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 현 주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산업들이 발전해온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외국 제품을 단순 수입 판매하다가 제조기술을 습득해 국산화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제약산업도 마찬가지로 1950년대 완제의약품을 단순 수입 판매하는 것에서 출발해 60~80년대에 국산화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신약개발 투자가 시작돼 현재 신약개발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국산 신약을 평균 400억∼500억 원의 투자비와 10년에 걸친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에 성공했지만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신약은 6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시장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인 이른바 블록버스터 신약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한편 제너릭의 경우 대내적으로 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약가인하 압력 등 국내 시장환경의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대외적으로도 세계 제약시장에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의 경쟁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이 직면한 딜레마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제너릭 생산·판매로는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신약개발로도 아직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안이 존재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제약산업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성으로 ‘전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너릭 품질ㆍ생산성 향상

현재 국내 제너릭의 경우 제약기업별로 적게는 수 십 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다품종 보유체계에서는 생산의 효율성을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다. 

제너릭 분야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생산 효율성을 올려야만 달성할 수 있다. 외국의 제너릭 전문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생산 라인을 1년 365일 운영하면서 품질을 유지 및 개선하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 약가 인하 압력에 대처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제너릭에 있어 품목 전문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을 가진 제품과 기업이 시장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신약개발, 선택과 집중화 전략

국내 신약개발도 마찬가지로 기업별로 전문화된 영역에 집중하기 보다는 메이저 약효군에 분산돼 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투자규모는 다국적 제약기업과는 현격히 차이가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 규모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던 미국의 Genzyme은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고, 그 외 외국의 강소 제약기업의 사례를 봐도 이 기업들은 특정분야에 있어 강점을 가지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질병의 원인 및 메카니즘이 세부적으로 규명되면서 치료제 시장도 세분화(segmentation)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이 1억~5억 달러 정도, 대상 환자수는 1만~100만명 정도를 타깃으로 특화된 틈새 치료제인 니치버스터(nichebuster)를 목표로 신약개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제약산업 발전전략은?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모두 비슷한 상품과 영업망을 보유한 국내 제약업계는 M&A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제약기업들이 각각 경쟁력 있는 분야로 전문화가 진행된다면,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M&A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후반 일본 제약기업간의 대규모 M&A가 이어지면서 현재 Daiichi Sankyo(2005년), Astellas(2005년), Dainippon Sumitomo(2005년), Mitsubishi Tanabe (2007년), Kyowa Hakko Kirin (2008년) 등이 세계 50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약산업 내부뿐 만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변화 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제약산업 외부의 동력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국내 대기업의 제약산업 진출이다. 최근 삼성, 한화, 코오롱그룹 등이 바이오의약품을 앞세워 제약산업에 진출한 것은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국내 제약업계에는 이미 LG생명과학, CJ제일제당, SK케미칼 등이 이미 진출해 있다. 이러한 대형계열사들이 아직 제약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높은 시장 격차 및 국내 시장의 과소한 규모에 기인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등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제약 비즈니스의 성공사례를 창출할 경우 제약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최근 국내 병원의 연구개발 강화 및 사업다각화에 주목해야 한다. 병원은 제약기업의 생산품인 의약품을 소비하는 기관임과 동시에 기초연구, 임상시험 등 의약품의 연구개발과정에 참여하는 독특한 존재이다.

과거 국내 병원은 진료 중심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5~6년 사이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임상시험 분야의 급격한 성장이다. 2009년 임상시험 실시건수에서 서울은 미국 휴스턴, 샌안토니오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핵심 임상연구지역으로 부상했다.

국내 병원의 높은 임상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진행 속도와 데이터 신뢰도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병원들은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삼성 두바이클리닉과 우리들병원 두바이척추진료센터 등 국내 의료기관이 현지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병원 해외 진출에 국내 제약기업이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 한-미 FTA 발효 등으로 국내 제약산업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제약산업의 구조를 선진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 그 어느 때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이를 독려하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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