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투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동제약, 대원제약을 필두로 치료제 개발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뛰어든 제약사들이 연이어 실패의 쓴맛을 봤지만 이들은 오히려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화이자, 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의 경구용 치료제가 곧 국내에 상륙할 조짐을 보이는 데도 더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식약처 임상 승인을 받고 신약 개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약사의 도전이 무모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

추풍낙엽(秋風落葉)은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落葉)”이라는 뜻으로, 세력(勢力) 따위가 갑자기 기울거나 시듦을 뜻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식약처 임상 승인을 받아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고 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를 제외하면, 시판된 약이 전무한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4월 국내 제약바이오사 최초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최근 임상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지난 8월 임상 2상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임상에 돌입한 일양약품도 다르지 않았다. GC녹십자도 지난 6월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 이후 올해 상반기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도전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 임상 승인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2월 녹십자웰빙이 라이넥주로 2a상 승인을 받았지만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이후 3~4월에도 식약처 임상 승인을 받은 기업이 없었다. 6월과 8월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돌파 감염 증가로 확진자 수가 3000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코로나19 개발 도전기가 다시 시작된 배경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진원생명과학을 필두로 아미코젠파마가 국내 임상 승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엔 대원제약이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제 ‘티지페논정(페노피브레이트콜린)’의 임상 2상을, 일동제약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에 대한 2·3상을 승인받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목격했는데도 도전을 감행한 이유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제약 업계에서는 다른 기업의 실패가 도전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수많은 기업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그때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기존의 약으로 임상에 뛰어든 상태라서 다른 기업들은 섣불리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쟁이 덜한 국면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들의 실패 소식이 차례로 들려왔기 때문”이라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시도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다. 경쟁사 수의 급감은 물론 돌파감염과 위드코로나 국면에 들어서면서 제약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머크 등과 같은 글로벌 빅파마의 경구용 치료제 공세가 코앞인데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질주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는 최근 머크의 몰누피라비르의 입원 예방 효과를 50%에서 30%로 낮췄지만 승인을 권고했다. 화이자도 팍스로비드의 긴급 사용승인을 FDA에 신청했다. 이들의 제품이 국내에 상륙하는데 국내사들이 개발에 성공해도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는 '내성'과 '변이'란 키워드를 주목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머크와 화이자의 치료제가 나와도 약들이 어떤 내성에 의해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며 “변종이 어디로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과학 저널을 살펴보면 머크와 화이자의 치료제 기전이 다른데도 두 약을 조합해서 썼을 때 효과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국내사 치료제 개발이 늦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약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나 머크 치료제 가격은 80~90만원 대로 비싸다”며 “국내사가 개발에 성공하면 원가가 낮을 것 아닌가, 효과가 같다고 치면 싼 약을 쓰면 된다. 굳이 비싼 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우리 국민에게 명품가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의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일종의 ‘과제’가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구체적인 데이터 공개로 임상 과정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이 주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코로나 치료제 관련 공시나 보도자료를 불필요한 것까지 공개하는 양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국산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다. 초기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라서 고위험군의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에게 바로 쓰이고 있다. 국내사들이 개발한 치료제는 적어도 렉키로나주보다 약효가 좋아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효과가 없다면 누가 그 약을 쓰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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