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다. 지난 1월부터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40세 이상 기저질환자에 쓰여왔고 정부는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 사태를 기점으로 공급량과 처방기간을 대폭 늘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팍스로비드를 무난히 처방받을 수 있을까. 의사들은 적극적으로 팍스로비드를 추천할까. 정부와 방역 당국은 “당연하다”식으로 연일 홍보하고 다수 언론도 “그렇다”고 기사를 써내려왔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진이 직접 경험한 ‘현실 세계’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은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 기획으로,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통해 방역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팍스로비드 처방을 둘러싼 ‘민낯’을 공개한다.

팍스로비드. 네이버 의약품 사전 캡처,
팍스로비드. 네이버 의약품 사전 캡처,

# 확진 1일차, 보건소의 무성의한 ‘안내 메시지’

지난달 16일 오전 9시경 기자는 어머니(63)의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P 보건소는 “귀하는 코로나19 확진(positive(+))으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른 격리 대상이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당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50만명을 돌파했고 오미크론은 정점을 찍었다. 더구나 어머니는 4년 전 대뇌동맥류 수술을 받았고 류마티스 질환을 앓았다. 60세 이상의 고위험군에 기저질환자였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였고 집에 어머니를 돌볼 가족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는 14일부터 가벼운 인후통을 느꼈다. 확진 당일(16일)은 기침이 시작됐다. 당장 약이 필요했지만 집에는 해열제(타이레놀)만 있었다.  

일반 병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약국에서 증상 완화를 위한 감기약(처방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지만 어머니처럼 보건소 PCR 검사로 확진되면 처방약을 구할 수 없었다. 자가 격리 때문에 병원에 갈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문제는 보건소 문자에 ‘약 처방 루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보건소에 안내를 받기 위해 전화해도 계속 ‘통화 중’이었다. 연락 자체가 힘들었다. 

보건소 양성 통보 문자(좌)와 증상 호소 문자
보건소 양성 통보 문자(좌)와 증상 호소 문자

기자는 대형 포털 사이트 통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A 병원을 수소문해서 비대면으로 감기약 등을 처방받았다. 약을 어머니에게 배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후 2시경, 어머니는 “보건소 지정한 B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준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해왔다. 

60세 이상 환자가 집중관리군으로 자동 분류돼 보건소가 지정한 B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방법으로 비대면(유선 전화)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보건소의 무성의한 안내 문자 때문에 기자는 A 병원에 다시 연락을 해서 감기약 처방을 취소해달라고 말해야 했다. 

# 확진 2일차, 어머니는 여전히 약 처방을 받지 못했다 

“아들, 목이 너무 아프고 어제보다 힘드네” 17일 오전.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인후통, 근육통, 몸살, 오한에 흉통까지 시작된 것. 처방된 감기약은 여전히 없었다. B 지정 병원에 물어본 결과 ‘중복처방’ 때문에 의사가 감기약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는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 A 병원에 전화해서 “이미 취소를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니 병원은 “착오 때문에 처방을 취소를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병원의 어처구니 없는 대응에 화가 났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머니는 언제든 위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었지만 병원의 실수로 확진 2일차에 그 흔한 감기약도 처방받을 수 없었던 것. 

결국 기자는 친분이 있는 약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약사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빠르게 복용할수록 효과가 높다. 증상 발현 이후 5일이 지나면 의미가 없다”며 “어머니는 고위험군이다. 팍스로비드를 당장 처방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이후 ‘팍스로비드 전문가(약사)용 설명서’를 보내왔다. 

기자는 17일 오후 B  병원에 팍스로비드 처방을 서둘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의사는 “팍스로비드를 쓸 만큼 환자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며 “신약이라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우리는 잘 모르고 부작용도 상당하다. 14일 초기 증상이 있었는데 5일 안으로 써야 해서 이번 주말 전 처방해야 하지만 위험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앞서 전문가용 설명서를 보면,  팍스로비드 복용 대상은 “경증 및 중등증의 성인 및 소아 (12세 이상, 체중 40kg 이상) 환자 중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군”이었다. 경증이라도 기저질환에 고위험군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고 가급적 빠르게 복용해야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복용 기간에 대해서도 “연속 5일보다 긴 기간의 사용효과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의 증상 발현일은 14일, 확진일은 16일이었다. 의사와 통화한 17일은 증상발현 이후 4일째였다. 이튿날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면 이미 5일차였다. 하루라도 늦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었고 그 사이 위중증으로 악화될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의사를 상대로 데이터를 언급하면서 따질 수 없었다. 의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할수록 어머니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애초에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지정 병원을 이제와서 바꿀 수도 없었다. 

기자는 결국 “어머니가 집에 혼자 있어 증상이 악화되면 돌볼 사람이 없다”며 “간헐적으로 흉통도 시작됐고 증상이 악화됐는데 오늘이라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해달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처방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은데 부작용이 생기면 아드님이 책임질 수 있느냐”였다. 

그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의사가 막연히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하면서 팍스로비드 처방을 주저했고 실제로 부작용이 무엇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팍스로비드는  2/3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유증상(비입원) 환자 총 2,224명(시험군 1109명, 위약군 1115명)에게 투여됐고 34일 동안 관찰 결과 이상 반응으로 인해 투약을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시험군에서 2%, 위약군에서 4%였다. 임상 시험 과정에서 미각이상, 근육통, 고협압 등이 있었지만 심각한 이상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팍스로비드이 복용이 어려운 신장장애, 간장애 환자도 아니었다. 결국 기자는 “부작용이 있어도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사는 처방을 망설였다. 

“어머니가 기운이 없고 흉통을 느끼신다”는 설명에도 “흉통은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고 “갑자기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새벽이 구급차를 탈 수도 있어서 정말 불안하다”는 호소에도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경구용 치료제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기자는 간곡한 호소와 부탁으로 애걸복걸을 해서 겨우 의사를 설득했다. 어머니는 증상 발현 4일차에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는 팍스로비드만 처방했고 증상 완화를 위한 다른 감기약은 처방하지 않았다. 병용 금기 약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었다. 어머니가 팍스로비드를 처음으로 복용한 그날, 기자는 ‘병용 금기 약물’이란 또 다른 허들을 만나야 했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처방 ‘민낯’ 공개 2탄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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