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청 前 서울대병원장

암에 걸린 환자들의 영양실조율은 최대 83%에 달한다. 심지어 암 환자의 20%는 영양부족으로 사망한다. 암에 걸린 환자들이 식사를 못하는 이유는 암에 걸린 소화기 탓이 아니라 암에 걸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암 환자들은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지냈던 한만청 박사는 서울대 병원 재직 시절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암세포가 폐에 전이돼 생존률이 5%라는 말까지 들었다. 한 박사는 암과 맞서려면 두려움을 없애고 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을 친구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암은 곧 죽음'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은 불청객이지만 언젠가 되돌아갈 친구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결국 입으로는 친구 삼자고 하면서도 마음은 불안과 초조, 경계심에 떠는 거짓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매년 크게 증가하는 암환자들을 위해 환자들이 불안감을 극복하고 슬기롭게 암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만청 교수가 조언하는 ‘암을 극복하고 친구가 되는 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사귀기 전에 충분히 알자

연애도 그렇지만 암을 대할 때도 제대로 충분히 알아야 한다. 암이 지독하고 끈질긴 놈이란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어떤 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는지 어떻게 달래면 성질이 가라앉는지, 친구로 끼고 살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환자 본인이 잘 알아야 한다.

암을 알기 위해서라면 암에 대한 전문가가 쓴 전문 의학서를 보는 게 좋다. 그런 책에는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치료법만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었다고 암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 얻었던 지식은 담당 주치의와의 대화를 통해 확실히 다지는 것이 좋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암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하나를 알 때마다 암이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환자들은 종종 서류상에 나타난 수치에 마음이 크게 좌지우지되곤 한다. 분명히 어제는 정상이었다가 며칠 있다 다시 검사해보니 수치가 정상 범주를 벗어났다. 그럴 때 환자들은 흥분하거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말도 안 되는 비방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일단 암에 걸렸으면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가 치솟고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몸의 변화가 나를 놀라게 할지라도 항상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하루 수치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평상심이 없기 때문이다. 암은 좋든 싫든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존재다.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잔수(꼼수)로 사귀지 마라

암을 친구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암은 곧 죽음'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은 불청객이지만 언젠가 되돌아갈 친구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요법 같은 일반적인 암 치료법은 대부분 오랜 기간 예후를 지켜봐야 한다. 환자가 감당해야할 몫도 그만큼 크다. 지루한 지구전이라고 할까? 때문에 사람들은 기나긴 고통을 참지 못해 ‘어떻게 빨리 끝낼 수 없을까’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암에는 그런 잔수가 통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나를 옮겨다 줄 엘리베이터도 없고 거센 풍파에서 나를 구해줄 구명정도 없다. 최소 몇 달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그저 견뎌야 한다. 잔수로 암을 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잔수에 걸려들 만큼 암은 어수룩하지 않다. 그렇기에 있는 힘을 다해 한걸음씩 걷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차분히 사귀어야 한다

암이란 친구는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고 도발적으로 싸움을 걸어올 수도 있다. 때론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만약 마음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암이 공격을 가해온다면 결국 수세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마음을 다진 후라면 아무리 암이 공격을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암은 내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함부로 덤벼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이 한마디를 기억하자. ‘급할수록 돌아가라’

 

언젠가는 돌려보낼 수 있는 친구라고 여겨라

암에 걸리면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가 치솟고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몸의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지만,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암을 두려워하는 것은 암과 더불어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암 자체로 인한 고통도 만만치 않은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진다면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지옥 같은 것이다.

필자의 경우 간암이 폐로 전이돼 완치 가능성은 5% 이내였다. 100명 가운데 95명은 죽고 5명만 살아남을까 말까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수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완치율 0%가 아닌 이상 살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암을 친구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암은 곧 죽음'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은 불청객이지만 언젠가 되돌아갈 친구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결국 입으로는 친구 삼자고 하면서도 마음은 불안과 초조, 경계심에 떠는 거짓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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