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약국 현장에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의 병용 금기 약물에 대한 ‘복약지도 패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인트존스워트 성분 건강기능식품 복용 여부를 묻는 약사의 질문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환자들 사이에서 속출하고 있는 것. 약사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 이미지 제공

팍스로비드의 병용 금기 약물은 23개다. 17개 성분은 의료진의 판단으로 병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6개 성분은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이후 투약을 중단해도 팍스로비드 복용이 불가능하다. 

6개 성분은 리팜피신(결핵), 세인트존스워트(불안, 우울증상) 아팔루타마이드(전립선암), 카르바마제핀(간질), 페노바르비탈(간질), 페니토인(간질)이다. 

이중 5개 성분은 간질, 전립선암 치료 약물로 환자군이 협소하지만 단 하나의 약물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바로 세인트존스워트 이름의 꽃과 잎에서 추출한 생약 제제다. 우울증과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일반의약품(일반약)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팍스로비드 병용 금기 약물로 세인트존스워트 성분 경구용 일반약 22개 제품 명단을 함께 공개해온 배경이다. 

문제는 세인트존스위트 성분의 건강기능식품들은 명단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환자가 일반약과 마찬가지로 건기식을 섭취해왔다면 팍스로비드를 함께 복용할 수 없는데도 관련 안내를 찾을 수 없다. 

식약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 보건당국이 발간한 ‘팍스로비드 환자 및 보호자용 설명서’에도 “세인트존스워트 성분 의약품 복용 사실을 사전에 의료진에게 알려달라”는 내용만 쓰여 있다. 

때문에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한 약국 현장 일부에서 약사들이 관련 복약지도를 ‘패싱’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A 씨(63)는 “평소 건강기능식품을 즐겨 먹는다”며 “심혈관 질환이 있기 때문에 혈관에 좋은 것은 챙겨먹는 편이다. 하지만 팍스로비드 복용 중에 함께 섭취할 수 없는 건기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약국에서 그런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약사 사회 내부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팍스로비드가 처방됐을 때 약사들은 세인트존스워트 성분이 일반약을 넘어서서, 환자의 건기식 복용 여부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당히 많이 쓰이는 건기식 성분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생략했다면 약사로서 복약 상담 행위에 대한 직업적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이는 직무유기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세인트존스워트 꽃. 픽사베이 이미지
세인트존스워트 꽃. 픽사베이 이미지

물론 약사 사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할 사항도 많은데, 일반약뿐 아니라 건기식까지 복약지도를 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들린다.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에서 발간한 전문가(약사)용 팍스로비드 설명서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의 약사는 “저는 약국에서 혈압약을 환자에게 드릴 때 자몽주스를 평소에 드시냐고 반드시 묻는다”며 “자몽에 혈압약의 대사를 늦추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자몽주스와 혈압약을 함께 먹으면 혈중 농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혈압약의 혈중농도가 올라가면 혈압약 성분이 높아진 효과 때문에 혈압 급강하로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듯 주스조차도 철저히 확인하는데,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세인트존스워트 건기식을 복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약사의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인트존스워트 성분은 최근 불면증, 우울증에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퍼지면서 세인트존스워트 건기식 제품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사 제품은 물론 해외직구를 통한 제품 구매가 늘었다. 

팍스로비드가 처방된 코로나19 환자 사이에서 일선의 약사들이 세인트존스스워트 성분 건기식에 대한 복약지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앞서의 환자 A 씨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팍스로비드 복용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 나이에는 서로 추천할 정도로 건기식을 많이 먹는다. 약국에서 팍스로비드와 병용 금기된 건기식을 확인하는 것은 약사의 복약지도에 포함된 일 아닌가, 제가 세인트존스 스워트 관련 건기식을 먹어왔다면 팍스로비드 덕을 못 봤을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께름칙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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