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기득권을 깨겠다는 다국적제약사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스스로 갇힌 모양새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회사 측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실은 보도자료를 내고는 정작 언론 소통에는 벽을 쌓으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 이유다.

27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노조는 회사 측이 영업사원 대상으로 간주근로제를 적용하고도 시간 외 근로 발생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영업사원 4명의 노동청 고소 사실을 밝혔다.

사노피 노조 측은 전화 취재 과정에서 보도자료에 기반한 입장을 설명했지만 실상 해당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보도자료만으로는 실제 어느 행정기관에 고소가 이뤄졌는지, 어떤 점에서 명확한 간주근로제가 위반됐는지, 영업사원 4명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은 어떻게 해서 1100만원이 책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노조 측은 간주(看做)근로제를 설명하며 회사 측이 요구하는 특정 출퇴근 시간 강요, 방문기록을 수시로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업사원들의 태블릿 등 통신기기로 거래처 방문시간을 보고받고 하이패스, 주차 영수증 같은 증빙 자료 제출을 강요받았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사노피 회사 측은 "근로기준법상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적법하게 적용해 왔으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 근로 시간을 관리감독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혀 사측과 노조 주장이 대립했다.

사노피 노조 주장만으로 회사 측이 간주근로제를 위반한 것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알기 위해서는 노조를 직접 만나 근거 자료를 보고, 얘기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나 사노피 노조 관계자에게 주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추가 대면 취재를 요청했지만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를 들며 유야무야 피했다. 거듭 평일 주·야, 주말도 상관없다며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끝내 대면 취재를 회피했다.

그런데 작년 7월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입센코리아 노조 설립 건이었다. 입센코리아 노조 또한 회사 내 성희롱과 괴롭힘, 근로기준법 위반, 갑질, 특정 직원 불이익 등 문제를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입센코리아 노조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대답이 끝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재차 연락한 끝에 얻을 수 있었던 답변은 다소 황당무계했다.

당시 관계자는 문자를 통해 "현재 전임을 받지 못 해 본업을 겸하느라 스케쥴 빼기가 쉽지 않다. 차후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기에 먼저 연락드릴 일이 있을 것"이라고 보내왔다. 보도자료는 입센코리아 노조 위원장 명의였다. 전임을 받지 못해 취재에 응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납득이 어렵다.

두 노조의 공통점은 자신들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두 번 겪어보니 기득권을 가진 이익단체, 회사, 정부기관과 마찬가지다. 회사와 맞서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쥐고 자신들이 만든 불통의 성 안에 갇혀 부르짖는 목소리를 누가 들어줄 수 있을까.

권력이나 기득권은 별게 아니다. 노조의 행동은 자신들이 말하던 회사 측의 모습과 닮아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며, 소통이 되지 않고, 능동적이지도 않다. 누군가의 억울한 희생을 외치지만 실체는 없다. 노조가 가진 권력을 자신들이 말하던 회사의 모습으로서 언론사와 국민을 상대로 동일한 형태로 가한 셈이다. 

다국적제약사 노조가 기자의 취재 요청에 모두 응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글이라는 한칼을 빌어 전국민에게 거대 기업과 맞서 싸우겠다며, 횡포를 낱낱이 알리겠다고 호소했다면 취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알 권리다.

'귀족노조'가 단순히 고액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듣는 소리가 아니다. 또는 빨간띠 머리에 두른다고 듣는 게 아니다. 개인 또는 소속 집단을 위해 기득권을 형성하고, 이익을 취하는 행동에 전념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하는 것은 을의 입장에서 포장된 또 다른 권력일 뿐이며 노동자 권리를 요구하는 노조가 아닌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를 전하고 싶다. 사회적 기득권을 깨겠다는 다국적제약사 노조가 오히려 또 다른 자신들의 성벽을 쌓아 이득만 취한다는 지적을 받기 싫다면 제대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신들의 성벽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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