으로 KX01에 대한 임상 1상을 미국과 홍콩 등에서 공동 진행하고 있다.

KX01은 암세포 대사와 성장의 핵심인 SRC 키나아제(kinase)와 프리튜뷸린(pre-tubulin)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의 혁신신약으로 본격 출시될 경우 한국과 중국에서만 연간 1,5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오락솔’, ‘오라테칸’ 등 항암신약에 대한 해외 임상도 곧 시작된다.

2000년부터 7년 간의 연구 끝에 항암제의 경구흡수를 방해하는 PGP(P-glycoprotein, 위장관에 존재) 차단 신물질인 HM-30181A를 개발했다. 오락솔, 오라테칸은 이 HM-30181A를 기존의 주사 항암제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개발된 경구용 항암신약이다.

국내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했던 한미약품은 최근 KX01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카이넥스와 오라스커버리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미국, 유럽 등 지역에서 오락솔·오라테칸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오락솔·오라테칸과 KX01을 병용 투여할 경우 우수한 항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한미약품과 카이넥스간 공동 연구가 가져다 줄 시너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암에 효과를 보이는 표적항암제 HM781-36B(Pan-Her Inhibitor)는 국내 1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비소세포폐암을 타깃으로 우선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EGFR변이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인 HM61713도 국내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 전진기지, 북경한미연구센터 가동

한국과 중국을 잇는 R&D 네트워크인 북경한미연구센터도 글로벌 임상의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북경연구센터는 출범 초기 30여명이던 연구인력을 현재 110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연구원의 60%가 북경대, 청화대, 심양대 등 중국 명문대학 출신이며 8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우수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북경연구센터는 현재 한국 한미연구센터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 내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R&D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한국 한미연구센터를 총괄하며 신약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김맹섭 소장을 북경한미연구센터 총괄 책임자로 전격 발탁해 한국의 R&D 노하우를 현지에 접목하고 한국-중국간 연구협력 네트워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임상과 북경연구센터와의 R&D 네트워크 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준비 중인 신약들을 2015년 이후부터 매년 1~2품목씩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개량신약 무기로 미국·유럽 돌파” … 복합제 개발도 활기

2004년 발매된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은 국내 개량신약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후 한미약품은 혈전치료제 ‘피도글’,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복합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 등 개량신약을 잇따라 발매하며 국내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성공을 기반으로 한미약품은 경쟁력 있는 개량신약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아모잘탄은 미국 MSD사와의 4차례 계약을 통해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다국적제약회사의 판매망을 통해 수출되는 첫 번째 국산의약품으로 기록됐다. 이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은 2011년 12월 MSD에 아모잘탄 초도 물량을 수출했다.

혈전치료제 피도글은 유럽 허가를 획득한 첫 번째 국산 개량신약이다. 피도글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싸이프러스 등 유럽 8개국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독일 AET사와 함께 각 국가별 현지 파트너사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으로 수출될 전망이다.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도전하는 첫 번째 국산 개량신약이다. 2010년 해외임상을 종료하고 현재 미국 FDA 허가심사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열진통제 ‘맥시부펜ER’, 고지혈증치료제 ‘심바스트CR’ 등 개량신약에 대한 해외시장 진출도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아모잘탄 성공으로 복합제 개발전략 ‘버전 업’

복합 개량신약인 아모잘탄 성공으로 한미약품의 복합제 개발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으로 축적한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집중적인 복합제 개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향후 복합제는 한미약품 글로벌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한미약품은 ‘R&D 기반의 글로벌화’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글로벌 20위, 글로벌 신약 20개 발매를 목표로 하는 ‘Vsion 2020’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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