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화창한 봄이 무르 익었다. 나에게 봄은 코끝에서 시작됐다.

무심코 거리를 거닐다 바람결에 묻어있는 라일락 향기를 느낄 때, 비로소 봄은 시작된다.

얼마 전 코끝에서 시작된 봄이 어느새 일제히 쏘아 올린 폭죽처럼 현란한 색상의 꽃망울을 터뜨리며 온 세상을 점령했다.

거침없이 밀려오는 점령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온전히 그의 포로가 되고 싶은 마음, 나만의 바람일까.

화사한 봄꽃을 집안으로

이름만큼이나 짧은 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누가 뭐래도 꽃구경일듯 싶다. 지난 4월 한가운데 화려하게 치러진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를 비롯해 이천 산수유 축제, 태안 수선화 축제, 지리산 철쭉 축제 등 전국에서 열리는 꽃 축제마다 꽃만큼이나 알록달록한 복장을 한 수많은 상춘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눈에 담고, 사진에 담고, SNS에 올려도 봄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는 다면 봄을 집안에 들여 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꽃들과 식물을 한 자리에서 구경하고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 화훼단지로 발길을 돌려보았다. 햇살만큼이나 화사한 봄 꽃 두어 개 만으로도 집안 가득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은 서서울 화훼단지

제 2경인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서서울 화훼단지는 근접성이 좋아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농원별로 생화, 선인장, 난, 관엽식물, 허브를 판매하는 분화가 이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매장이 비닐하우스의 중앙통로로 연결 돼 있어 이동하며 구경하기에 편하다.

식물마다 성장하는 최적의 생태조건을 잘 갖추어 놓은 덕에 관엽식물농원에서 선인장농원으로 이동할 때는 마치 열대지역에서 지중해 지역으로 순간 이동하는 느낌마저 든다.

맞은편에는 식물 외에도 흙, 비료, 도자기 화분 등의 부자재를 파는 곳도 있어 한 자리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 곳이라 오전 시간에는 도매상인들로 북적이니, 여유롭게 둘러보며 꽃구경을 하고 싶다면 오후 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다.

꽃이나 식물을 선택할 때는 관리가 어려운 식물이나 고가의 식물보다는 어렵지 않게 돌볼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꽃식물을 선택할 때는 너무 활짝 핀 것보다 꽃봉오리일 때 구입하는 것이 좋다. 꽃도 감상하고 키우기에도 용이한 몇몇 식물을 알아보았다.

구피화

정식 명칭은 ‘쿠페아’지만 아홉 번 꽃이 피고 진다고 하여 ‘구피화’로 불리기도 한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흙이 건조해지지 않게 수분을 보충해주고 햇볕을 잘 쐬어주면 일년내내 꽃을 볼 수 있다.

버베나

줄기 끝에 작은 꽃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귀엽다. 개화기간이 길어 통풍이 잘 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우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카랑코에

선인장과의 다육식물로 꽃의 수명이 길다. 약간 건조하게 키우는 것이 좋아 윗흙이 말랐을 때 또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초여름에는 꺾꽃이만으로도 쉽게 번식이 가능하다.

수국

수국(水菊)이라는 이름에 물 ‘水’자를 쓸 정도로 물을 좋아하는 꽃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 흠뻑 물을 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주면 오래도록 탐스럽고 화려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수국은 색깔이 다양한데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푸른색, 붉은색, 흰색이 결정된다.

트리안

꽃은 없지만 앙증맞은 잎들이 몽글몽글 모여 있는 모양이 사랑스럽다. 초보자가 키우기 쉽고 관상식물로도 인기가 많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트리안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보자.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줄기를 잘라 예쁜 병에 담아 수경재배를 해도 뿌리를 잘 내린다.

이 밖에도 에어 플랜트(Air plant)라고도 불리는 공중 식물은 흙과 화분 없이 공중의 습도와 온도를 바탕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분갈이 등의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키우기 쉽다.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독성물질을 잡아주고 공기정화능력도 있어 요즘 같은 봄철에 특히 인기가 많다. 대표적인 종류는 틸란드시아나 우스네오데스, 디스케리아가 있는데 키우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해 분무기로 잎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분을 보충해 주거나 틸란드시아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통째로 약 5분간 물에 담갔다 꺼내주면 된다. 두어 개 구입해 무심한 듯 천정에 툭 걸어 두면 실내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매년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선물해 드렸다면, 올해는 화사한 봄꽃이 담긴 화분을 선물해 드리는 건 어떨까. 자녀들에게는 키우기 쉬운 다육이나 트리안을 선물해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식물에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어 가는 동안 날로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함도 느끼고 정서적 교감도 나눌 수 있는 ‘반려식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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