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교수(부산의대 비뇨기과)

실데나필은 우리나라에서 1999년 발매가 시작된 대표적인 발기부전 치료제의 한 종류다. 실데나필 이전에는 사실 발기부전에 대해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음경보형물(최근에는 음경 임플란트라고도 많이 부름), 음경해면체 주사요법(혈관 확장제 성분을 인슐린 주사 때 사용하는 아주 작은 주사기에 넣어 환자 스스로 음경에 주사해 발기를 유발시키는 방법), 음결 혈관 재건술, 심리 치료와 같은 나름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소개돼었지만 비용, 효과와 부작용 등을 감안할 때 결코 편하게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의학의 발달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우리나라는 1993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3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4%를 돌파했고, 2000년에는 317만 명(6.8%)을 돌파해 고령화 사회의 기준인 7%를 향해 다가섬으로써 노인성 질환으로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발기부전 환자수도 급증하게 됐다.

이러한 때에 발기부전 치료제 역사에 그야말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실데나필이 소개된 것이다. 게다가 간편히 복용하는 알약으로 판매가 돼 환자와 의사들의 기대는 매우 컸고 연일 TV와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실데나필의 개발 배경

실데나필은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과 견줄만한 의학, 약학계의 블록버스터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데나필도 처음부터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계획됐던 게 아니라는 후문이 있다. 원래는 혈압치료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 중에 환자들에게서 예상치 않았던 부작용(원래 의도치 않은 현상이라는 의미에서)으로 발기능력이 향상되는 현상을 보고 발기부전 치료제 쪽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어 오늘의 큰 성과를 내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현재 실데나필이 폐동맥성고혈압 치료제로도 쓰이고 고산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개발에 얽힌 비화가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된다.

실데나필의 효과와 부작용

실데나필은 모두가 아는바와 같이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하지만 환자분들이 약효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를 가만히 들어보면, 실데나필을 복용하기만 하면 해열제가 열을 떨어뜨리듯이 아무 노력이나 행위 없이 발기현상이 저절로 생긴다고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엄밀히 말하면 실데나필과 같은 발기부전 경구용 치료제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효소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발기의 메커니즘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미지에 의한 흥분은 뇌, 직접적인 터치에 의한 자극은 척수의 발기중추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성적 자극을 받은 중추신경은 남성 성기에 신호를 보내고 성기의 세포는 일산화질소를 만들어낸다. 이 일산화질소가 근세포에 침투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라는 물질을 생성시킨다. 이렇게 확장된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발기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발기부전은 cGMP 생성을 방해하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PDE5 효소)이 문제의 핵심이다.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효소가 cGMP를 분해해 버리는 것이다. 실데나필의 원리는 바로 이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효소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저절로 발기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한 성적인 흥분이 먼저 일어나야 약효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는 실데나필 이후에 개발돼 시판중인 유데나필, 타다라필, 미로데나필, 아바나필과 같은 성분의 약제도 모두 같기 때문에,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 포장을 열면 들어있는 복약 설명서에 ‘성관계 시도 얼마 전에 (성분에 따른 복용시점은 차이가 다소 있음) 복용하고 성적인 자극을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적혀져 있다.

실데나필의 발기부전 치료효과는 상당히 우수하다.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70~90%의 발기부전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심한 당뇨환자, 고혈압 환자, 골반내 장기 수술(전립선 암 수술) 등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 (얼굴이 붉어짐), 코막힘 증상 등이 보일 수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는 않았다. 다만 심한 심장병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는 협심증환자는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며, 특히 질산염 제제를 복용중인 경우는 실데나필의 복용은 피해야 한다.

실데나필의 등장이후 의학계 및 사회 변화

실데나필이 등장한 이후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의료계, 특히 성기능 분야를 연구하는 비뇨기과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학문적으로는 실데나필의 효과를 연구한 우수한 연구들이 봇물 터지듯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됐고, 일부는 한국에서 개발돼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실데나필이 등장하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는 발기부전도 치료가 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발기부전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 혹은 숨기고 싶은 비밀 같은 것으로 생각하던 음지의 병에서 이제는 비뇨기과에 가서 진단받고 처방받아 치료가 되는 질환으로 생각하게 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봐서는 현재는 비용이 많이 현실화 되고 부담이 적어졌으나 과거에는 고가의 약제인 만큼 중국산 가짜 약들이 밀수돼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실데나필 등장 이전에 남성들이 정력을 좋게 하기 위해 보신용으로 선호해 많이 희생됐던 몇몇 야생 동물들의 남획이 줄어들어 이들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 웃지 못 할 그러나 한편 다행스런 현상도 생기기도 했다.

실데나필 발기부전 이외의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

실데나필은 정말 이제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데나필은 발기부전외에도 남성건강에 유익한 효과들이 많이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치료효과가 있어 일부 실데나필 제제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용도로 건강보험도 적용되는 제품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고산병, 레이노증후군에도 효과가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남성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하부요로증상 개선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구결과에 의한 것으로 실제 실데나필이 발기부전 이외의 질환에 대해 전문 치료제로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맺음말

실데나필은 개발 초기부터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대표적인 발기부전 치료제다.

또한 복용이 편리하고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은 크지 않아 발기부전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환자들과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아주 유용한 치료법으로 선택돼 왔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실데나필의 제너릭 제제가 많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내려가 이제는 발기부전 환자들께서 큰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실데나필의 여러 유용한 효과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실데나필이 마구 복용해도 좋을 보약이나 만병통치약 같은 개념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실데나필은 발기부전에 아주 효과가 높고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한 전문의약품 치료제이고 일부 환자에서는 복용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발기부전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정식 제품을 조제 받아 올바른 복용법을 숙지토록 해야 한다. 아무리 효과 좋은 약이라도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진단, 올바른 복약지도, 올바른 복용법이 함께 해야 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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