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욱 교수(서울대학교 병원)

우리나라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가장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의사. 바로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바로 서울대학교 류마티스 내과의 송영욱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송영욱 교수가 전공을 고민하던 1980년대 초에는 국내 병원에 류마티스 내과 의사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환자들은 관절이 변형되고 통증이 심해도 치료를 받기보다 그냥 참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송 교수는 “이러한 당시의 국내 현실과 관절질환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연구할 주제가 많은 미개척 분야라는 사실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고 회고했다.

다양한 내과 질환들 중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수위가 최고라고 환자들을 이러한 고통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영욱 교수를 만나 질환의 특성과 예방 및 치료 등의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100세 시

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류마티스 질환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통풍, 루푸스 등은 통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질환들이다. 관절과 관절 주변의 연골, 뼈, 근육, 인대 등에 병이 생기는 것을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부르며, 이 질환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이 바로 관절염이다. 이로인해 류마티스보다는 관절염에 익숙한 사람이 더욱 많을 것이다.

최근 류마티스질환이 많이 알려지면서 예전보다 조기에 발견되는 환자도 늘어났다. 특히 통풍 환자가 증가했다. ‘바람만 불어도 통증이 생긴다’는 병명처럼 통풍은 통증에서 가장 악명이 높다.

송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통풍 환자가 많아졌고, 발병 나이도 20~30대까지 낮아졌다”며 “잦은 회식으로 고기와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 특히 위험하고,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술이나 기름진 고기는 적당한 양으로 줄이라”고 조언한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로 관절의 퇴행성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전 인구의 1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현재는 그 수가 많이 증가했다.

처음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주로 몸의 근육이나 관절의 염증으로 인한 통증 문제로 오는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루프스 같은 질환 모두 관절과 관련된 내과적 면역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는 T세포와 B세포가 있는데 루프스의 경우, 항체에 의해 우리 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고,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세포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두 질환 모두 면역질환에 속하지만 퇴행적으로 천천히 나빠지는 특징을 지녔다.

현재까지 질환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크게 환경적인 인자나 유전적인 인자가 주 원인으로 알려졌고,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이 같은 면역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우리 국민 중 1%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환자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

송 교수가 류마티스내과를 시작한 1987년에는 국내 내과 중에 류마티스 전문의 과정이 없었고, 이 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방법이 유일했다. 국내에 전공자 한 분이 있었지만 송 교수는 그를 통해 배움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송 교수는 “당시 국내에서 루프스 질환의 경우 케이스 레포트를 할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었지만 실제로 여성 인구의 0.5%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며 “단지 의사들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진단을 내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UCLA에서 류마티스 전문의 과정을 마친 송 교수는 귀국해 환자를 진료 진료에 들어갔지만 당시도 환자 수에 비해 진료 할 수 있는 의사 수는 극히 적어 매일 외래 환자를 저녁 8, 9시까지 보느라 너무도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진료 대기 환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유명한 송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도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어 향후 자가면역질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며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이 분야를 전공 의사가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타 과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송 교수는 “이 질환은 사회 경제적 영향력이 크고 병을 앓고 있는 동안에는 환자들이 계속 통증으로 시달리기 때문에 환자 주위엔 항상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며 “이로인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기회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중요성에 대해 아직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향후 고형화 시대엔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 질환은 극복될 수 있나?

현재 류마티스 치료제가 다수 등장했고 앞으로도 우수한 약들이 계속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우수한 약이 많아 꾸준히 치료만 하면 거의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게 됐다.

송 교수는 “루프스, 류마티스 관련 면역질환에 대한 생물학적제제 치료는 거의 혁명적이다”며 “엔브렐이나 레미케이드 같은 항체의약품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는 2000년도에 발매됐는데 우리나라도 2005년 경부터 나오기 시작해 앞으로 환자들에게 많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도 환자의 진료 못지않게 신약개발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오리지널 제품의 임상에는 거의 다 참여를 했고, 현재도 국내 모 대기업에서 추진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임상에 참여하고 있다.

송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우수한 약물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완치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두르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천천히 준비하고 특히 병이 조기에 치료되지 않아도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하며 관리 소홀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좋은 약을 복용했다고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건강해 질 수 없듯이 몸이 변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꾸준히 좋은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말은?

이 질환이 통증이 있고 괴롭기 때문에 잘못된 광고에 현혹되는 경우가 증가 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치료제들이 광로를 통해 환자들을 유혹해도 이에 넘어가서는 결코 안된다. 그러한 치료의 경우, 고가의 치료비도 문제지만 실제로 검증된 치료가 아닌 치료를 받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관절염 치료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나기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환자들에겐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오랜 시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환자들은 질병보다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루프스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우울증을 많이 호소하고, 류마티스 질환은 남자의 경우 경제활동 중단을, 여성 또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점을 가장 힘들어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혜택과 배려에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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