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녹십자는 삼성서울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로인해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단 1개 치료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헌터증후군(Hunter's Syndrome)의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헌터라제’의 임상시험 등 핵심연구개발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동규 교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실제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인 뮤코다당증의 일종으로, 저신장, 운동성 저하, 지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적 희귀질환이다.

남아 10~15만 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약 7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희귀질환으로 연간 300억 원 정도의 약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치료비용이 가장 비싼 의약품 중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단 1개의 제품만이 개발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기존 치료제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자 치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다. 헌터라제 개발 주인공인 녹십자 개발본부장 이성열 상무를 만났다.

1인당 연간 치료비 약 30~50만 달러 

헌터증후군은 1917년 이 질환을 처음 발견한 캐나다 의사 헌터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성열 상무는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뮤코다당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가 결핍돼 뮤코다당이 체내 또는 세포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유전적 희귀질환”이라고 설명했다.

2~4세 정도가 되면 난청, 다발성 골형성부전증, 간과 비장이 커지는 증세가 나타나고, 10~15세 정도가 되면 신경계 증세가 뚜렷해진다. 보통 15세를 전후로 해서 사망한다는 것.

이 상무는 “헌터증후군의 치료는 대부분 효소대체요법을 시행한다”며 “효소대체요법은 유전공학적으로 생산한 효소를 환자에게 주사해 효소결핍으로 인한 증상을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효과가 빠르고 내성이 없으며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헌터증후군은 남아 10~15만 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 상무는 “국내의 경우 약 7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환자수가 약 2만명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1인당 연간 치료비가 약 30~5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치료비용이 비싸, 실질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약 1,500명에서 2,0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IDS효소 결핍에 따른 헌터증후군 증상 개선

이 상무는 “헌터라제는 녹십자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효소 Idursulfase beta를 주성분으로 한 치료제로, IDS(Iduronate 2-sulfatase)효소 결핍으로 인한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해준다는 것.

지난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31명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뇨를 통해 배출된 뮤코다당체가 약 30~40% 감소됐고 6분 동안 걷는 거리의 증가율이 19%로 나타나 대조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 상무는 또한 “이상약물반응 발생률에서도 헌터라제는 대조약과 동등 이상의 결과를 보여 기존 의약품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개선되었음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선된 효과는 녹십자가 개발한 최신 제조기술을 통해 생산된 효소의 활성을 현격하게 증가시켜 나타난 것으로, 이 기술에 대해 이미 지난해 세계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헌터라제 개발로 치료제 선택 폭 확대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치료비용이 가장 비싼 의약품 중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단 1개의 제품만이 개발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300억 원에 달하는 치료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무는 “비싼 약값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전세계적으로 단 하나뿐인 치료제의 공급이 원활치 못할 경우 환자 치료가 전면 중단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헌터증후군과 유사한 파브리병 치료제의 경우, 생산시설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치료제의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는 것. 지난 2009년 6월에 발생한 이 사고로 국내에는 현재까지도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환자들의 불편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헌터라제는 국내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치료환경을 열어줄 것”이라는 이 상무는 “녹십자가 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해 헌터증후군 환자들은 이제 안정적으로 치료제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는 것.

더불어 그는 “헌터라제는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와 산연협력의 바람직한 모델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동규 교수가 연구과제를 제안하고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녹십자가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하고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신약개발 비임상과 임상시험지원사업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결실로 탄생한 것.

헌터증후군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 상무는 “녹십자는 올해 하반기 ‘헌터라제’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이후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미국, 유럽, 중국 거대의약품시장과 이머징마켓 등 세계시장에도 진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약 50% 이상의 세계시장을 점유하며 헌터증후군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1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현재 약 5,000억 원에 이르며 수년 내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무는 “녹십자는 ‘헌터라제’ 외에도 희귀의약품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희귀의약품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높아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희귀의약품 개발 성공도를 높인다면 향후 무한한 성장력을 가진 분야”라는 그는 녹십자의 희귀의약품 개발의지를 강조했다.

“녹십자는 이미 지난 2010년 세계에서 3번째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A 치료제 ‘그린진 에프’의 제품화에 성공했었고 파브리병 치료제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희귀의약품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