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최근 국회에서 2022년도 국정감사가 진행 중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한 만큼 동물병원과 관련된 국회의원들의 질의 및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정부에 종합적인 대책이나 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무작정 동물병원이나 수의사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지적에 그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병원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문제 제기에 유감을 표하며, 문제의 원인은 동물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한 동물의료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제도에 있음을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정부는 동물병원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선진적인 동물 의료체계 구축과 동물 의료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 마련, 법령 정비 등 제도 개선에 나서 동물보호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물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국정감사 중 국회의원들의 질의응답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지적했다.

김승남 의원(국회 농해수위)이 제기한 동물병원 의료사고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동물의료는 한국소비자원에서 피해구제 및 분쟁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 의료에서 의료분쟁‧사고 처리를 위한 그동안의 경과를 살펴보면 동물 의료의 현 단계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 의료의 경우에도 한국소비자원과 ‘의료법’에 따른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분쟁 조정 역할을 해왔으며, 정부 및 국회에서 별도 법률 제정을 1994년부터 수차례 추진했으나 2011년에서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보건의료기관뿐만 아니라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여 국가가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토록 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전담 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1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현재는 연간 예산이 약 220억 원에 이르고 있다.

동물 의료에서도 반려동물과 동물보호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물병원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사람 의료와 유사한 제도나 기관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과연 이에 수반되는 국가 재정 소요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의료사고는 단순히 사망이나 부작용 등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의 과실 여부 등 그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사람의 의료행위도 “결과 채무”가 아닌 “수단 채무”라는 점이 판례로 확립되어 있어, 의사의 과실 및 책임 여부는 의료의 결과가 아닌 의료감정 등을 통해 그 과정의 적정성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에 따른 수의사의 처벌 여부도 단순히 의료의 결과가 아닌 과정의 적정성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나, 동물 의료는 사람 의료와 달리 아직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으며, 객관적으로 평가할 전문 기관도 없어 현재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판단이 어렵다. 이를 보완하여 ‘의료법’ 체계와 유사하게 부적절한 동물 의료 행위 등 수의사의 비윤리적인 행위(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서는 대한수의사회가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에 면허 효력 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바 있으나(’20.9.28., 윤준병의원 대표발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음으로 안병길 의원(국회 농해수위)이 펫보험 활성화를 거론하며 언급한 동물병원 진료부 제공 의무화는 주객이 전도된 문제 제기이다. 동물병원 진료부 제공은 동물의료체계의 발전과 필요성에 따라 검토되어야 할 일이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 공개하라는 것은 동물의료의 발전에도, 펫보험 활성화에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자가진료 및 불법 동물진료 문제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약품마저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동물용 의약품 유통체계 개선 등이 이루어져, 항생제 등의 오남용 우려가 해소되고 수의사의 진료환경이 존중된다면 진료부 공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 의료와 같이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하는 질병명, 검사명 등 용어와 서식, 세부내용의 표준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통계 조사 등 활용성도 높아진다.

펫보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적금이 낫다는 동물보호자의 의견이 나올 정도로 동물보호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없는 것이 더 크다. 농식품부의 조사와 안병길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일부 상품의 월평균 보험료보다 평균 동물진료비가 싼 실정이다. 또한, 노령 반려동물은 늘어나는 추세인데 연령 제한 등으로 40%에 이르는 반려동물은 애초에 보험 가입이 제한된다. 이러한 연령 제한 완화나 특정 질환에 대한 전용 상품 개발 등 보험상품 다양화 노력 없이는 펫보험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서영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제기한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공급 문제는 근본적으로「약사법」에 근거를 둔 현행 인체용의약품의 공급체계 전반의 문제이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전문적인 치료 등을 위해서 사용되는 인체용의약품은 법적으로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약국은 주사제 등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며 사람 병의원에서 처방이 많은 품목을 위주로 약을 보유하여 동물병원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약을 적기에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소매행위가 아님에도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소매가로 공급받다 보니 약품비도 올라가게 된다.

동물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과거 정부의 규제개혁 장관회의에도 언급될 정도였으나, 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약사법’ 개정이 무산된 상황이다.

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에 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인재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사람 병의원보다 동물병원의 마약류 관리체계가 미흡함을, 신현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의 증가를 지적했다.

그러나 동물병원도 사람 의료와 동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마약류 취급 내역을 보고하고 있으며, ‘수의사법’에 따라 진료부에 사용한 마약류의 품명과 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막고자 동물병원 내에서 투약이 완료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지 않을 뿐 진료부에는 동물보호자의 기본 인적사항이 있어 사용 대상도 명확하다.

펜타닐 패치는 단순히 처방 건수의 증가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으로, 반려동물의 증가에 따른 전체적인 진료 사례의 증가, 반려동물의 노령화 추세에 따른 중증 질환 관리 증가, 동물복지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통증 관리가 이루어지는 진료 추세 등에 대한 고려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듯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대부분 동물병원이나 수의사가 정말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로 현장이 왜곡되거나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에 그치는 지적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동물병원의 규제에 있지 않다.

대한수의사회는 “모든 복지의 기초는 의료 복지”라며 “동물의료 분야에서도 동물병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궁긍적으로 동물복지를 증진시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동물의료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는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이슈 만들기가 아니라 현장의 애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해법과 동물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