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역 인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 분향소 모습
서울시청역 인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 분향소 모습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이하 코로나19 백신 보상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백신 부작용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질병관리청장이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다수 백신 피해자들은 백신 보상 특별법을 환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의학 전문 지식도 없고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자신들의 피해를 입증하면서 갖은 고초를 겪어온 탓이다

하지만 기자는 발의안을 살펴본 이후 특정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로 '직접적인 인과성'이란 키워드다. 

특별법 발의안 2조(아래 사진 참고)는 '백신 접종 피해자'를 '백신 접종과 직접적인 인과성이 있거나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 및 부작용으로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 발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일부 피해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배경이다. 유족 A 씨(화이자 접종, 동생 사망)는 "질병청장에게 백신 부작용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피해자를 정의하면서 부작용과 직접적인 인과성을 요구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저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별법 발의안은 "백신 접종으로 인해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백신접종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질병관리청장이 정한다"고 했다. 

백신접종 위원회(제6조)의 역할도 '백신접종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발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 확인'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1차적으로 '질병청장'이며 백신접종위원회의 판단 기준 역시 '직접적인 인과성'이다.

강기윤 의원 특별법 발의안 원문 캡처
강기윤 의원 특별법 발의안 원문 캡처

반대로 해석하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성이 없다면 '백신 접종 피해자'가 아니란 뜻이다. 1차적인 성격의 위원회 보상 심의 단계에서 질병청장 또는 위원회의 판단으로 '직접적인 인과성' 요건이 탈락한다면 피해자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해석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발의안은 "백신접종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한 분쟁해결에서"란 애매한 조건을 달면서 "백신 접종 피해와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 책임은 질병청장이 부담한다"라고 명시한 점과 무관치 않다. 

'분쟁 해결'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란 뜻이다. 피해자들은 특별법 발의안을 보고 질병청장이 백신 부작용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언제' , '어떤 방식으로', '어느 단계에서' 져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 

앞서의 유족 A 씨는 "분쟁 해결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보통은 1차적으로 질병청에 보상 심의 신청을 하는데 거기서 인과성 요건이 탈락된다면 특별법은 저희를 위한 법이 아닌 것이나 다름없다. 법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질병청과의 소송 국면에서 '직접적인 인과성' 표현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분쟁 해결 상황이란 애매한 문구보다는 보다 분명하게 명시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입장도 피해자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임상 전문가(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하고 부작용이 심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 자궁 출혈로 나타날 수가 있다"며 "미국도 유럽도 연구 중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자궁출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깔고 얘기하는 건데 이는 직접적으로 일으킨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영향일 수 있다. 이를 인정하면 백신 부작용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인과성이란 단어는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인과성을 평가하는 소수의 전문가들 외에는 '직접적인 인과성'이란 문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 '직접적인'이라는 단어를 삭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특별법이란 백신 부작용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를 위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 보상 특별법'을 발의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서둘러 삭제해야 한다. 그것이 특별법을 최초로 발의한 강 의원의 진심이 피해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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