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영 과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내과)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만성질환자 차영모 씨(67세, 여)는 지난 해 가을 지독한 감기에 걸려 겨울 내내 고생한 기억이 있다. 몸살 증세로 시작된 감기는 3주 가량 이어지다가 폐렴으로 발전했다. 십수년 간 만성질환을 관리하느라 면역력이 약해진 차 씨는 수개월 간 폐렴에 시달렸고, 그 증세가 생명에 위협이 있을 정도로 위중했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자 차 씨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 환절기 감기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병원에서는 무리한 활동을 줄이고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며, 무엇보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라고 권했다.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같은 병이라도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예방접종을 반드시 시행하되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예방접종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나 현재 신체 상태를 고려해 실시하는 것이 좋다.

▶ 감기와 같은 듯 다른 인플루엔자

추석 이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환절기 감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감기는 200여개 이상의 각기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감기와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른 인플루엔자(독감)는 대비가 필요하다. 감기의 경우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되지만 독감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독감 진료인원은 지난 2012년 50만 7,000여 명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82만 6,000여 명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독감 발생률은 10세 미만 영유아에게서 월등히 높다.

하지만 독감 사망률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의미하다. 통계청은 독감 사망자 10명 중 7~8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 인플루엔자에 대한 주의 대상자는 주로 미취학 아동이나 영유아에 해당하는 저연령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고연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인구에 대한 독감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 눈길을 쓰는 수치는 독감으로 인한 폐렴 질환자 수치다. 독감에 의한 폐렴 진료인원은 2012년 36만여 명이었던 것이 2014년 52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면역력이 약한 데다가 만성질환까지 앓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나 회복 능력이 일반인보다 낮아 감염 위험도 높을뿐더러 감염이 일어났을 때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질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반적인 독감 증세 외에 폐렴, 뇌증, 다발성 장기손상 등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동반되는 중증인플루엔자는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 고령자, 만성질환자의 대처법 달라야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고 피로를 회복해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등의 모범답안 외에도 감기와 달리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독감의 특성을 감안해 감염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독감에 특히 더 취약한 노년층, 만성질환자, 영유아 등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평소 손발 씻기를 생활화 해 감염의 경로를 차단한다. 감염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공장소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 성인의 경우에는 햇볕을 쬐어줌으로써 비타민D가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만, 고령층에게 일교차가 큰 날씨에 지나치게 잦은 야외활동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온도가 급감하면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해 혈관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다만 예방접종 시기나 방식에는 대상에 따른 차이가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는 기타 질환의 발생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접종 시기 역시 독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11월에서 12월을 감안해 이에 대한 항체가 형성될 수 있는 10월 전후가 좋다.

노인의 경우 백신 접종에 앞서 질병의 감염 여부나 복용하고 있는 약물 종류를 사전에 확인해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평소 내원하던 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 등에 대해 상담을 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시행하면 좀 더 높은 질병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감기와 독감 구별 질문지

Q. 증상을 통해 독감과 일반 감기를 구분할 수 있나요?

A. 발열, 기침, 콧물의 증상은 동일하나 증상의 정도가 다르며 독감의 경우 근육통, 두통, 오심, 복통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하고 발열이 상대적으로 높고 해열제로도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Q. 독감예방접종은 언제쯤 하는 것이 좋은가요?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나요?

 A. 독감 유행 시기(12월~2월)보다 약 1달 전까지는 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늦어도 11월까지). 예방접종을 하여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 항원의 변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독감에 걸릴 수 있다.

Q. 증상이 가벼울 경우, 그냥 회복될 때까지 두어도 될까요?

A. 면역 상태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가벼울 수 있어 그러한 경우 항바이러스제의 복용 및 다른 증상에 대한 약 복용을 하지 않아도 호전이 된다.

Q. 찬 공기를 쐬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가요?

A. 찬 공기로 인해 감기에 걸리지는 않지만 체온 유지를 못할 경우 면역력의 저하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Q. 코가 많이 막혀서 힘들어 할 땐 집에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A.식염수 세척이나 코 흡입기 등을 통해 비강 내 분비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Q. 해열제나 항생제 등 감기약을 자주 먹으면 안 좋나요?

A. 감기에 걸린 경우 체온상승이 면역반응에 이로운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열제의 남용은 옳지 않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단순 감기(세균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에 항생제 치료는 적절하지 않으며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은 내성균을 증가시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Q.감기 예방에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A.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과일과 채소, 비타민이 풍부한 차(감잎차, 모과차, 유자차), 유기산이 많은 차(매실차) 등이 있다.

Q.감기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 알려주세요.

A. 수분 섭취와 고른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과 수면, 적절한 강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강화, 외출 후 손, 발 씻고 개인 위생수칙 지키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