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ㅣㄹ 배 수석부사장이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 수석부사장이 팜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단독 인터뷰 上편]에서 이어집니다.

# 신약 개발의 대가, 권위자 등 배진건 수석부사장을 칭하는 수식어는 여러가지다. 최근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한다. 성공확률은 0.1%다. 내 존재 이유가 실패하기 위한 것이다. 실패를 했지만 참여한 그 기간이 좋았고 나의 바통을 받아 다른 사람이 뛸 수 있다”고 했다. 제(기자)가 정부 관련 행사를 취재해봐도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전임상, 임상 1상~3상 등 어느 단계든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나.

‘신약개발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제가 30년 전에 쉐링푸라우 연구소에 근무할 때 들었다. 쉐링푸라우 연구소(SPRI)의 회장을 맡았던 세실 B. 피켓(Dr. Cecil B. Pickett) 인터뷰 기사에 실렸던 내용이다. “너 왜 실패했어!”라고 해고하는 게 아니고 실패를 딛고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를 만나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서는 것이 우리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한 사람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 실패한 후보 물질을 중간에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면 그만큼의 비용이 또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줘야 될 필요는 없지만 보상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약 개발을 큰 그림에서 봐야지, 실패를 했다고 근시안적인 사고로 보면 안 된다는 뜻이다.

#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야 ‘신약 개발 성공’이란 바늘 구멍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신약 개발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한다”의 취지는 더욱 장기적이고 넓은 그림에서 신약 개발의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 “바통을 받아 다른 사람이 뛸 수 있다”는 어떤 의미로 말씀한 것인가.

설사 내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 즉 릴레이 뒤에 사람이 다음 구간을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신약 개발에서는 이런 마인드가 상당히 중요하다.

# 같은 맥락에서 질문을 드리겠다. 배 수석부사장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다”며 지적한 대목은 “바이오 업계의 폐쇄적인 문화”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제약·바이오사들이 실력이 약하니까, 신약 개발 관련 노하우나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회사가 전부 가져간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폐쇄적인 문화인데 그건 아니다. 협업 시스템이 중요하다. 혼자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도 회사도 마찬가지다.

# 최근에는 “그동안 바이오 기업은 참 많아졌는데 임상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개발 인력이 부족해서다”라고 진단했다.

신약 개발을 이어가다 보면 누구든 ‘이걸 누구한테 묻지?’하는 고민이 생긴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 국내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인가.

지금은 훨씬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국내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바이오 업계에 해외 인력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들도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일 수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가끔 공정성이란 엄격한 잣대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해외 인력이 연봉을 높게 받으면 특혜를 준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이 지닌 경험의 값어치를 모르고 “나는 5000만원 받는데 저 사람은 1억을 왜 줘야 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 경쟁을 할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경험의 값어치를 쳐주는 것은 바이오 인력 유치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인력의 경험을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고 팔린다. 그래야 돈이 들어오고 업계 전반적으로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배 수석부사장이 좌장으로 참석한 모습
배 수석부사장이 좌장으로 참석한 모습

# 대한민국의 바이오 산업이 약 20년 전인 2000년대 초와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 저는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에 와서 일주일 내내 세미나 투어를 다녔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 무엇을 개발하는지도 몰랐다. 제가 돌아다니면서 “누가 이걸 하는데 그 사람 도움을 받아보지?”라고 마치 나비처럼 다리를 놔줬던 시대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어떤 신약 개발 과제를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당시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다루는 정보(information)의 수준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미국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거의 파악한다. 국내에도 최신 과제를 열심히 공부하는 연구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수준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린다.

국내 바이오 업체가 5년 전부터 선택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에 대해 연구에 들어갔다. TPD는 항암 신약 개발 영역에서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술이다. 이런 수준을 넘어선 국내 바이오 기업도 있다. 특히 스파크바이오파마는 글로벌 관점으로 봐도 새롭고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유망한 과제의 숫자가 더욱 많으면 좋겠지만 흐름이 바뀐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줄줄이 임상을 중단하고 있다.

거의 전부 중단했다. SK 바이오사이언스만 백신을 개발했다.

# 우리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처음부터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가 쓴 팬데믹 관련 책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의 가능성에 대해 예상한 대목이 있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물질은 나파모스타트였다. 사실 그거 빼놓고는 말이 안 되는 얘기들뿐이었다.

# 그래도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나.

물론 셀트리온은 잘했다. 하지만 항체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항체는 처음에 바이러스 양을 줄이는 정도밖에 못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비서실장은 그것만 믿고 백신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았다.

#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대로 있고 정권만 바뀌었다. 지금 정권이 이쪽 영역에서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늘상 위쪽의 정치가들이 문제란 뜻이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그 전문성을 높이 사주고 들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신약 개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에게 전폭적으로 위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 결정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 그렇다면 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 역할은 돈만 대는 것이다. 전문가 영역은 전문가에 맡기고 관여를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가 5000억을 조성해서 기업의 임상 3상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점도 잘못됐다. 절대로 그런 식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

# 펀드를 조성해서 임상 3상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말인가.

펀드로 임상 3상을 왜 지원하는가? 우리는 여전히 임상 3상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약하다. 10년이 지나도 임상 3상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될 것이다.

#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임상 3상이 ‘죽음의 계곡’ , 일종의 '데스밸리(Death Valley)'로 불리기 때문에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약 개발 위기가 임상 3상에 찾아오기 때문에 R&D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NO! (목소리를 높이며) 결코 아니다. 임상 3상은 데스 밸리가 아니다. 평균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은 임상 3상에서 50%가 살아남는다. 절반이 사는데 무슨 데스 벨리인가. 애초에 글로벌 시장이 관심이 없는 후보 물질을 3상까지 끌고 오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신약 후보 물질을 정하면 그 신약의 운명은 끝난 것이다. 임상 1상까지 전폭적인 지원은 좋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민간과 기업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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