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교수(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약물 효과 이면엔 부작용 상존

약물이란 양날(double-edged)을 가진 칼과 같은 것이어서 정확한 의학적 근거에 기초해 적절히 사용된다면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잘못된 지식과 섣부른 판단에 근거해 함부로 사용될 때는 그 다양한 부작용 중 유해작용에 의해 인체에 크고 작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의학의 연구자들은 그 치료기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약물요법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약물치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물이 인체에 투여되었을 때 인체에 대한 해당 약물의 작용과 그 기전,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용법, 용량 및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위한 약물의 응용방법 등을 부단히 연구해 오고 있다.

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정신적 의존성이란 아편과 같은 마약, 혹은 기타의 향정신성(向精神性) 약물 등을 반복 사용하게 될 때, 생체가 마약 등에 대해 강한 정신적 욕구가 생기게 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마약 등을 손에 넣으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정신적 의존성의 결과로 그 마약이 손에 들어오면, 그것을 무제한으로 반복 사용하고자 하는데, 이런 현상을 탐닉(addiction)이라 하며, 이런 상태가 된 후에 그 마약 사용을 중지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고통, 즉 금단증상(abstinence syndrome)을 나타낸다.

이런 현상을 육체적 의존성이라 표현하고 있다. ‘습관성 약물’이란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지나칠 정도로 강하고, 사용 약물의 용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의미한다.

또한, 오용(誤用)이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사물을 잘못된 방법으로 쓰는 행위이며, 남용(濫用)이란 사물을 어떤 목적을 위해 함부로 쓰는 행위를 말한다. 임상의학적으로는 약물의 사용으로 인해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해나 고통을 일으키는 특정 증상이 한 개 이상 존재할 때 그러한 약물사용 상황을 약물남용(drug abuse)이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인간의 질병을 고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올바로 사용되어야 할 약물이 잘못된 용도와 방법으로 성인들 뿐 아니라 특별히 청소년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개탄할 일이다.

고등학생 등 청소년 약물 오남용 심각

그러면, 청소년기에 인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마약류, 본드, 부탄가스 및 향정신성 약물 등을 오남용할 경우, 어떠한 현상이 초래되는가?

그 결과로는 기억력 및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 정보처리 능력에의 장해, 자신의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 감퇴로 행동에 여러 문제 발생, 학업능력 저하, 가족 및 교우관계 파괴, 가치관 및 삶의 목적 상실 등의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술과 담배가 항상 문제가 돼 왔으며, 1960년대까지는 아편류가, 70년대는 대마초, 80년대는 암페타민류(소위 히로뽕, 필로폰), 휘발성 유기용매(본드의 용매, 부탄가스)등이, 90년대 이후에는 이전의 모든 문제에 부가적으로 의약품 중 진해제 및 근육이완제를 다량 사용, 환각작용을 추구하는 행태 등이 문제시돼 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소년의 음주, 흡연,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 환각을 목적으로 하는 진해제의 오남용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청소년의 70% 정도가 술, 담배, 본드, 가스, 대마초, 히로뽕 중 한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오남용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5년, 한 고등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음주 78.7%, 흡연 29.9%, 각성제 14.7%, 수면제 3.3%, 대마초 0.7%, 본드/신나 1.6%로 나타났는데 최초 오남용 시기는 대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나라는 1970년도에 습관성 의약품 관리법 및 이후 관계법령의 제정, 개정을 통해 마약 및 향정신성 물질 등의 제조, 판매 및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진해제(鎭咳劑, antitussives)

여기서는, 다양한 오남용 물질 중에서도 정상적인 질병치료 목적으로 사용돼야만 할 의약품 중 하나인 진해제, 덱스트로메토르판(상품명 러미라 등)의 오남용에 관해 고찰해 봄으로써 약물 오남용의 문제점과 올바른 약물사용의 중요성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진해제(鎭咳劑, antitussives)란 문자 그대로 ‘기침을 진정시키는 약물’이다. ‘기침(해수, 咳嗽)’은 기침반사(cough reflex)에 의해 유발되는데, 이 반사는 연수(medulla)에 있는 기침중추에서 통합된다. 기침에 대한 초기 자극은 기관지 점막에서 일어나는데 그 자극은 기관지 수축으로 이어진다. 기관과 기관지에 존재하는 특이한 신전 수용체(stretch receptor)인 기침 수용체는 구심성 미주신경을 통해 기침중추로 신호를 보내고 기침반사를 일으킨다.

원래, 기침이란 기도 내의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반응이다. 그러나 생리적 상태가 아닌, 즉 만성 기관지염, 천식, 기관지 확장증, 폐기종, 기타 호흡기 만성 감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서 관찰되는 과도한 기침은 그대로 둘 경우, 질병의 악화 및 환자의 회복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히 조절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기침반사를 조절(억제)하는 약물인 진해제가 여타의 치료제와 동시에 혹은 단독으로 질병의 상황에 따라 사용될 수 있다.

진해제는, 멘톨 증기, 카르베타펜탄, 벤조나테이트 등의 말초감각 기침 수용체의 활성화를 감소시키는 약물인 말초성 진해제와 코데인, 덱스트로메토르판 등 연수에 있는 기침조절 중추의 민감도를 감소시키는 약물인 중추성 진해제로 대별된다.

이들 중에서 코데인은 아편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진해효과는 아편 유도체 고유의 진통효과를 유발하는 용량보다 낮은 용량에서 발현되며, 진해효과 뿐 아니라 호흡기 점액분비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로 호흡기 질환의 조절을 위해 적절히 투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 과량 투약하면, 아편 알칼로이드 특유의 마약으로서의 신경정신계 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이다.

따라서 그 사용이나 취급 등에 있어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는 약물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덱스트로메토르판은 그 화학적 구조상 아편 알칼로이드의 유도체이기는 하나, 다른 아편 유도체 성분의 약물들과는 달리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용량에서 진통 및 탐닉성 유발효과(신경정신계 작용)가 없으며, 코데인보다 변비 유발 등의 부작용이 적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러나 이 약물은 치료용량의 20-40배에 해당하는 용량이 한꺼번에 투약될 경우(오남용의 대표적 예), 강력한 환각 효과가 유발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이 이 약물을 환각제로서 오남용 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량 투약될 경우, 뚜렷한 호흡기능 억제를 동반한 혼수, 혈압 저하가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날록손 등의 마약 길항약물 투여와 인공 호흡 등을 통하여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올바른 약물 사용으로 예방 및 치료

잘만 사용하면, 인체의 질병을 적절히 조절하고 치료해 인간에게 큰 유익을 줄 수도 있는 약물이라는 수단이, 잘못 사용되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전문가들은 대중에게 현대 약물치료의 정확한 개념 및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질병의 치료의 제반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하며, 약물과학의 부단한 발전을 이룩해 부작용이 극소화되면서도 치료 작용이 탁월한, 안전한 약물의 개발 및 합리적인 약물요법의 시행을 가능케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대의학은 발병 후 치료를 시행하는 것보다는 예방의학적 원리의 실천을 통해 질병을 예방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 이란, 어느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건강을 이루는 요인들을 전체로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 및 의료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하에 질병의 예방에 주력해 전인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택해야 할 정도(正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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