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약국]

얼마 전 약국으로 중학생 서너명이 들어왔다. 약국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주춤하더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약사에게 말했다. “임신진단 시약 주세요.” 학생들의 요구에 약사는 잠시 고민을 했다. 이것을 줘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학생들에게 설명서를 자세히 알려주고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조치 요령 등을 설명한 후에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행복약국(수원시 장안구 소재)의 이영은 약사는 어차피 일어난 일이라면 청소년이어도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행복약국은 성인용품을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작은 박스 안에 다양하게 제품을 놓고 약사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시도는 생활속에 필요한 물건임에도 약사의 눈치를 살피며 구입해야 하는 고객들을 위한 배려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약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행복약국이다.

매약이나 상담중심으로 약국경영

“이제 약 지을 수 있나? 아니면 다른데 가고.”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아버지는 그동안 행복약국에서 약을 조제하지 못했던 경험 때문인지 먼저 물었다. 이 질문에 약사는 “이제는 당연히 지을 수 있다. 약을 다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단골처럼 할아버지의 병세와 할머니의 안부까지 물어보며 복약지도를 했다.

행복약국이 현재 위치에서 개국한지 이제 3개월 정도 되었다. 그 지역은 아파트 밀집지역이고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다. 많은 아파트 속에서 의원들과 약국들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클리닉 건물을 중심으로 의원과 약국들이 몰려 있으며 그곳의 처방전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곳이다.

행복약국이 위치한 건물에는 어떠한 의원도 없다. 주변은 그저 상가들뿐이고 은행이 건물에 들어와 있었다.

“처음부터 처방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은행에 오는 유동 인구들을 염두에 두었다.”

이영은 약사는 처방전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약국을 경영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처방전을 위해 약들은 모두 준비를 해놨지만 처방전이 거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행복약국은 매약이나 상담중심으로 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약사들이 의사들의 처방전에만 의지하면 자신의 영역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약사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1차 의료기관으로서 약국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병원에 가면 진통제정도 처방해 준다.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은 잠시 나은 것 같지만 병세가 호전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에 약국에서 의원에서 처방해 준대로만 한다면 약국으로서 고유기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면역영양요법 전문약국으로 노력

행복약국의 다른 이름은 면역영양요법 전문약국이다. 이 약사는 아직은 전문약국이라고 내세울 수 없지만 그것에 관한 공부를 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면역요법은 영양요법과는 다르다. 이것은 주로 암에 걸린 사람들 대상으로 하며 그들의 삶의 질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약사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의사가 우리나라의 암치료의 문제를 제기하며 관심 있는 사람들 대상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약사와 의사들, 그리고 암환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암치료와 함께 삶의 질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기나 다른 질병 등은 밖에서 들어온 균에 의한 경우들이 많지만 암 같은 경우는 자신의 내부에서 면역체계가 깨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일반적 사람들도 몸속에 암세포가 자라지만 스스로 없어지고 다시 생기면서 조절능력을 갖는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이런 내부의 조절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다. 이런 항암치료는 몸속에 암세포만을 죽이는 것이 아닌 몸을 유지해 주는 활성화되는 세포까지 죽이는 역할을 해 사람들이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암치료를 하면서 사람의 질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하는 모임이다.

이렇게 이 약사는 이런 모임에 참여하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삶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행복약국에 오는 사람들은 단지 약을 구입하고 조제해 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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