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우 교수(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35세의 남자 환자가 설사와 복통을 주 증상으로 본 클리닉에 내원했다. 사실 초진 시에는 건장한 체격으로 당연히 일반 기능성 소화기 증상을 가진 환자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의 병명은 ‘크론병’이었고, 이미 한차례의 소장절제술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현재는 크론병이 심하지 않아 가벼운 증상과 혈액검사상 염증 소견이 있는 상태로 상당히 많이 호전된 상태였고, 지속적인 항염증치료제(양약)을 사용 중인데 한의학적인 치료법에 대한 상담과 본인의 연구결과에 대한 궁금증에 내원했다고 했다.

한약재 복용으로 염증 수치 감소, 항염증치료제 투여 용량 감소진료상담 후 크론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재를 사용해보기로 결정했다.

대신 증상 및 혈액검사상결과(간장 및 신장기능, 염증소견)에 따라 지속적인 한약재 사용을 추후에 결정하는 것으로 치료계획을 세웠다. 물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1~2주의 한약재 투약으로 환자의 평소 소화기 증상인 설사와 하복통이 감소됐고, 약 1개월간의 치료로 CRP라는 염증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약 치료 전에 지속했던 양약 치료에서 변화가 생겼다. 항염증치료제의 투여 용량을 줄이게 됐던 것이다. 이후소화기 증상의 재발 없이 2~3개월 한약 치료가 지속됐고,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이후에는 한약치료도 줄이면서 1개월 단위로 추적 조사를 했으나 6개월 이상 호전된 상태를 유지했다.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 질병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계통에 발생하는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총칭하는 병명으로 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인 질병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설사, 복통, 혈변이며, 관해기(증상이 없는 상태)와 염증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증상이 심하면 발열, 체중감소, 식욕감소, 피로, 식은땀, 성장지연, 무월경 등이 동반될 수도 있고, 직장암등과 같은 심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대륙이나 유럽에서는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아시아에 비해 높은 편인데,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추세에 있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동물성단백 섭취의 증가로 인해 아시아에서도 발생률과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환자 체질과 중증도에 따라 한약재, 침, 뜸 치료 병행

현재까지 염증성 장질환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환경적 원인, 장내 정상세균총의 과도한 면역반응 등의 원인설이 제기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서양의학적인 진단법인 대장내시경 검사, 조직학적 검사 및 각종 혈액검사 상 종합적으로 판단해 병명을 진단받는다. 한의학적으로는 변증유형을 구분하고, 체질을 판단해 진단한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경도(가벼운 단계), 중등도(염증기), 중증(심한 염증상태)로 나누어 치료한다. 중증 단계에서는 약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심한 합병증(장협착 등)이 발생할 경우 수술적 치료가 권고되기도 한다.

경도 및 중등도에서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많은 환자들이 한약, 침 등 한의학적 치료 및 보완 대체의학적 치료제를 많이 찾는 실정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증상이 존재하는 단계(경도, 중등도, 중증)에서 주로 경도와 중등도 단계가 치료 대상이며 한약재, 침, 뜸 치료를 병행해 적용한다. 아울러, 관해기에는 환자의 체질을 판정해 증상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는 생활가이드

염증성 장질환은 2~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최초로 진단을 받는 일이 많다.

따라서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현재로서는 증상이 없고,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는 ‘관해’ 상태가 치료의 최종 목표이므로, 증상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과로를 피하고 평소 식생활, 수면습관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기’의 원천인 ‘중초(中焦)’로서 위장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소 차거나 냉한 음식의 섭취를 삼가야 하며, 단전의 기운을 강화하는 기수련법도 익혀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