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의 유족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의 표현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사망 이후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 부검의가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서 질병청의 인과성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1년 9월 13일 수영선수 이슬희 씨(30·여)에 대한 부검감정서를 작성했다.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사인으로 “심근염과 연관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표현이 애매하다. “심근염”이거나 “심근염과 연관된 다른 질병”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라면 표현이 결합하면서 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명시된 것. 

“~할 수 있다”라는 문구도 다르지 않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즉, 이슬희 씨의 사인을 그대로 해석하면 “심근염과 연관된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이는 사인을 확증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문구다.

이슬희 씨 부검감정서 일부 발췌
이슬희 씨 부검감정서 일부 발췌

국과수가 제시한 ‘참고 의견’에서도 유사 표현이 나온다. 국과수 부검의는 이 씨 사인을 설명하면서 참고사항으로 “백신 접종과 변사자 사망과의 연관성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작성했다.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라는 표현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로 정반대로 해석 가능한 문구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료되다”라는 문구의 사전적 정의는 “깊이 생각되어 헤아려지다”라는 뜻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옛말을 사용해서 단정적 표현을 피한 것이다. 

국과수는 이 씨에 대한 부검감정서 말미에 “추가적인 사실이 제시될 경우 재고의 여지가 있음”이란 표현도 사용했다. 그러나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제고의 여지가 없어도 된다”는 뜻도 된다.  

국과수의 공식 슬로건은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다. 백신 피해자 유가족 사이에서 국과수의 부검 의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앞서 문구들이 국과수가 사용할만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이냐’는 의문이 든다는 것. 

이 씨의 유족 이시원 씨는 “부검감정서 표현을 보면 정부 기관에서도 의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표현이 가득하다. 동생의 사인을 설명하면서 말끝을 흐리고 있다”며 “부검은 저희 유족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인데 사인이나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문구가 명확하지 않으면 질병청이나 관계부처에서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심근염으로 사망한 20대 군인 사례와 제 동생 사례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 점은 정말 아쉽다”며 “국과수가 사인을 심근염으로 명확히 특정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남발하지 않았다면 부검 소견에 힘이 실려 질병청에서 인과성 인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희 씨는 결국 질병청으로부터 4-1(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판정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팜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또 다른 부검감정서에서도 추상적이고 애매한 표현이 등장한다. 

지난 6월 11일 S 씨(71·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5일 만에 사망했다. 백신 접종 이튿날부터 두통, 흉통 등 수차례 부작용을 호소하고 집 주변 인근 병원을 다녔지만 6월 16일 결국 대동맥박리로 길에서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국과수는 S 씨의 사인에 대해 “대동맥 박리 및 이의 합병증으로 판단함(참고사항)”이라는 문구를 썼다. 

앞서 이슬희 씨 사례와 달리 “판단한다”는 분명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참고사항을 통해 “다만, 백신 투여가 변사자의 사망에 ‘유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라는 문구는 “일부는 배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과수는 또 “유인(誘因)은 원인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어떤 소인 또는 원인을 지닌 사람에게 유인이 작용함으로써 갑작스러운 악화를 초래할 때 사용되는 개념으로, 이 유인들로는 압력에 의한 손상, 과로 등 육체적 자극이나 흥분, 기쁨 등 정신적인 자극 등 정상인에게는 해롭지 않을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자극이 해당될 수 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유인은 결국 일시적으로 심장에 부담을 주거나 혈압을 상승시키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미 심장동맥질환이나 골혈압성 심장질환 등과 같이 기저에 질환이 있는 경우 유인에 더욱 쉽게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유인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 또는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하지만 국과수는 S 씨의 사인 설명을 위해 유인이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유인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과수가 마치 백신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처럼 추정된다. 

하지만 국과수는 결국 “백신 투여 이후 나타난 증상들이 백신과 연관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부검 및 사후 검사 결과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라며 “이는 사망 전후의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이라고 밝혔다. 또 다시 ‘단정하기 어렵다’는 표현으로 유족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S 씨 유족 A 씨는 “비록 어머니가 고혈압이 있었지만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생전에 외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셨다”며 “결국 인과성 평가 중 ‘5(인과성이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국과수의 이런 표현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사인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좀 더 분명한 문구를 쓰고 확실한 표현으로 판정했다면 인과성 판단은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분명하게 책임을 물을 사람이 마땅히 없어 더욱 서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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