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최근 태국이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 내에서도 재배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정부가 직접 나서 대마 묘목 100만 그루를 일반 가정에 무료로 나눠주는 등 대마 재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태국 정부는 대마 산업 육성을 통해 의료용 대마 시장과 의료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다.

사실 대마는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오래전부터 활용돼 온 약제로 기원전 3000년 전부터 대마초를 활용했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다만 20세기 들어 의료용보다는 오락용 목적의 대마 활용이 늘어나며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대마 성분에 대한 자료가 나오게 되면서 각종 규제와 제한이 생겨났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인 THC와 의료용 활용성이 높은 성분 CBD의 정교한 정제 및 추출이 가능해졌고 캐나다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경북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 등을 지정해 대마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에 팜뉴스는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는 전문가인 이범진(아주대 약대), 정재훈(전북대 약대) 교수를 만나 최근 출간한 책과 국내외 의료용 대마 산업에 대한 현황과 전망 등을 짚어봤다.
 

사진. 정재훈 교수(좌), 이범진 교수(우)
사진. 정재훈 교수(좌), 이범진 교수(우)

# 신간 <약학자의 눈으로 본 대마의 이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사실 국내에서는 그간 대마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없었다. 부분적인 효능이나 해외에서 발표된 연구자료 등이 산발적으로 공유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20년 대검찰청으로부터 '신종 마약류 통제정책 마련을 위한 현황 분석: 대마류 중심(연구 책임자: 이범진)'이라는 연구용역을 제안 받아 수행하게 됐고 연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검찰을 비롯해 국내 관계기관 130여곳의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연구 내용이 매우 좋아 해당 자료를 이대로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많았다.

마침 최근 들어 학계와 산업계에서 대마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면서 대마를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정보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재)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인 이범진 교수의 공적 봉사에 대한 신념과 함께 부족하더라도 연구 내용을 보완해 책으로 출간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출간을 결심하게 됐다.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마의 역사부터 시작해 대마의 정의와 주요 활성성분, 약리작용 기전, 제형, 국내외 규제 및 산업 동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국내에서는 '대마'라고 하면 마약으로 치부되며 금기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마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마를 <마약류 관리법> 제2조 제4호에서 "대마초(Cannabis plant)에서 추출한 성분을 원료로 만든 다양한 유형의 물질(제제) 또는 제품"이라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의 대마초는 대마의 품종 중 하나인 칸나비스 사티바 엘(Cannabis Sativa)을 의미한다.

사티바는 창의력 향상과 에너지 항진,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활동적인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대마의 다른 품종인 '인디카(Cannabis Indica)'에 비해 더 얇고 키가 크며 우울장애, ADHD, 불면증, 기분장애 등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의 생장 주기는 4~수개월이며 발아하는데 약 3~7일 정도가 걸린다. 2~3개월의 묘목 단계를 지나 낮의 길이가 줄어든(12~14시간) 늦여름이 생식기(Reproductive phase)다. 수꽃이 숙성해 수분하면 암꽃은 바로 죽는데, 최근에는 재배기간 단축, 표준 품질 등과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실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조건들(빛, 온도, 물, 영양분 등)과 기술들도 개발됐다.

사진. 이범진 아주대 약대 교수
사진. 이범진 아주대 약대 교수

# 대마의 약리학적인 성분과 효과에 대한 설명도 부탁한다

대마는 지난 1930년대에 주요 구성성분인 칸나비놀(Cannabinol, CBN)의 화학구조가 최초로 규명된 이후,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CB)의 분리·정제·합성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칸나비노이드는 대마초에서 추출된 화합물로 체내 칸나비노이드 수용체를 활성시켜 다양한 효과를 일으킨다.

특히 지난 1964년에는 대마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THC의 구조가 밝혀진 일이다. THC는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delta-9 TetraHydroCannabinol)이라 불리는 물질로 대마의 주요 정신활성 성분이다.

이후 1965년에는 칸나비노이드 중 의료용을 대표하는 성분인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과 THC의 합성에 성공했고 1970년대까지 대부분의 칸나비노이드들이 확인돼 합성법들이 구축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칸나비노이드는 120여종에 이르며, 대마에 함유된 성분은 565여종으로 보고됐지만, 천연물이다보니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성분이 다수 존재하며 이로 인해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대마의 약리 효과는 주로 칸나비노이드(CB)들의 약리작용에 기인한다. 대표적인 CB로는 앞서의 THC와 CBD를 비롯해 CBN(Cannabinol), CNG(Cannabigerol), CBC(Cannabichromene), CBV(Cannabivarin), CBDV(Cannabidivarin) 등이 있다.

대마의 약리작용은 각 성분들이 어떤 표적에 작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나, 표적도 다양하고 상호작용도 매우 복잡해 여러가지 효과를 보인다. 크게 심혈관계, 호흡기계, 중추신경계, 소화기계, 내분기계 등에 작용하며 대표적인 효과로는 ▲항염 ▲혈관 확장 ▲기관지확장 ▲항경련 ▲항불안/불안 ▲두통/진통 ▲진정 ▲진토/구토 ▲식욕 증가 ▲소화기운동 조정 등이 있다.

# 의약품으로서의 잠재력이 높은 물질인 것 같은데, 전세계적으로 개발 현황이 궁금하다

대마의 주요 성분인 CBD는 THC와 달리 의존성이나 다행감을 발현하지 않아 약제로 개발이 가장 많이 되고 있는 성분 중 하나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의약품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THC 0.3% 이하(건조 중량)인 대마 추출물 또는 CB 제제들을 특별한 규제 없이 의료 또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고, FDA는 2018년 6월 처음으로 대마에서 추출한 CBD 기반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의약품으로 허가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4월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에피디올렉스의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단일 의약품이 이정도 규모의 실적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제로 평가할만하다.

이외에도 영국은 2018년부터 대마제품을 Schedule I에서 Schedule II(의료용으로 사용되지만 중독성이 있는 물질)로 전환해 의료적 활용을 허용했고, EU는 2020년 11월 유럽사법재판소가 EU 회원국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된 CBD 시판을 다른 회원국이 금지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국내에서의 개발 동향이나 시판된 제품들의 현황을 알려달라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국내에서는 '마약류'에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그리고 '대마'가 포함돼 있어 엄격하게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12월에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가 개정돼 의료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활발한 연구를 하기엔 제약이 많다.

일례로 대마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려면 보건 당국에 연구 시작단계에 대마 몇 그램(g)으로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가 사라졌고 최종적으로 얼마만큼이 남았는지 세밀하게 보고서를 작성해 증빙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연구를 진행하는 비용보다 자료 증빙에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고 말할 정도다. 연구·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 앞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물질이 '마약류'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4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중독성(의존성), 습관성(남용성), 인체 위해성(독성) 그리고 사회적 해악성이다.

현재 국내법상 대마가 마약류로 구분되는 이유는 THC라는 성분이 정신활성 작용을 일으켜 중독성을 일으키고 THC 농도가 높을수록 대마 오남용과 관련 합병증 유발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법 체계와 현실 사이에서 '과학적인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항 중 다목에 따르면, 마약류로 제시돼 있는 대마 성분은 칸나비놀(CB)과 THC, 그리고 칸나비디올(CBD)로 규정돼 있는데, 이중에서 CBD는 마약으로 분류되기 위한 중독성과 습관성, 사회적 해악성이 거의 없다. 법이 과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칸나비노이드는 약 120개 정도인데, 여기에서 CBD만 규제 대상에 있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다.

다만, 이는 해당 법이 제정될 당시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대마 성분이 앞서의 세 가지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영향으로 발생한 문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동향이나 국내의 대마 관련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정책적 실효성이 생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 완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
사진. 정재훈 전북대 약대 교수

# 최소한의 '규제 완화'라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현행법상 대마의 화학적합성품에 대한 분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서 우선적으로 CBD만 제외하는 것이다. 경북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사실 마약류 관리법을 제정할 당시만 하더라도 의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약물의 오남용 방지와 보건상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었을 테지만, 그 사이 과학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현재는 대마의 종자나 뿌리, 줄기 추출물에서도 THC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이 일반화됐고 THC 함량이 0.2% 이하로 매우 낮고 CBD 함량이 높은 대마초 유래 제품이나 분리·정제된 CBD 제품은 오용과 남용 위험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대마류에서 'THC의 함량이 0.3% 이하인 것은 대마에서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완화된 법적 통제 아래 의료용·산업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 캐나다와 같이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밀한 통제하에 대마를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법제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출처(Source) 중심의 규제 기준을 '약리 활성' 중심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인 법령 개정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끝으로 이번 출간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나 전할 말이 있다면

최근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였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선수들이 즐비한 EPL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달성한 대기록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깨지지 않을 타이틀일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가 이러한 기록을 달성하기까지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숨은 일인치'가 있다.

손 선수 개인의 노력과 기량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박지성 선수가 세계 최고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것과, '차붐'이라 불리며 독일 분데스리가에 1978년 진출해 소속팀에게 UEFA컵 우승의 영광을 선사한 차범근 등이 앞길을 닦아 놓았기에 EPL 득점왕 탄생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서 대마와 관련된 상황이 앞서 축구로 비유하면 차범근 선수의 분데스리가 시절과 유사한 것 같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정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부족하나마 대마에 대한 설명과 주요 성분, 약리효과, 국내외 규제 기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 애썼다. 부디 이 책을 통해 그간 학계나 산업계에서 대마 관련 궁금증이나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어디까지나 대마에 대한 '기본틀'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모자란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나타날 것이다. 이럴 경우 더 많은 연구와 심층적인 고찰을 통해 해당 부분을 보완해서 더 나은 책을 출간하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돼 대마 연구에 있어 '선순환(善循環)'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주요 약력]

△ 이범진

現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現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
現 건강소비자연대 총재
前 한국약제학회 회장
前 아시아약학연합(AASP) 회장
前 국무조정실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
前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

△ 정재훈

現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現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現 약사신문 고문
現 대한약학회 부회장
前 삼육대학교 약학대학장
前 한국응용약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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