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람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폭염에 열대아에 여름 여름과 씨름한지 몇 달, 드디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적당하게 따뜻하게 알맞게 시원한 가을 하늘 아래 외롭고 힘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면 이제 그 그늘에서 벗어나보자. 조현병은 분명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보는 조현병

시절의 풍요로움은 인간에게 생각과 여유로움을 주고 그 덕인지 노력이 충분히 깃든 볼거리나 즐길 거리도 많아진다. 특히 추석 전후로 극장, TV, 그 외 많은 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가을에 동하여 사람들에게 깃든 여유는 짧지 않은 시간의 이야기와 장면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가을엔 진중한 주제의 영화를 만나는 것도 괜찮은데, 이를테면 꽤 오래 전에 개봉해 적잖은 관객을 모았던 <샤인>, <뷰티플마인드>처럼 정신장애를 가진 주인공에 관한 영화들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조현병적 증상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뷰티플마인드>는 주인공이 겪는 조현병의 핵심 증상인 환청, 피해망상을 주인공의 관점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공감을 얻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증상

조현병은 인구 백 명 중 한 명꼴로 앓는 정신 질환이며,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유병률을 보여 인종이나 나라 간 차이가 없는 역학적 특징이 있다.

원인은 유전적, 생물학적,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다양하게 상호 영향을 끼치므로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뇌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 증상을 살펴보면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누군가 나를 해칠 것 같거나 감시하고 괴롭히는 것 같은 생각이 지속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삶을 꾸릴 의욕이나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게을러지거나 대인관계도 부족해진다.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잘 조절되는 시기에는 사회적으로 적응하며 지낼 수 있다.

첫 발병 연령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데 소아기나 노년기에 처음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조현병은 진행성의 질환으로 치료 여부, 치료 경과에 따라 개개인의 회복 정도가 다르다. 직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늘 타인의 보살핌과 필요할 만큼 퇴행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오해

급성 발병이거나 자해,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증상을 보이는 등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추천되며, 증상의 정도나 특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보호(안정) 병동에서 상세한 진단 및 적극적인 치료 과정을 밟는다.

흔히들 ‘가둬둔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치료에 있어 환경이 매우 중요하므로 적응증에 해당된다면 보호병동 입원 치료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조현병에서 약물의 치료는 가장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조현병 치료제는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 중이며, 위협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현저히 줄고 있다.

물론 새로 나온 약이 최선은 아니다. 오래 전에 출시돼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소개된 약물도 어떤 환자에게는 최신 약물보다 훨씬 효과적이기도 하다.

극복의 삶을 가꿔 나가길

조현병은 치료자와 환자 보호자 간 치료 동맹 형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오해와 편견, 병에 대한 지식의 부족, 병을 인정하기 어려운 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질환이라 더욱 그러하다.

특히 발병 초, 조현병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것은 환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나 영화에서처럼 극복의 삶을 가꾸는 이들도 많다. 정신장애에 대한 무관심과 소외의 벽은 결국 우리 모두를 가두는 것과 같다.

영화 한 편과 더불어 우리가 사는 이유를 한 번 쯤 되새기며 풍성한 가을, 진지한 모드에 잠시 빠져드는 것도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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