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이미지 뱅크(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팜뉴스=최선재 기자] 국내에서도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길랑-바레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그 장본인은 A(39) 씨로 평소 직장인 건강 검진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맞고 극심한 복시 증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복시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으로 길랑-바레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쪽 눈에 안대를 끼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팜뉴스가 국내 최초로 그 사연을 단독 보도한다. 

▶ 얀센 코로나19 ‘원샷’ 백신을 접종 계기가 궁금하다

저는 민방위다. 지난 6월 예비군이나 민방위 대원이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우선적으로 맞을 수 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당시 친구들끼리 서로 신청하라고 카톡을 보내곤 했는데 그 분위기에 떠밀려 신청했다. 다른 사람처럼 냉철하게 생각을 했으면 좀 더 조심스럽게 백신을 맞았을 텐데 그때는 단순히 “백신을 빨리 맞으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했다. 강제는 아니었지만 주변 친구들도 신청을 하는 분위기였다. 6월 11일 저녁 집 근처 병원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받았다. 

▶ 백신 접종 직후에 특별한 증상이 있었나

몸살이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됐다. 다른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겪는 정도의 몸살이었고 증상을 겪은 이후 정상생활을 했다. 하지만 정확히 2주 뒤인 6월 24일 목요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모든 사물이 겹쳐 보여 너무 놀랐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사물이 두 개로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왜 이러지? 피곤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39년 인생 살면서 처음 그런 일을 겪었다. 그때는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미국 건강의학 정보포털 'webmd' 복시 증상 이미지 캡처
미국 건강의학 정보포털 'webmd' 복시 증상 이미지 캡처

▶사물이 두 개로 보였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어나자마자 모든 사물이 그렇게 보였다. 시력이 전체적으로 나빠진 느낌이 아니라 특히 초점이 안 맞았다. 한쪽 눈을 가리거나 윙크하듯이 하면 원근감은 없었지만 다른 한쪽 눈으로 사물이 선명하게 보였다. 금방 피로가 몰려왔지만 일상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어서 6월 25일(목요일)과 26일(금요일)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다. ‘주말에 좀 쉬면 낫겠지’하는 마음이었다. 

▶병원은 언제 처음 방문했나

그래도 걱정이 좀 돼서 주말 직전에 집 주변 안과를 찾았다. 안과에서 각종 검사를 했는데 의사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 신경과 계통 질환이 의심되지만 안과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토요일에도 나아진 기색이 보이지 않아 다른 안과를 찾았고 신경외과, 이비인후과까지 갔는데 그곳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일요일이 되면서 너무 어지럽고 사물이 전부 두 개로 겹쳐 보여 대학병원(상급종합)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는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나, 어떤 검사를 진행했나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응급실에 갔는데 진료를 받지 못하고 계속 기다렸다. 대학병원 응급실이 전부 그렇지만 당장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먼저 진료했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고령 환자도 아니고 출혈이 있지 상황도 아니었다. 환자가 정말 많았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로 검색해보니 사물이 두 개로 보이면 심각한 뇌질환의 초기 증상이라고 나와서 빨리 검사를 받고 싶었지만 결국 하루를 넘겼다. 월요일 아침에 뇌와 눈에 대한 MRI 검사, 척수 검사에 동맥혈도 뽑고 피검사만 5번을 진행했다. 회사도 출근하지 못했다. 

▶검사 결과는 어떠했나

MRI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지만 교수가 보더니 “다른 검사에서 길랑-바레 증후군 소견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희귀 증상을 확진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얀센 코로나19 백신 관련 길랑바레 증후군 뉴스가 전혀 없었다.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이다. “왜 걸리는 것이냐”고 물으니 병원에서도 “알 수 없다. 치료제도 치료 방법도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나마 면역 글로불린 정맥 주사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하루에 환자 부담금이 약 100만 원씩 들어간다고 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신경의 염증성 질환이다.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라는 절연물질이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고용량의 면역 글로불린 정맥주사(intravenous immunoglobulin)가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2개월-18개월 이내에 대부분 회복되지만 15-20%의 환자에게 후유증이 남고 5%의 환자는 호흡장애 인두후 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면역 글로불린 치료를 받았나

비급여 치료였다. 치료비가 많이 나올 수 있었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5일 동안 입원해서 수액을 맞았다. 그런데도 복시는 나아지지 않았다. 복시 때문에 어지러움이 생겨서 입원 기간동안 구토를 반복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밥을 먹으려고 해도 식판이나 음식이 전부 두 개로 보이고 음식이 ‘뱅글뱅글’ 돌아서 보였다. 응급실에서 날을 샐 때 엄청 체력이 떨어져서 더욱 증상이 심해진 것 같았다. 생명에 심각하게 지장이 있었던 상황은 아니지만 정말 힘들었다. 

▶길랑-바레 증후군이 얀센사의 코로나19 백신 때문이라고 처음 인식한 계기가 궁금하다

병원에서는 길랑-바레 증후군이 희귀난치성 질환이라서 낫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입원하고 일주일쯤 됐을 때 구글, 네이버 등 검색포털에서 찾아보니 “얀센 백신과 길랑-바레 증후군이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다. 그때 처음으로 제가 걸린 길랑-바레 증후군이 얀센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백신 맞기 이전 건강 검진 때마다 이상이 없었고 지난해 가을 마지막 검사에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4월 얀센 백신을 허가했을 당시 임상 등록대상자 4만3783명 가운데 백신군 0.4%(83명), 대조군 0.4%(96명)에서 '중대한 이상 사례’로 상완신경근염 등 7건이 보고됐다. 길랑-바레 증후군도 그중 하나였지만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는 임상시험 자료 제출 시점 당시 중증 이상 사례 환자들이 대부분 회복하고 있단 이유로 백신 안전성이 양호하다고 결론지었다. 빠르게 허가 절차를 밟은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얀센 백신 접종 후 길랑-바레증후군 보고사례가 매우 드물게 보고된다는 이유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식약처는 뒤늦게 의료진 대상으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고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도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을 인용했지만 “백신의 전반적인 유익성이 위험성을 여전히 상회한다”고 발표했다. 

▶길랑-바레 증후군과 얀센 백신이 연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측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나

교수가 회진을 돌 때 물어봤더니 “당연히 다들 그렇게 얘기하지만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 저희는 입증해주는 사람도 아니다”고 했다. 무책임하게 얘기해서 기분이 정말 나빴다. 면역 글로블린 주사를 맞아 치료비가 500만원 가까이 나와서 “혹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도 얘기했지만 “알아서 신청하라”라는 답변뿐이었다. 복시 회복 기간은 3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병원에 가만히 앉아서 3개월 동안 있을 수 없어 퇴원을 요청했다.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 카페에서 알아보니 안대를 끼고 한쪽 눈을 가리면 그나마 낫다는 내용을 보고 퇴원을 했다. 불편해도 일단 퇴원했다. 

A 씨 측이 제공한 진단서 

▶보건당국과 질병관리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후 발생한 이상 반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국가 보상 제도를 통한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퇴원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관련 절차를 밟았는지 궁금하다

퇴원을 할 때쯤 질병청에 전화를 했다. 미국 FDA에서 얀센 백신 후유증으로 길랑-바레 증후군이 나올 수 있다고 인정을 했고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기저질환도 없었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어서 제 질환이 얀센 백신 때문이란 확신을 가지고 질병청에 연락을 했는데 “보건소에 전화하라”는 답변을 받았고 지역 보건소는 “진료 기관에서 신고를 해줘야 한다”며 서로 핑퐁게임을 했다. 눈도 제대로 안보이는 상태에서 힘들게 찾아서 신청을 하려는데 서로 자기일이 아니란 듯이 책임을 떠넘겨서 짜증이 났다. 

▶길랑-바레 증후근 진단을 내린 상급종합병원은 보상 절차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나 

병원에서 먼저 신고를 해줘야 보건소에 이상 반응 접수를 할 수 있었다. 병원에 전화해서 “보건소에 서류만 접수해주면 제가 서류 챙겨서 보건소에 가겠다”고 했는데 3~5일 동안 피드백이 없었다.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고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너무 화가 나서 “공식적으로 병원이 보고를 누락했다고 당장 민원을 넣겠다”고 했더니 그때 처음으로 진료를 받은 담당 간호사의 전화가 왔다. 

▶병원이 보건소에 이상 반응 신고를 했나

간호사 연락이 오기 전까지 모든 통화는 콜센터 직원과 했었다. 민원을 넣겠다고 강하게 얘기하니까 그 간호사가 처음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신고를 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때서야 알아보겠다고 했다. 2~3일 있다가 겨우 신고를 했다. 

▶백신 부작용 신고 절차를 겪으면서 어느 점이 가장 힘들었나

신고를 접수하는 과정 때문에 굉장히 지쳤다. 이런다고 해서 제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진료비 조금을 돌려받으려고 한 것 뿐이었는데 일하다가 겨우 시간을 내서 물어보면, 병원, 질병청, 보건소가 서로 미루기만 급급했다. 병원에서 보건소에 신고한 이후에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최종적으로 서류 접수를 위해서는 환자 본인이 무조건 지역 관할보건소에 가서 접수해야 한다”고 했다. 대리 신청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감증명서, 위임장 등 서류가 필요했다. 병원에 10일 정도 입원해서 여름휴가를 날렸고 연차도 전부 땡겨서 소진한 상태였다. 

▶결국 보건소에 서류 접수를 못한 것인가

일을 해야 해서 보건소에 갈 시간이 없다. 보건소는 평일만 운영하기 때문에 평일날 직접 서류를 준비해서 보건소에 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지금도 서류를 낼 생각은 있는데 접수 절차를 알아보면 피로도가 금방 쌓인다. 실랑이를 벌이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소위 말해 ‘현타(?)’가 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표한 이상 언젠가는 치료비를 보상을 해줄 거란 믿음은 있다. 아직 완치된 것도 아니고 치료비가 더욱 들어갈 수 있어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있어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질병관리청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신 접종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행정 편의적인 관점에서 백신 부작용 환자를 다루는 점에 더욱 분노가 일었다. 애초 이런 부작용이 고지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정말 저같은 사람이 극소수이고 심지어 얀센 백신 접종자 중 길랑-바레증후군 환자는 제가 우리나라 최초일 수 있는데 환자 기준에서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부작용이 생긴 사람들은 직접 관련 서류를 전부 준비해서 보건소에 신청해야 한다. 

나라에서 백신을 맞으라고 했으면 부작용에 대한 절차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단순하게 들어간 병원비뿐만이 아니라. 절차를 밟느라 회사 업무에 지장도 생긴다. 여름 휴가를 쓰느라 저는 여행계획도 취소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엄청난데 저같은 사람들은 정말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생명을 잃으신 분들에 비하면 어쩌면 다행일수도 있지만 고통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다. 저같은 사람에 대해 정부 대책이 너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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