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는 지속적인 우울과 흥미 상실, 인지능 저하, 무쾌감증, 활동 감소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장애이다. MDD 환자들에게 두 가지 이상의 항우울약을 투약하여도 우울증 환자의 약 35%는 기대하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우울증을 치료-저항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TRD)으로 분류하며, TRD 환자의 장애 위험도와 사망률은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훨씬 높다. TRD는 병인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복잡한 장애로서 정신과 영역의 어려운 연구 주제이다.

TRD에 이르는 위험 요소로 장기적 질병상태와 느린 발병, 불안증 동반, 고령, 중증 에피소드, 특징적 증상들이 제시되었다. 위험요소들을 개선하고 TRD를 치료하기 위하여 약물요법과 함께 비약물 요법들이 시도되어 왔다. 비약물 요법으로 정신(심리) 요법과 인지-행동치료, 심부-뇌 자극(DBS), 전기경련 요법(ECT), 반복적 경두개 자기 자극(rTMS), 미주신경자극(Vagus nerve stimulation, VNS)이 적용되고 있다.

VNS는 2005년 미국 FDA가 TRD 치료를 위해 승인한 임상적으로 유의한 항우울치료 기술로서 시술의 불편함과 일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요법이다. VNS 기술은 최소 침해 방식으로 설치된 VNS 장치가 구심성 미주 뇌간 경로를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기분 조절과 관련된 영역의 변화를 유도하는 원리에 기초한다(그림1).

▶미주신경 자극

미주 신경(10번 뇌신경)은 가장 긴 뇌신경으로 두부와 흉강, 복부, 골반강에까지 넓게 분포하여 "wandering"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vagus”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표적은 대후두공 바로 아래에 국한된 결절 및 경정맥 신경절에서 시작되는 구심성 섬유이다, 구심성 미주신경은 체감각과 특수 감각(미각), 내장 감각 등의 정보를 뇌간으로 전달한다. 초기에는 미주신경 자극이 중하경부 미주신경 영역에 부과되도록 흉강벽에 작은 펄스 발생기를 설치하였다. 전류 범위에 따라 후두 및 인두 근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VNS 중에 쉰 목소리와 천명음이 발생할 수 있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필요로 할수 있다. 또한, 심장 내 전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왼쪽 미주신경에 자극기를 설치한다.

자극받은 상행성 미주신경은 연수 부위, 즉 고립로핵(nucleus tractus solitarius, NTS)으로 들어가는데, NTS의 흥분은 세로토닌성 신경핵인 솔기핵(raphe nuclus)과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핵인 청반핵(locus ceruleus)을 자극하여 세로토닌성 신경과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의 활성을 증강시킨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노아민성 신경활성의 증가가 우울증상의 해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심성 미주신경 정보는 여러 다중 시냅스 경로를 통해 상위 중추인 시상과 대뇌까지 전달된다. NTS에서 뇌교부안핵(pontine parabrachial nucleus, PBN)으로 확장되고, 다른 NTS 섬유는 PBN을 우회하여 기분 조절과 우울반응을 조절하는 시상과 측좌핵, 편도체, 선조체로 투사된다. 그 외에 시상하부와 전뇌엽, 외측 전두엽 피질, 변연하 피질, 기타 피질 영역을 포함하는 피질 영역에도 정보가 전달된다. PBN 섬유는 각성과 수면의 조절에 관여하는 망상체(reticular formation)에도 투사된다. 이는 VNS에 따른 각성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TRD에 대한 VNS의 효과와 부작용

지난 10년 동안 TRD에서 VNS의 영향을 조사하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메타 분석이 수행되었다.

첫 번째로 Berry 등이 수행한 연구에서 VNS+TAU(treatment-as-usual)로 치료받은 1,035명의 환자와 TAU로 치료받은 425명의 환자의 개별 환자 수준 데이터의 메타 분석이다. 12주와 24주, 48주, 96주차에 VNS+TAU에 대한 예상 MADRS(Montgomery Asberg Depression Rating Scale) 반응률은 12%와 18%, 28%, 32%였으며, 관해율은 각각 3%, 5%, 10% 및 14%였다. TAU 반응률은 4%, 7%, 12%, 14%였고, 관해율은 1%, 1%, 2%, 4%였다. 24주차에 반응을 보인 환자와 후속 방문 데이터에서 더 많은 VNS+TAU 환자가 48주(71% vs. 56%)와 96주(67% vs. 48%)까지 반응을 유지했다.

두 번째로 Bottomley 등이 수행한 연구에서 6, 12, 24개월에 VNS+TAU에 대한 예상 MADRS의 응답률은 23.9%, 38.9%, 52.6%였으며, 관해율은 각각 12.1%, 25.1%, 37.7%였다. TAU에 대한 반응률은 13.8%, 17.5%, 18.5%였고, 관해율은 6.3%, 8.2%, 11%였다. VNS+TAU에 대한 예상 HAMD(Hamilton Depression Rating Scale) 응답률은 29.9%, 43.4%, 36.7%였으며, 관해율은 14.4%, 27.3%, 21.7%였다.

두 메타 분석 모두 VNS가 유효한 것으로 보고하였으나, Bottomleyet 등은 12개월에 유의적인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에 대한 추정치로 5.5%를 보고했다. VNS의 상대적 안전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Daban 등의 체계적 검토에서 VNS가 몇 가지 경미한 부작용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으며,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장치 이식과 관련된 통증이었고 그 다음으로 쉰 목소리와 두통, 인후염, 및 목 통증이었다.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조증(3.3%)과 우울증 악화(3.3%), 심근 경색(1.6%)이 있다. 이외에도 음성 변화(자극 시 발생하는 쉰 목소리 포함)와 기침, 인후통, 가역성 서맥, 이식 부위 감염, 심한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의 악화 등이 보고되었다.

VNS의 효과는 뇌간과 전두엽 피질, 피질하 영역 등과 같은 기분 조절 영역의 활동을 변화시킨 결과이고, TRD에서 VNS의 항우울 이점은 수개월에 걸쳐 발생하며 오래 지속되었다. TRD에서 VNS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자살 생각을 낮추고, ECT 내성과 양극성 TRD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 모델에서 만성 VNS는 세로토닌성 및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 발화 패턴의 활성화를 증가시켰다.

▶비침습적 VNS

VNS의 비침습적 방법, 즉 경피-귀-미주신경 자극(transcutaneous auricular vagus nerve stimulation, taVNS)은 일반 VNS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귓바퀴에 미주 신경의 귓바퀴 분지들이 분포한다, 여러 연구들에서 taVNS가 귓바퀴 미주 신경을 자극하여 우울 증상을 개선하는 데, 침습형 VNS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고 통증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TaVNS는 TRD 환자의 우울증과 불안, 드라이브 증상을 임상적으로 크게 개선하였다.

한편, taVNS는 MDD와 불면증, 의식 장애, 뇌전증, 편두통과 같은 기타 장애에도 유효하였다. 2022년 Sun 등이 총 44명의 TRD 환자와 44명의 건강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그룹 간의 저주파 변동 진폭(the amplitude of low-frequency fluctuations, ALFF)의 차이를 관찰하였다. TRD군은 taVNS를 30분 동안 처리하였고, 처리 전후 ALFF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TaVNS 유도에 의해 변경된 ALFF와 관련하여 뇌 영역에서 TRD 그룹의 뇌기능-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 FC) 변화를 분석하였다.

수행한 연구에서 대조군에 비해 TRD군은 중전두회의 왼쪽 안와 영역에서 ALFF가 증가하였다. TaVNS 치료 후 TRD군에서 중전두회의 왼쪽 안와 영역과 오른쪽 중전두회의 ALFF는 감소한 반면, 상전두회의 오른쪽 안와 영역 ALFF는 증가하였다. 왼쪽 중전두회 및 오른쪽 하후두회와 중전두회의 오른쪽 안와 영역에서 FC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경피-귀-미주신경 자극은 감정 네트워크와 인지 제어 네트워크, 시각 처리 피질에서 기능적 활동의 즉각적인 조절을 보여주었다.

미주신경 자극으로 정서적 변화가 발생하는 구심성 신경의 해부학적 경로와 미주신경 자극에 따른 우울증 치료기작이 뇌 영상 연구와 동물 실험 연구를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기분 조절 영역(특히 전두엽 피질, 전두엽 피질)에서 급성 및 지속적 VNS 활성의 변화들이 확인되고 있다. 동물 모델에서 VNS가 직접적으로 세로토닌성 및 노르아드레날린성 신경 발화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들도 확인되었다. VNS가 도파민성 시스템을 통해 작용함을 강력하게 지지지하는 연구 결과들과 VNS가 신경가소성을 개선한다는 사실들이 보고되었다. 침습이 없는 경피자극 기술들의 유효성도 보고되고 있고 치료 효과를 신경생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뇌영상과 뇌파 기술의 발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최적의 VNS 전달 시스템과 사람에서 치료 기작이 규명되면, VNS의 활용성은 몇 배로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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