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후 과장(홍익병원 내분비내과)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에너지가 필수적이며 그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포도당이다. 또한 섭취한 음식물은 포도당으로 변화돼 혈액 속으로 흡수된 후 세포내로 들어가 에너지로 변하게 된다. 이때 포도당이 세포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당혈(糖血)이라고 하며, 소변으로 당분이 빠져 나온다고 해서 당뇨(糖尿)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당뇨의 발생 원인을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위와 같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이같이 몇몇 문장만으로 당뇨의 원인을 표현 할 수 있지만 실제 당뇨병은 단순하거나 간단한 질병이 아니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당뇨로 진단받게 되면 그 순간부터 평상시 생각 없이 누렸던 자유는 포기해야만 한다.

게다가 당 조절을 조금이라도 소홀이 하게 되면 각종 심각한 당뇨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어 더욱 큰 문제이다.

이처럼 쉽고 간단한 질병 같지만 진단과 동시에 우리의 삶의 질 자체를 위협 할 수 있는 당뇨질환에 대해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홍익병원 내분비내과 김지훈 과장으로부터 당뇨환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들어보았다.

당뇨병 치료에 왕도는 없다

김지훈 과장은 당뇨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은 당뇨 치료를 하면서 마치 “특효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환자들 사이에서 ‘당뇨에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 그것이 어떤 약초이든 민간요법이든 가리지 않고 이를 꼭 경험하는 환자들이 있다.

김 과장은 “쉽게 말해 당뇨에 걸리면 다독이면서 평생을 같이 가야 할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절대로 쉽게 치료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식생활 개선과 함께 꾸준한 약물치료 외엔 다른 왕도가 없다”고 조언했다.

합병증이 더욱 무서운 당뇨질환

김지훈 과장은 당뇨병을 ‘합병증이 더욱 무서운 질환’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고혈당으로 인해 끈적끈적해진 혈액이 신체 각 부분의 모세 혈관을 손상시켜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발에 있는 혈관이 상하면 당뇨병성 족부궤양이, 눈의 경우 실명에 이르게 되는 당뇨망막병증 등 생각만 해도 무서운 합병증이 존재한다.

당뇨병환자들이 철저한 혈당조절뿐 아니라 평소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같은 합병증 우려 때문이다.

김 과장은 “정기적인 소변 검사를 통해 신장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하며 소변에 심한 거품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단백뇨 증상이 보이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금연은 필수이며 지속적인 운동으로 체중과 혈압을 관리해야 하는데 고혈압이 동반되면 만성신부전으로의 진행도 빨라지기 때문에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이하로 줄이는 등 싱겁게 먹고 소식하는 식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지혈증 환자가 당뇨병 환자 된다?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고지혈증 치료제 사용과 관련해 과거부터 의약계에서는 환자들이 스타틴계열의 치료제 복용 시 당뇨병을 유발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지훈 과장은 “이 문제가 처음 제기 된 것은 2008년 로수바스타틴의 JUPITER연구에서 스타틴계열의 약물이 당뇨를 유발하지 않느냐는 의문에서였다. 내분비내과를 내원하는 환자들은 이미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들이 대부분이라서 조금은 덜 하지만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롤이 높거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 처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계에서도 스타틴제제가 당뇨를 발생시킬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환자 스스로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까?

최근 영국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은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 시 당뇨 유발 위험 논란에 대해 과학적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당뇨병 위험 징후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이 같은 문구를 제품 설명서에 삽입토록 해 환자들을 혼란에 빠트린 근거 없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 도쿄대학교 의대 오다와라 마사로 교수가 2014년 발표한 'J-PREDICT'는 스타틴 계열 약물을 사용한 내당능장애(IGT, Impaired Glucose Tolerence)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2007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약 7가지의 스타틴 계열 약물 중 피타바스타틴(제품명 : 리바로)이 다른 약물에 비해 당뇨병 유발 위험이 약 18%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최근의 또 다른 연구논문들에서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약물에 비해 혈당을 더욱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당뇨환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혈당조절과 부작용 측면에서 좀 더 우수한 결과들이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는 더욱 엄격한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만큼 환자나 의사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다른 약물보다 피타바스타틴을 처방할 때 좀 더 예후가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잘 주무시고, 잘 드시고, 잘 싸셨죠?

환자들이 김 과장의 진료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그동안 잘 주무시고, 잘 드시고, 잘 싸셨죠?”라는 질문이다. 당뇨병은 생활습관이 다른 질병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강의하듯 설명하기보다 짧은 질문으로 환자의 상태를 짐작 할 수 있다는 것.

환자들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면 힘이 들긴 하지만 천성적으로 화를 못내는 성격의 소유자인 김 과장은 “주말이면 가족들과 여행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을 한다”면서 “당뇨병은 수술이나 일정 기간의 약물복용으로 치료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치료하는 의사도 인내를 갖고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환자들도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당뇨병으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당뇨병은 환자의 치료의사와 호흡이 잘 맞고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면서 그 지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 과장도 환자와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오늘도 환자 곁으로 한 벌 더 다가서는 노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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