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아프리카는 미지의 땅으로 불린다. 선진국은 찾아볼 수 없고 개발도상국조차 드물다. 국제사회에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아프리카 진출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국내 제약사의 활약이 화제가 되는 일도 없다.  

하지만 신풍제약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KOREA(한국)보다도 유명하다. 1988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수단에 법인을 설립했고 탄자니아에 직접 수출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도 공급 중이다. 약 20개의 제품이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신풍제약이 아프리카 시장에 연착륙한 비결은 뭘까. 국내 제약사들이 하루빨리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팜뉴스는 25일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시장 진출전략 포럼’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미 신풍제약 상무(해외사업본부)는 발표에 앞서 “저는 현지 직접 투자 경험과 피라맥스와 같은 브랜드 의약품을 다국가에 수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아프리카 시장에서 해온 경험들을 정리해서 공유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싶어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정보가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서부 사하라 이남 지역(SSA)’을 공략하라

그는 먼저 “아프리카는 세계 시장에서 1% 미만의 비율을 차지하는 매우 작은 시장이지만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북쪽의 알제리, 이집트는 전체 아프리카의약품 시장의 TOP3다. 알제리는 전체 의약품의 85%를 내수 시장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서부 사하라 이남(SSA) 지역은 다르다”며 “의약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 대한 부담이 없다. SSA에 있는 우간다는 국내 의약품 조달 비율이 10%다. 그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 무진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오수미 상무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아프리카 지도의 파란색 부분이 SSA 지역이다.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은 의약품 제조시설의 숫자다. 의약품 제조시설의 90%가 SSA 9개국에 집중된 상황이고 이마저도 전방(제품 소재를 주로 만드는 업종)과 후방(최종 소비자가 주로 접하는 업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게 오수미 상무의 의견이다.  

그는 “375곳 제조시설 중에 3곳만이 의약품 합성 능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는 반대로, 의약품 자체 조달 역량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국내 제약사들에게 SSA 지역을 아프리카 진출의 우선 조건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즉, 나이지리아, 케냐, 모잠비크, 가나, 탄자니아, 우간다 등 SSA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오수미 상무가 전한 첫 번째 ‘꿀팁’이다  
 

# 포장재를 ‘일원화’하고 ‘위조방지시스템’을 도입하라 

오수미 상무는 또 “브랜드 제품을 전면 수출하는 경우 주의할 점이 있다”며 “거래처 하나에 하나의 국가를 계약해서 수출하고 그 옆 국가를 계약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닌, 전면적으로 수출하려는 전략을 세운다면, 초기에 제품 등록 전략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처음부터 일원화된 포장재를 개발하는 게 좋다”며 “아프리카 각 국가마다 포장재 언어규정이 다르지만 영어, 불어, 포르투칼어 3개 국어로 포장재를 만들면 45개국에 유통이 가능하다. 이점을 염두하고 진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간에 바꾸려면 꽤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오수미 상무가 주목한 또 다른 ‘포인트’는 모조품 이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짜 의약품, 즉 모조품 이슈를 심각하게 다룬다는 것. 

오수미 상무는 “모조품 이슈는 국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울 수 있다”며 “하지만 아프리카는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정도로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제품 등록을 할 때 위조방지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하도록 강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신풍제약의 나이지리아 수출용 피라맥스 2차 포장재에는 MAS(휴대폰 인증 서비스) 시스템이 적용됐다. 

오수미 상무는 “항생제, 항말라리아제 등 감염병 약은 반드시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스크래치를 긁으면 숫자가 나오고 숫자가 나오면 SMS(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진품인지 가품인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지원을 하고 있기 떄문에 상당히 유용한 전략이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아프리카에 처음 진출을 할 때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진출 전략의 두 번째 ‘꿀팁’으로 포장재 일원화와 위조방지시스템 도입을 지목한 것. 

# 아프리카 특유의 리스크에 대비하라

오수미 상무의 세 번째 꿀팁은 ‘리스크 관리’다. 그는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서 의약품은 국가 주요산업이다. 필요한 의약품이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을 경우 등록, 세재 혜택 등의 지원 규모가 크다. 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 갑자기 수입 전면 금지령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수미 상무는 “국내 제약사가 수출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 계약해서 약 2년 동안해서 준비했는데 자국 회사에서 해당 의약품을 생산해서 수입 전면 금지 명령을 내리면, 느닷없이 비즈니스(거래)가 끝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반드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불안한 경우에 인플레이션도 올 수 있어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달러나 유로화로만 수출 계약을 했다. 국내사들이 아프리카 특유의 정치·경제 리스크에 대한 대비 전략을 꼼꼼히 세워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에 만연한 병행수입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오수미 상무 설명에 따르면, 병행수입은 의약품이 주변 국가로 불법 유통된 경우다. 특히 나이지리아, 캐냐, 우간다, 탄자니아는 상호 물류 거래가 활발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병행수입이 쉽게 된다는 것.

오수미 상무는 “제품 패키지에 차이를 두거나 GDP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끼리 원 프라이스(단일 가격) 정책을 해서 불법 유통이 되더라도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불법유통의 인센티브가 점진적으로 줄어들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시로 바뀌는 복잡한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대리인을 두거나 경험이 많은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 경제 리스크에 대해서도 현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어 학습이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제약 시장의 특징은 규모가 작지만 성장률이 높은 곳”이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해서 함께 성장하고, 아프리카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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