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SK케미칼 고문

미국, 영국, 러시아의 경우 생물학적 전쟁에 대한 준비 또는 대비에 대한 역사는 매우 길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에게 종종 참고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생물학전이 벌어질 때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바이오테러에 대항할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실제로는 생물무기에 대한 대응방안 뿐 아니라 생물무기 프로그램 역시 공격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미국은 미국 육군감염병연구소(USAMRID)를 중심으로 바이오테러에 대비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의 사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스페샬 백신접종 프로그램에 따라 군인 중에서도 상황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한적 인원에 대해서만 접종이 이루어진다.

걸프전쟁 당시 투입된 미군들의 경우에도 당시 생물무기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군인들만이 백신접종을 하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 중에서도 특수 업무에 종사하는 일부는 탄저백신을 이미 접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바이오테러와 관련된 백신은 생물무기에 노출의 위험성이 높은 군을 대상으로 논의돼왔고 접종 역시 제한된 수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일반인들에 대한 바이오테러관련 백신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 이후 탄저균포자가 우편물을 통해 전달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후 삼엄해진 국가단위의 보안시스템이 강화되면서 결정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 바이오테러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사라졌지만 당시 발생한 의도적인 전파를 목적으로 제조된 분말형태의 탄저균포자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탄저균의 위험성

만일 서울역에서 누군가가 지하철선반에 탄저균분말을 봉지에 놓아둔다면 지하철역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역을 오염시켜 결국 1호선 전체의 역이 모두 오염시키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을 하게 된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탄저는 소화기나 피부를 통해 감염될 때보다 훨씬 치명적이어서 이 때의 사망률은 80%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더구나 탄저균은 치명적일 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저항력 있는 포자를 형성해서 수십년간 독성을 유지한다.

모두에 언급된 것처럼 한반도의 정세가 위기로 진행될수록 제한된 수의 군대만 접종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바이오테러 관련 백신이 접종된 사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약 1년 전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의 김정남 독살, 최근 청와대의 탄저백신 구입소동으로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바이오테러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환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한 대로 야당은 청와대의 탄저백신 소량구매에 대해 일반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한 결정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북한, 계속 생물무기 개발

북한의 생물무기개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 월간지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1960년대에 이미 시작됐으며 김정은 정권 역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생물무기개발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25-50개 기관에서 1500-3000명의 전문 인력이 R&D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생물무기의 후보로 추정되는 후보로 13-15종의 병원체가 있다고 일일이 병원체의 종류를 거론하고 있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한국정부와 국민들 사이에는 체제대결에서 실패한 북한이 핵개발과는 별도로 훨씬 이전부터 생물무기를 개발해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귀순용사들의 혈액검사를 해보면 이미 1977년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은 두창바이러스항체가 나왔다는 것이 그 믿음을 뒷받침해 주었다.

생물무기는 생산비용이 낮으면서도 무차별적인 인명살상과 공포감 조성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자들은 생물무기를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라고도 부른다.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전시와 평화 시의 구별이 불분명하고, 공격의 범위와 대상 역시 전방과 후방,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것이 애매했다. 게다가 생물무기는 이게 테러인지 자연발생인지 증거를 찾거나 사실 확인이 어려운 데다가 초기파악이 또한 쉽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메르스 유행 때 한국사회가 겪었던 패닉 증상보다 수 백 배 이상의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상황

우리나라 정부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바이오테러에 대비해 두창백신(smallpox vaccine)을 Berna Biotech에서 구입해 비축을 시작했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있던 작은 백신회사인 베르나는 9.11테러 이후 지하에 묻어놓았던 백신을 전세계적으로 공급하면서 번 돈으로 우리나라의 백신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당시에 필자가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두창백신을 한국정부에 판매하려고 3개 회사가 입찰에 들어왔을 때 두창이 박멸되던 1977년 WHO는 각국정부에 바이러스균주를 폐기하라고 권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이걸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나를 향해 `너 바보 아니냐는 표정을 짓더니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WHO가 폐기하란다고 진짜 폐기했다고 9.11테러 때 국제기구와 각국의 정부들은 바이오테러 생물무기의 후보로 smallpox, anthrax, plague, botullinus를 지정하고 대비를 권장했으며 세계는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두창과 탄저백신을 자체 생산해 비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두창백신은 우리나라도 약 10년 전부터 자체 생산해 비축하고 있다.

탄저백신 개발에 대해서는 2019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재 진행형에 있다.

탄저의 예방과 노출 후 치료에 대해서는 항생제가 비축돼 있다. 그러나 탄저가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탄저균이 분비하는 톡신 때문이다.

항생제의 한계이다. 원천적으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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