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도매협회 이희구 회장]

의약품도매협회하면 이희구 회장이 떠오를 정도로 도매협회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는 무려 도매협회장직을 4대(26·27·28·29대)에 걸쳐 지난 93년 2월부터 현재까지 만 10년씩이나 역임해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내 의약품제조업은 물론 의약품 유통업계 대변혁의 시기인 지난 10여년 동안 도매업계 최일선에서 때론 깡패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강경하게 밀어부치고 상황에 따라서는 한발 물러서 조율하면서 도매업권을 강화해 왔다.

10년이라는 장기 집권동안 이 회장을 향한 격려 못지 않게 질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웃으면서 받아들인 이희구 회장은 어쩌면 타고난 협회장감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11일 제 41회 도협 총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세월을 뒤로하고 회장자리를 주만길씨에게 넘겨주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이희구 회장. 이 회장은 7일 도협 중앙회장직 고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면서 종병급 유통일원화가 가장 큰 공적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다만 아쉬운 점은 일부 회원들에게 굴림하는 협회, 권위적이고 파쇼적인 회장으로 비추어진 점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의 10년간 업적을 들어본다.

유통일원화 법제화와 유통 기능 강화

도매의 기능은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및 제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의약품물류를 비롯한 유통 전반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경우 제약사들이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담함으로써 관리비용 증가는 물론 연구개발과 제조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선진국과 같이 의약품 유통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유통일원화는 국내 도매업계의 수십년간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이희구 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한 93년 의약품유통일원화를 위한 법제화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 회장은 유통일원화 법제화를 위해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당사자는 물론 이해관계에 있는 제약업계와 의약사단체 등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지난 1994년 7월 18일 종합병원급의 유통일원화 근거 규정인 약사법시행규칙 제57제1항제7호 단서조항이 신설됐다.

이와 관련, 이희구 회장은 "당초 약국을 비롯한 전체 의약품 유통에 대한 일원화를 추진했으나 각 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일단 종합병원급 일원화에 만족해야 했으며 이것만으로도 도매업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유통일원화가 법제화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95년부터 병원협회는 종합병원급에 대한 유통일원화가 규제이며 유통비용만 증가시킨다면서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및 규제개혁위원회에 연례행사처럼 백지화 건의서를 내고 있다.

이로인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올해중 유통일원화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도매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어쨌든 이 회장의 가장 큰 공적으로 꼽히고 있는 유통일원화 법제화로 인해 지난 10년간 도매유통비중이 26%에서 48%로 크게 증가했다.

외자계 유통업체 쥴릭과의 투쟁

종합병원급에 대한 유통일원화를 계기로 도매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 이희구 회장과 도협 회원사들에게 또 다시 투쟁해야할 적이 등장했다.

바로 스위스계 외자계 유통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였다.

힘겹게 종병급 유통일원화를 법제화하자 그야말로 길을 닦아놓자 뭐가 지나간다는 식으로 95년 7월 쥴릭이 한독약품을 내세워 국내 의약품 유통선진화를 위해 상륙하겠다는 선전포고했다.

그러나 이희구 회장은 외자계 유통업체는 물론 국내 재벌업체의 의약품 유통시장 진출을 허용할 수 없다며 회원들과 결집해 강경 투쟁했다. 쥴릭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한독약품 성토를 비롯 강력한 투쟁을 통해 결국 쥴릭이 한국시장을 진출하는데 약 5년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두웠다.

완전 철수가 아니라 국내 도매업계가 스스로 선진화될 때 까지 기다리겠다는 명분으로 한발 물러섰던 쥴릭이 99년 10월부터 정식 영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쥴릭과 제휴한 제약사들이 일반 도매업소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자 2000년 4월 쥴릭투쟁위원회가 결성, 도매업계내에서도 쥴릭과 거래하는 쥴참협과 그렇지 않은 쥴투위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때 이 회장은 2001년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8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함으로써 내분을 진정시키고 쥴릭 참여 제약사들이 국내 모든 도매업소와 직거래하겠다는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본인의 단식투쟁이 큰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한다.

물론 그 후 쥴릭참여 외자계 제약사들이 이중적인 영업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일단 모든 도매업소와 거래하겠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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